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영화 영상을 보는듯한 프레임과 이색적인 앵글도 그렇지만 드라마 주인공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는 주변이 얇게 뭉개져 마치 화장품 광고(CF)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다름 아닌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덕분이다. 드라마 전 분량을 방송 제작용 카메라가 아닌 DSLR카메라로 촬영하기는 이 드라마가 국내 처음이다. 닥터챔프 제작진은 이 드라마 촬영에 5대의 '캐논 EOS 5D 마크II'와 70여개의 캐논 EF 렌즈를 동원했다.
◆DSLR, 방송·영화·CF 촬영 현장까지 파고들다
이에 앞서 OBS <강력 1반>, SBS <나는 전설이다>, tvN <조선 X파일 기찰비록> 등의 드라마 제작에도 DSLR카메라가 사용됐다.
민효린 주연의 온라인 영화 <로맨틱 무브먼트>, 우민호 감독의 <파괴된 사나이> 등 영화는 물론 브라운아이드소울 '비켜줄께', 조성모의 '그녀를 잘 부 탁합니다' 등 뮤직비디오 역시 DSLR카메라로 제작된 것들이다. 강동원이 출연한 아디다스 광고 CF도 마찬가지다.
'영상미'가 압권인 풀HD 다큐멘터리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SBS 다큐멘터리 대작 <최후의 툰드라>가 대표적이다. 4부작으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전 분량을 DSLR카메라의 풀 HD 동영상 녹화기능으로 촬영해 화제를 모았다.
틸트 시프트 렌즈를 활용해 광활한 자연을 마치 미니어처로 압축한 듯한 독특한 영상이나 밝은 노출이 요구되는 오로라 장면 등도 DSLR카메라 동영상 녹화기술로 담아낸 화면이다.
<최후의 툰드라> 연출을 담당한 장경수 PD는 "DSLR카메라로 초고감도, 고화질 촬영이 가능해 툰드라의 광활한 자연풍경과 동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인물의 표정 하나까지 섬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계에서 DSLR카메라가 주목받는 것은 DSLR카메 라의 동영상 촬영기술이 발달해 방송장비로 촬영한 영상 결과물에 견줘도 손색이 없기 때문. 더구나 DSLR카메라는 방송용 카메라에 비해 작고 가벼워 사용하기 편리할 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차량 추격신 등 위험하거나 제한된 공간에서 촬영할 때 DSLR카메라는 매우 요긴하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는 "DSLR카메라로 편리하게 방송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기자재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이는 그만큼 방송 영상시장에서 DSLR카메라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척도" 라고 말했다.
◆가정용 캠코더 문화도 달라진다
DSLR카메라가 동영상 녹화기능을 기본기능으로 탑재하면서 가정용 캠코더시장도 빠르게 잠식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일반 가정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DSLR 동영상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렌즈를 다양하게 바꿔가며 쓸 수 있다는 것이 DSLR카메라만의 매력이다. DSLR카메라는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해 광각, 망원, 어안렌즈 등 이색적인 화각의 동영상을 담아낼 수 있다.
화각이 넓은 광각렌즈를 장착하고 스포츠 장면을 촬영하면 보다 역동적인 화면을 연출할 수 있다. 화면 프레임이 둥글게 왜곡되는 어안렌즈로 피사체를 촬영하면 재밌고 이색적인 화면을 담을 수 있다.
심도 표현도 비교적 자유롭다. DSLR카메라의 심장부인 이미지센서의 촬상소자가 일반 캠코더에 비해 큰 덕분이다.
가령 밝은 단렌즈 혹은 망원렌즈를 장착하면 앞뒤 배경이 뭉개지면서 피사체만 선명한 일명 '아웃 포커싱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수천만원대의 방송촬영 장비에서나 가능한 CF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자친구 혹은 어린 아이 등 인물 사진을 '아웃 포커싱' 영상으로 담아낸다면 그만큼 값진 선물도 없을 것이다.
촬영자가 노출과 전체적인 영상 색감 조절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DSLR 전문영상, 나도 한번 찍어볼까
DSLR카메라의 동영상 녹화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약간의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간단히 녹화버튼만 누르면 촬영되는 가정용 캠코더와 달리 DSLR의 조리개값, 노출보정 등 설정원리를 알고 있어야 DSLR 영상다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촬영도 생각만큼 녹록하지는 않다. DSLR카메라의 동영상 녹화 기능에도 동체추적(AF) 기능이 지원되는 기종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앞뒤로 움직이는 인물과 사물을 추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감안해 인물 동영상 촬영 시에는 카메라와 일정 거리에서 수평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스포츠 경기 등 빠른 속도로 피사체들이 움직이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광각렌즈로 조리개값을 바짝 조여 촬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손떨림에도 상당히 취약하다. 안정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가급적 삼각대를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아웃 포커싱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밝은 단렌즈나 망원렌즈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니콘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요즘 최신 DLSR카메라의 경우 초보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 기능을 제공하고 조작법 또한 쉬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DSLR카메라와 영상 촬영기법을 이해한다면 훨씬 더 좋은 DSLR 영상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DSLR 어떤 게 있나
요즘 나오는 최신형 DSLR카메라에는 대부분 동영상 녹화기능이 지원된다. 그러나 업계의 동영상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이커별 장단점도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100만원 안팎의 보급형 기종으로는 니콘의 'D3100'과 소니의 '알파55'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니콘 'D3100'은 동영상 촬영 전 조리개값과 노출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고, 피사체 추적 자동초점(AF) 기능을 지원하는 게 장점이다. 기존 DSLR카메라에서는 동영상 촬영 시 연속 자동초점(AF)이 지원되지 않아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 그러나 이번 D3100에 탑재된 피사체 추적 자동초점(AF) 기능을 사용하면 움직이는 피사체도 한결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다.
적어도 자동초점(AF) 면에서는 소니가 최근에 출시한 신개념 DSLR카메라 '알파55'가 최강이다. 반투명 미러기술을 적용해 동영상 촬영 중에도 실시간 초고속 연속 AF 기능을 쓸 수 있다. 이에 따라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거나 카메라로부터 멀어지는 피사체의 초점을 비교적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임의로 조리개값을 설정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35mm 필름규격과 맞먹는 풀프레임 기종에서는 캐논의 'EOS 5D 마크II'가 인기다. 풀프레임 기종에서는 유일하게 풀HD 영상을 지원하는데다 초당 24프레임과 30프레임 등 프레임수를 조절할 수 있어 영화나 TV 드라마 느낌을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다. 현재 방송과 드라마 촬영에 이 기종이 자주 활용되는 이유다. 다만 본체 기준으로 300만원 중반대의 가격이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