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계절성도 없고, 모멘텀도 없고, 시장의 관심도 없어지고 있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LG전자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이같이 썼다. 매도 보고서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볼 때 상당히 거친 표현이다. 도대체 LG전자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LG전자가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IT기업들에게 2분기는 가장 실적이 좋은 때다. 이른바 '계절성'이다. 그러나 LG전자의 2분기 실적은 올해 바닥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의 관심도 못 받고 있다. 연초 이후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져 2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1284만주 이상 순매도 했다.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도 5월 이후에는 200만주 이상 순매도에 나서며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스마트폰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며 특별한 모멘텀도 없는 상황이다.
 

◇주력사업 핸드폰·TV 동시 부진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2분기 글로벌 기준 매출액 13.9조~14.6조원, 영업이익 1980억~325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분기에는 글로벌 매출 13.2조원 영업익 4890억원을 기록했다. 추정치와 유사한 수준에서 실적이 나올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적게 나오는 것이다. 사상 처음이다.
 
LG전자의 부진이 특히 기분 나쁜 것은 주력사업인 핸드폰과 TV가 동시에 부진하다는 것이다. LCD TV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로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수익성이 크게 부진해졌다는 분석이다. LG전자 LCD TV사업에서 서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34.8%(180만대) 수준인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또 경쟁사인 소니가 출시한 중저가 신모델에 적극적인 맞대응을 하지 않아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수익성이 좋은 LED TV의 경우 후면광원장치(BLU) 등 부품부족으로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LED TV 판매량은 90만대 수준인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백종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남유럽발 경제우려로 유럽채널에서 TV 주문이 기대치에 비교해 줄었고, 유로화 약세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는 효과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부가제품 위주로 제품 구성을 변경하고 원가절감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mart Follower 전략의 한계
 
휴대전화 부문도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증권업계에서는 휴대전화사업이 출하량 기준으로는 무난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MC사업부의 경우 2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준복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급형 스마트폰인 얼라이(Ally)를 출시하기까지 R&D인원이 많이 투입돼 스마트폰사업부의 판관비(overhead)가 높아졌다"며 "그 여파로 많은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2분기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지난 5월 사업부별 경영전략 점검과 사업방향을 논의하는 CM(Consensus Meeting)에서 휴대폰사업부는 스마트폰과 피쳐폰의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모델별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 얼라이의 경우 틈새시장을 잘 노리고 들어갔지만, 제대로 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향후 전략폰을 3분기 말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시장에 대응이 늦은 것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추구해온 이른바 '스마트 팔로어(smart follower)' 전략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규모 선행 투자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며 빠르게 따라가는 전략이다. 경쟁사보다 한발 늦는 약점은 있지만 대규모 선행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전자는 그동안 스마트 팔로어 전략으로 시장 내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며 "그러나 휴대전화시장이 너무 빠르게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돼 가면서 따라잡을 시간적 여유를 빼앗겨 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4분기부터 실적 개선 기대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TV사업의 경우 유로화 약세에도 유럽 TV시장 물량 공급을 줄이지 않았다. 이는 장기적인 투자에 가까운 만큼 조만간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수익성 악화를 무릅쓰고 물량을 유지해준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유럽 거래처들의 특성상 향후 유럽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가면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도 보급형 스마트폰 얼라이를 통해 차별화된 틈새시장에 진입한 만큼 향후 이머징 마켓 등에서 선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구글 인증을 받은 'Optimus One with Google'폰은 3분기 말 120개국 이동통신사를 통해 출시가 확정돼 있다는 점도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LG전자는 2006년 상반기 경쟁사인 모토로라가 미국시장에서 레이저폰을 재고정리하며 저가에 내놔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4분기 전략제품 라인업 확충에 나서며 2006년 4분기부터 주가가 회복된 경우도 있다.
 
윤혁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휴대폰사업은 개발비 인건비 등의 고정비 요소가 있는 만큼 1000만대 이상 팔리는 히트폰이 나올 경우 이익률이 대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왔다'며 "지금 LG전자에 가장 필요한 것은 텐밀리언셀러폰의 등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