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 가격 하락 요인"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하락세 인만큼 이번 금리상승이 시장의 하강 압력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다른 변수가 고정돼 있다는 전제에서 금리는 부동산 투자 수익률과는 반비례 관계"라며 "금리 변동은 부동산 보유자와 잠재적 수요자에게 '수익률이 변하는 신호'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보유자의 경우 금리 상승은 '금융비 증가 → 투자수익률 하락 → 부동산 보유 메리트 하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잠재 수요자에게도 신규 진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상 투자 수익률이 줄어들어서다. 박 부사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다가 가격이 하락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도 이번 금리 인상으로 올 하반기 거래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거래량이 너무 없는 상태여서 감소 수치가 그지 크지 않겠지만 심리적 부담감은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그널에 따라 불안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
◇"재건축 호가↓" 상품별 민감도는?
다만 금리 민감도는 부동산 상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실수요 상품보다 투자 성격이 강한 상품일수록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일반 아파트보다 재건축아파트의 금리 민감도가 높은 것이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가 금리 인상 이후 다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50㎡의 경우 금리 인상 후 3~4일 만에 호가가 1000만~2000만원 내리기도 했다. 안전진단 통과 후 집값이 1억원 가량 급등했던 송파 잠실주공5단지도 매수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관망하고 있어 호가는 더 떨어지는 추세다. 이자부담이 두려워 처분하려는 이른바 '이자공포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 전언이다.
대표적 수익성 부동산 상품인 상가의 경우 금리인상은 수익률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박원갑 부사장은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가 많은 부동산시장은 금융시장 변화(금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토지시장의 경우 대외 악재에 둔감한 편이다. 땅주인들은 대체로 자산가들인데다 대출 한도가 낮아 토지에 대한 대출이 거의 없는 편이다. 통상 상대적으로 토지시장이 아파트에 비해 변동성이 낮은 이유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건설업계 타격도 예상된다. 청약시장 냉각에 입주지연 등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올 하반기 대규모 입주가 몰려 있는 경기 고양·용인·파주, 광명시 등에선 상황이 심각해 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계약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획기적' 대책 내놓을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자구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부동산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지영 내집마련 정보사 팀장은 "금리가 오르면서 경기 과열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부동산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발빠른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시장이 더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딱히 나올 만한 묘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4월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해서다.
그러나 한달이 다가도록 아직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국토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대책을 발표하려고 한다"며 "관계 부처들과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두마리 토끼를 잡을 만한 뾰족한 카드가 없는 게 고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수세가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를 일부 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한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며 "가계 부채의 건전한 관리를 위해서라도 DTI·LTV 규제에서 후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LTV는 놔두는 대신 DTI만 일부 푸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하고 있다.
취득·등록세 면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내년 4월30일까지 지방 미분양에 대해 취·등록 세액의 75%를 감면하고 있는 정책을 수도권에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커 난항이 예상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의 연장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