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인 딸아이의 꿈은 '하트 공주님'이다. 그런 아이가 근래 유치원 주변의 대저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마도 공주님의 품위(?) 유지를 위해서일 듯싶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아빠엄마는 결코 임금님과 왕비님이 아닌 것을. 부모의 능력 부족을 설명하자니 아이가 자기 지갑에 꼬깃꼬깃 숨겨뒀던 초록색(만원권) 돈 몇 장을 엄마 손에 꼬옥 쥐어준다. "집 사는 데 보태라"고. 이거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너무나 원대한 아이의 꿈을 뒷받침하기엔 부모는 한없이 작다. 그러나 이러한 '서민'엄마아빠에게도 비장의 무기는 있다. 아이 명의의 펀드와 적금. 매월 꼬박꼬박 쌓이는 통장을 보며 아이의 장래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위로를 삼아본다.
그러나 한해 두해 아이통장에 돈이 쌓이면서 고민도 생기기 시작했다. 1만원, 2만원이 시간이 흐르면서 뒤에 '0'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500만원까지 증여세 면제라는데, 신고 해야 할까?"
◆ 증여세 신고, 꼭 해야 하나?
'증여세 신고? 그런 것은 부자나 하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최근 펀드 등 투자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증여세 신고도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자녀를 위해 매월 25만원씩 펀드에 넣고 있다고 가정하자. 10년간 불입하면 납입 원금만 3000만원. 그럼 증여세 신고해야 할까? 이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용도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그 돈이 대학 학자금 등 자녀의 교육과 양육을 위한 돈이라면 굳이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 돈을 자녀에게 줘서 부동산 구입 및 금융상품 등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신고를 해야 뒤탈이 없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마포지점 자산관리팀장은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부모가 자녀의 재산 형성을 위해 증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아파트 등 부동산 취득의 경우다. 예컨대 지난 10년간 펀드 투자로 불어난 1억원을 자녀가 아파트 취득에 썼다고 치자. 그 자금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증여로 간주돼 무거운 세금(1억원까지 10%, 1억원 이상 5억원까지 20% 등)을 물어야 한다. 더욱이 이때 세금 부과 기준은 증여한 3000만원이 아닌 현재의 평가금액 1억원이 대상이 된다. 김종석 팀장은 "자녀에게 장차 재산을 조금씩 물려줄 의도라면 사전 증여 신고로 세금 부담을 더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 단위로 1500만원까지, 20세 이상 자녀에게는 3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단 반드시 증여신고를 해야 자녀의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신고 절차는 간단하다. 국세청의 증여세 신고서(증여세 과세표준 신고 및 자진납부계산서)를 다운 받아 가족관계증명서, 통장사본(증여재산 및 그 평가명세서) 등과 함께 주소지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된다. 증여세 신고 기한은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엄밀히는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10년간 적립식펀드에 납입할 예정이라면 펀드 가입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 증여세 신고를 하는 게 좋다. "앞으로 10년간 매월 25만원씩 증여하겠다"고 신고하는 것. 이때를 놓치면 투자기간이 끝나는 10년 뒤에 하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투자 원금은 물론 수익금(이자)까지 전부 증여하는 것으로 간주돼 세금이 올라간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 증여 신고 번거롭다면 '증여신탁(펀드)' 어때?
'헉! 국세청' 아무리 증여 신고 절차가 간단하다고 해도 국세청은 일반인들에게 그리 친근한 장소가 아니다. 증여 신고가 부담스럽다면 증여 전문 상품을 활용해보자.
증여세 신고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기 증여세 신고를 통해 운용에 따른 수익 또한 고스란히 세금없이 물려줄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 6월 '동양자녀사랑사전증여신탁'을 출시했고 신영증권과 동부자산운용 등도 증여 전용 상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들 상품은 최저 가입금액이 1500만원 이상이고, 보험에 버금가는 장기 투자상품(신탁은 10년, 펀드는 기간 제한없음)이기 때문에 상품별 운용 방식과 해지 수수료 등을 꼼꼼히 짚어보고 신뢰할 만한 곳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동양자녀사랑사전증여신탁'은 사전 증여를 통한 적극적인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출시된 상품이다.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운용지시에 따라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등으로 운용된다. 주식운용의 경우 VIP투자자문 등을 주식운용자문사로 지정해 저평가 주식의 장기투자를 추구한다.
박종혁 동양종합금융증권 과장은 "가치 투자를 원칙으로 고객이 돈을 맡기면 발행어음이나 CMA 등으로 대기하다가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라며 "10년짜리 장기운용 상품임에도 출시 3개월여 만에 135억원의 수탁고를 올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신탁보수는 연 2.3%. 신탁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 중도 해지 시 가입금액의 2%에 해당하는 중도해지 수수료가 부과된다.
'신영플랜업사전증여신탁' 역시 미리 일정 자산을 자녀 명의로 맡겨 신탁 운용한다. 증여세는 신탁을 가입하는 시점에 확정되기 때문에, 신탁 운용에 따른 수익 발생 시 증여세 부과 없이 신탁운용수익까지 모두 증여 가능하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증여세 절감과 전문가를 통한 운용수익 제고, 자녀의 경제 마인드 형성 등 일석삼조를 노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가입 기간은 10년이다. 3년 이내 해지 시 이익금의 50%를 중도해지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
동부자산운용이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선보인 증여 전용 펀드인 '동부내리사랑증여증권투자신탁 제1호(주식-재간접형)'는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펀드를 스타일별로 선별해 집중 투자한다. 운용보수와 판매보수의 일부로 가입자의 증여세 신고대행 수수료를 지원한다. 신탁보수는 1.1~1.9%(Class별 차등화)이며, 환매 수수료는 1년 미만 이익금의 7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