월드컵 축구의 열기가 뜨겁다. 필자 같은 스포츠마니아는 거의 매일 밤 축구 중계방송을 보느라 다른 일은 못할 지경이다. 4년이나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기회인지라 선수들의 묘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또 축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축구는 축구로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진리가 숨어 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기억하는가?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는 않으나 여하간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를 맞아 1대 4의 스코어로 패하고 말았다. 물론 오프사이드 논란이 벌어질만한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었고, 하필이면 박주영 선수의 발에 맞아 자책골이 들어가는 불운이 겹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선수의 실력과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선수와의 실력에는 꽤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건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일이 아니다. 예컨대 메시 하나의 몸값이 우리나라 축구선수 모두의 몸값을 합친 것에 비해서도 두배가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실력이 없는 축구선수에 엄청난 몸값을 지불할 바보 같은 프로 축구팀은 없는 법. 몸값이 바로 실력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벌어지기 전, 당신은 어느 편에다 내기를 걸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객관적인 판단이랍시고 1대 0, 혹은 2대 1로 한국이 이긴다는 쪽에 걸었을 것이다. 혹은 그나마 약간 조심스러운 사람들이라면 0대 0 혹은 1대 1로 비긴다는 쪽에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나라의 참패로 끝났다. 그런데 과연 우리들이 한국 축구선수들의 실력과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나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저 막연한 '느낌'이었다. 혹은 우리나라가 이겨야 한다는 '희망사항'이었다. 실제로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었는데, 그게 어느 순간에 객관성의 탈을 쓴 '예측'으로 둔갑했던 것이다.

주식이라고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수한 이후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객관적인 정보에 근거하기보다는 막연한 느낌이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보유효과'라고 말한다. 사실 그 주식을 매수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주식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매수한 다음에는 사정이 다르다. 갑자기 그 주식이 다른 것에 비해 수익성이나 전망이 뛰어나 보이고, 주가가 쑥쑥 상승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생각된다. 다른 주식은 몽땅 하락하더라도 오직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만은 반드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확신마저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순전히 주관적이다.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선뜻 매도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유효과의 함정에 빠져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에 이긴다'는 쪽에 걸었다면, 주식투자에서도 비슷한 잘못을 저지를 위험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