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증시 2000 시대가 드디어 다시 열렸다. 지난 14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종가는 2009포인트. 2007년 7월 2000선을 처음 넘어섰다가 11월 초에 무너진 후 2000을 재탈환하는 데 3년이 더 걸렸다. 다음날인 15일에도 지수는 2017포인트로 마감하며 2000 안착에 청신호를 밝혔다.

증시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향후 증시 흐름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몇 가지 위험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승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 다만 내년에는 증시를 주도하는 업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맞는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증시 2000의 원동력은?
 
그동안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시점과 관련해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올해 중 2000포인트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적어도 내년 1분기는 돼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실제로 2000포인트까지 도달하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근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지난 11월23일 벌어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다. 사건이 터지기 전인 22일 증시는 1944포인트로 마감했다. 당시만 해도 연내 2000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포격사건과 함께 23일 증시는 1928포인트까지 밀렸다. 상당수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연내 2000포인트 돌파는 힘들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국내 증시는 생각보다 더 튼실했다.
 
지난 13일 2000포인트에서 불과 4포인트 부족한 1996포인트로 장을 마친 뒤 다음날 2000선에 도달했다. 이처럼 악재를 이겨내면서 주가를 밀어올린 데는 분명 그만한 원동력이 있기 마련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시경제 지표의 차별화를 첫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정 센터장은 "OECD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지표가 튼실하고 회복세도 빨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시경제 지표, 즉 기업의 이익도 예년과 비교해 차별화됐다"며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대표기업들이 글로벌 비교대상 기업들에 비해 괄목한 만한 실적을 냈다"라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한몫했다. 정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이머징시장이냐, 선진시장이냐에 대한 구분이 애매한 위치에 있다. 다만 국내 증시는 선진시장의 안정성과 이머징시장의 성장성을 겸비한 시장이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받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와 고유동성을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2000포인트에 도달하는 데까지 저금리와 고유동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아울러 예상보다 경기가 좋았고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꾸준히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1년 증시 흐름은 어디로?
 
중요한 것은 이런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증시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밝다.
 
정영훈 센터장 역시 비관론보다 낙관론이 힘을 얻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벤트성 악재들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랠리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다만 내년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출구전략과 맞물리면서 조정을 겪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증시를 주도하는 업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 센터장은 "앞으로 주도 업종은 IT와 금융 섹터가 될 것이다. 직전 대세상승기에 수익률이 안 좋았던 섹터가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마련이며, 순환매 차원에서도 그렇다"고 관측했다.
 
이종우 센터장 역시 내년 초까지 지금의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일단 2000대에 안착했다고 본다. 다만 내년 1분기를 넘어서면서 조정기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도주로는 IT를 중심으로 은행 및 건설 업종이 가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센터장은 "가장 큰 위험요인은 주가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라며"경제 상황도 만족할 만큼 좋아진 것은 아니므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증시2000, 웃을 일만은 아니다"
 
"증시 2000포인트를 빨리 돌파한 게 반갑지만은 않다. 올해는 1900 후반대에서 끝나길 기대했다."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 달성에 대한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의 솔직한 생각이다. 증시 2000시대가 다시 열린 지난 14일 장 마감 후 만난 이 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 사장 역시 국내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도 2000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해 왔었다. 다만 너무 급격히 오른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 사장은 "우리 증시가 2500포인트까지 갈 근거도 충분하다. 다만 2000포인트가 너무 빠르게 와서 걱정되는 것은 투자가들에게 버블 심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금융위기는 항상 버블로 끝난다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돈을 많이 풀면서 유동성 장세가 일어나고, 이는 나중에 버블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 사장은 "가장 이상적인 증시 흐름은 매년 10%씩 올라가는 것"이라며 "당연히 항상 주가가 크게 올라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적절히 꾸준히 올라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면서 비이성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다"며 "주가를 따라가느라 급해지면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