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경치 중엔 선녀가 목욕하기 위해 내려오던 곳이라는 강선대(降仙臺)를 첫손에 꼽는다. 짙푸른 강물이 흘러가는 강변에 우뚝 솟은 바위엔 소나무들이 빼곡하고, 그 안에 아담한 정자 하나가 들어앉아 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강변 풍광도 일품이다. 강물엔 용이 선녀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다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졌다는 용암(龍岩)이 떠있다. 강선대는 어디서 보나 풍치가 좋지만, 강선대 옆의 봉곡교에서 바라보면 강물, 용암, 강선대가 한폭의 그림이다.
선녀가 목욕하러 내려왔다는 강선대
양산팔경을 품고 있는 송호리국민관광단지는 울창한 솔숲이다. 널따란 강변엔 100년 묵은 소나무 1만여그루가 빼곡히 들어차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솔숲은 연안부사를 지낸 박응종(朴應宗)이 낙향해 강 언덕에 만취당(晩翠堂)이라는 정자를 세우고 풍류를 즐길 때 가꾼 것이라 한다. 만취당이 있던 자리엔 1935년 후손들이 다시 세운 여의정(如意亭)이 있다. 금강 물줄기와 소나무 숲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풍류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 주변엔 3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소나무 수백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송호국민관광지에서 동쪽으로 2km쯤 떨어진 금강이 휘돌아가는 언덕에 자리한 자풍서당(資風書堂)도 전망이 빼어난 곳이다. 조선 초기에 처음 지을 당시엔 풍곡당(豊谷堂)이라 했으나, 1614년(광해군 6)에 정구(鄭逑)가 강학을 하면서 자법정풍(資法正風)으로 학문을 장려했다는 뜻으로 자풍서당이라 했다. 특이하게도 서당 마당엔 오층석탑의 지붕돌이 쌓여있다. 조선 초기에 배불숭유 정책으로 사찰을 폐하고 그곳에 향교 등을 지을 당시, 이 자리에 있던 풍곡사(豊谷寺)라는 절집을 허물면서 탑의 기단석과 몸돌은 서당의 주춧돌 등으로 쓰고 지붕돌만 땅 속에 묻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옛날엔 누각이 있었다는 봉황대(鳳凰臺)의 동쪽 강가 절벽 숲속에 조용히 숨어 있는 함벽정(涵碧亭)을 감상하면 이쪽의 팔경은 거의 돌아본 게 된다. 물론 양산팔경 중 하나인 영국사(寧國寺)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절집이다.
천년고찰 영국사의 천년 은행나무
영국사 주차장에서 대웅전 가는 산길은 천태동천(天台洞天)을 오른쪽에 끼고 이어진다. '하늘에 잇닿아 있는 곳,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높은 절벽을 휘감고 흐르는 계류의 규모는 작아도 맑다.
주차장을 출발한 지 10분만에 진주폭포 갈림길. 오른쪽 천태동천 길을 계속 따르면 이어 삼단폭포(계단폭포)가 반긴다. 폭포를 지나면 길이 조금 가팔라지다가 곧 시야가 확 트이며 간이매점이 있는 고갯마루다. 고갯마루 왼쪽엔 '망탑 250m'임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망탑은 영국사를 먼저 들른 다음 내려가면서 구경하는 게 좋다.
고갯마루 너머로는 거대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 한그루가 눈길을 붙든다. 수령 1000년이 넘는 이 나무는 높이 35m, 둘레 11m로 국내에서 크기가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땅에 닿은 은행나무의 곁가지가 다시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새로운 가지가 곧게 자라는 광경은 마치 윤회를 상징하는 듯 특이하다. 주민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면 이 은행나무가 밤마다 서럽게 운다고 한다.
대웅전은 은행나무 위쪽에 있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때 만월사(滿月寺)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건됐다고 전한다. 고려 고종 때 탑 부도 금당을 중건하고 절 이름을 국청사(國淸寺)라고 했다. 그러다 고려 말기 홍건적의 난을 피해온 공민왕이 이곳까지 와서 국태민안을 빌었는데, 마침내 홍건적을 무찌르고 개경을 되찾게 되자 절 이름을 지금의 이름인 영국사라고 바꿔 부르게 했다고 전한다.
이런 사연 덕에 영국사는 과거엔 제법 떵떵거리던 큰 절집이었다. 대웅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533호), 그리고 절 뒤쪽 능선에 있는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8각원당형부도(보물 제532호) 등이 영국사의 옛 영화를 잘 설명해준다.
내려가는 길, 간이매점 고갯마루에선 아까 지나왔던 망탑을 보러가자. '망탑 250m'임을 알리는 팻말을 따라 오솔길로 들어서면 계단폭포 위쪽 계류에 걸린 나무다리를 건너 망탑이 서있는 바위에 닿는다.
위쪽의 천태산 전경과 아래쪽의 마을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요지에 위치한 망탑은 고려시대 세워진 삼층석탑. 망탑 옆에 있는 바윗덩이들은 상어바위, 애벌레바위 등의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탑 앞에 가만히 앉아서 주변을 돌아보면 왜 이름이 망탑(望塔)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식 명칭은 망탑봉삼층석탑(보물 제535호)이다.
아기자기한 암릉이 아름다운 천태산
만약 등산화 등 장비를 제대로 갖췄다면 천태산(天台山, 720m) 산행을 시도해보자. 천태산은 덩치가 크지 않으면서도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길에 아름다운 암릉을 품고 있어 전국 100명산의 반열에 올랐다.
천태산은 원래 은행나무로 유명한 영국사 덕분에 알려지기 시작한 산이다. 하지만 이제 천태산은 영국사의 명성에 기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니 입장이 바뀌어 천태산 산행을 목적으로 찾아와 영국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천태산엔 A코스(미륵길), B코스(관음길), C코스(원각국사길), D코스(남고갯길) 등 네갈래의 등산로가 있다. 이 중 최고의 조합은 암릉길로서 정상으로 직접 향하는 최단 코스인 A코스, 그리고 주능선길인 D코스를 이은 A~D코스의 연결이다. 즉 미륵길로 올라 남고개를 거쳐 영국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산행만 보통 5시간 정도 걸린다.
천태산 암릉엔 안전을 위해 밧줄이 설치돼 있다. 경험 많은 등산객이라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중간중간 위험한 구간이 있는데, 모두 우회 코스가 잘 나 있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다.
A코스의 '75m 암벽코스'는 천태산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이 암릉은 출발 직후 약 20m까지가 특히 가파르고 까다롭다. 굵은 밧줄에 쇠줄이 함께 엮여있어 결코 끊어질 염려는 없고, 밧줄 중간중간엔 잡기 좋게 매듭도 지어져 있다. 바위턱을 밟으며 신발의 마찰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도중에 미끄러져 밧줄이라도 놓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초보자는 반드시 오른쪽의 '안전등산로'를 따르도록 한다. 75m 암벽코스를 다 오른 뒤 절벽 오른쪽 옆으로 돌면 아래쪽에서 이어진 안전등산로와 다시 만난다. 영국사 문화재관람료 어른 1000원, 중고생 500원, 어린이 300원.
여행정보
●숙식 영국사 입구엔 모텔인 천태파크(043-744-2361), 민박집인 천태산맑은물(043-745-2939), 푸른산민박(043-744-4659)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영국사 주차장에 한잔집(043-745-5771), 흥진집(043-745-5772) 등 식당이 여럿 있다. 도토리묵, 해물파전, 김치국수, 막걸리 등을 차린다.
●별미 민물고기를 삶아 채로 가시를 걸러낸 후 쌀돚국수돚수제비돚인삼, 그리고 갖은양념을 넣고 조리하면 맛과 영양 모두 만점인 어죽이 된다. 도리뱅뱅이는 민물고기 튀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으며 아삭하고 담백해 술안주와 간식용으로 제격이다. 천태산 남쪽 금강 옆 가선리에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차리는 식당이 있다. 가선식당(043-743-8665), 선희식당(043-745-9450)이 유명하다. 어죽(1인분) 5000원, 도리뱅뱅이(한접시) 7000원.
●교통 경부고속도로→비룡 분기점→대전·통영고속도로→금산 나들목→68번 국가지원지방도→호탄삼거리→501번 지방도→영국사 주차장 <수도권 기준 3시간 소요>
●참조 영국사 종무소 전화 043-743-8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