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는 입맛을 잃기 쉽다. 무더위에 지쳐 체하거나 배탈이 나기도 한다. 한번이라도 속앓이를 하고 나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이럴 때 쌀국수는 훌륭한 대안이다.
역삼동의 땅(Tang)에 가면 지친 속을 달래줄 베트남식 쌀국수를 만날 수 있다. 운영자는 부동산마케팅을 하는 분이다. 사업차 베트남에 갔다가 그곳의 쌀국수 맛에 반해 아예 가게를 차렸다. 그렇다고 가볍게 준비한 것은 아니다. 2년동안 시장조사를 하고 메뉴도 현지에서 전수교육을 받아 오픈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식당안을 둘러보니 느낌이 새롭다. 모던하고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다. 검정색 바닥과 흰색 벽이 어우러진 널찍한 실내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원형 테이블과 원형 조명이 심플한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더한다.
메뉴도 인테리어처럼 심플하다. 쌀국수와 볶음밥, 스팀롤과 프라이드롤, 분차와 포크스테이크가 전부다. 이 정도 규모의 식당이면 제법 다양한 베트남 메뉴를 선보일 듯한데 쌀국수와 분차요리 위주의 간단한 식사로만 메뉴리스트를 구성했다. 잘할 수 있는 요리 위주로 ‘분산’보다는 ‘집중’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가장 기본적인 쌀국수 메뉴인 포오리지날(1만원)부터 시식했다. 흔히 보는 숙주가 올려진 쌀국수가 아니다. 고명으로 올려진 것은 얇게 썬 양파와 송송 썬 파, 고기가 전부다. 베트남에 있는 ‘포틴’이라는 곳의 메뉴를 그대로 전수받아 국산 식재료를 이용해 레시피를 완성했다. 쌀국수의 육수는 한우뼈를 기본으로 돼지와 닭, 채소 등을 넣고 12시간 이상 고아낸 것이다. 화학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진하고 감칠맛 나는 육수가 가벼운 느낌의 베트남산 쌀면과 잘 어우려진다.
이름이 생소한 분차(Bun-Cha)요리(2만5000원)도 맛봤다. 분차는 베트남 하노이 지방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분(Bun)’은 쌀국수, ‘차(Cha)’는 고기구이를 뜻한다. 당연히 분차는 쌀국수와 고기구이를 함께 곁들여먹는 방식의 국수다. 따뜻하게 데운 접시에 돼지고기 구이가 나오고 또 다른 접시에 샐러드채소와 레몬을 띄운 소스, 차가운 쌀국수면이 함께 나온다.
돼지고기, 채소, 쌀국수를 조금씩 집어 소스에 푹 담궈 먹어보라는 주인장의 말대로 먹어봤다. 입안 가득 향긋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상큼한 소스맛이 곁들여진 차가운 국수와 숯불향 가득한 돼지고기의 조합이 훌륭하다. 아삭한 채소들이 곁들여져 맛을 한층 돋운다. 먹고 난 후에도 돼지고기의 맛이 맴돌아 고기만 따로 맛봤다. 연한 육질과 더불어 고기 자체의 맛이 아주 좋다. 분차의 돼지고기만 선호하는 팬들이 생겨 포크스테이크(2만5000원)라는 메뉴를 추가해 만들었다고.
저녁에는 2만5000원의 디너코스가 있어 스팀라이스롤과 분차요리, 쌀국수, 디저트를 논스톱으로 맛볼 수 있다. 십여 만원을 훌쩍 넘는 무거운 양식코스요리에 지쳤다면 가벼운 베트남식 코스요리를 추천할만하다.
위치 : 신논현역 4번 출구로 나와 50M직진 오른편 건물 1층
영업시간 : 오전 11:30~ 오후 2:30/ 오후 5:30~10:30
연락처 : 02)55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