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알레르기가 심해 밥과 김치 이외에 다른 것은 먹을 수조차 없는 특이체질이었던 것이 김치와 인연을 맺게 했습니다. 김치는 저에게 생명의 은인과 같은 존재입니다.”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는 김치사랑으로 25년 외길을 걸어온 김치매니아다. 그는 1986년 한성식품을 설립해 지난해 매출 510억원을 올리는 김치전문기업으로 키웠다.
 
우리나라의 전통김치 외에 미니롤보쌈김치, 브로콜리김치, 미역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특허김치를 개발해온 그는 지난 2007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제1호 '김치명인'이기도 하다. 전태유 세종대 교수가 김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김치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김치사업을 하게 된 동기는?
 
A. 내가 김치사업을 시작할 때가 30대 초반이었다. 그 때는 그냥 주부였고 새댁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손맛이 있어 그런지, 이런저런 김치를 담그면 하나같이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
 
김치는 집에서 담가 먹을 줄만 알았지 사서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였다. 그런데 당시 모임이 있어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주방에서 나오는 대화를 엿듣게 됐다.
 
김치에 대한 손님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수 없어 애를 먹는다는 얘기였다. 그때 불현 듯 ‘제대로 된 김치를 만들어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판매하면 어떻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모두 말렸지만 사업을 시작했다.
 
Q. 김치사업을 하면서 느낀 보람이 있다면?

A. 무엇보다 내가 개발한 김치를 맛보고 “원더풀! 뷰티풀!”을 연발하던 외국인들을 보며 느꼈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김치에 대해 얼음장일 것 같던 러시아도, 김치라는 품목을 어떻게 규정지을지조차 모르던 인도도 우리 김치에 반했고, 덕분에 수출까지 하게 됐다. 이런 일을 겪을 때 가장 행복하고 김치사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Q. 김치 품질은 어떻게 관리하나?

A. 좋은 품질의 김치는 좋은 재료로부터 나온다.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25년간 직접 전국을 돌며 재료를 구했다. 산지의 농가들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식품산업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이기에 안전한 먹거리가 가장 중요하다. 위생과 청결, 이물질 제로화를 위해 공장 3곳이 모두 HACCP 및 ISO22000 인증을 받았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약청 FDA 인증과 미 국방성 인스펙션까지 모두 통과해 지금은 미8군인 용산과 평택기지에도 김치를 납품하고 있다.
 
Q. 세계김치협회장으로서 김치를 통한 한식 세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A: 한식을 알리는 것은 한국의 문화와 정신까지 알리는 것이고 엄청난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한식의 중심은 김치다.김치를 통한 콘텐츠는 아주 다양할 뿐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김치콘텐츠를 통해 김치세계화를 이루는 것은 곧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우뚝 세우는 일이다.

Q. 한성식품 김치만의 노하우는 뭔가?

A: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의 손맛으로 25년 동안 김치만 전문적으로 연구한 것이 한성식품만의 경쟁력이다. 원재료 선정에서부터 한성은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산지와 사전계약재배로 신선하고 안전한 고품질의 원료를 구매하고 있다.

또한 천연재료만 사용한다. 배즙과 꿀, 찹쌀풀로 단맛을 내고 직접 담근 젓갈과 육수로 간을 맞춘다.

이 외에도 여러 비법을 최근 나의 첫번째 김치요리책인 <명인의 맛, 85가지 계절김치>에 담아 소개했다.
 
Q. 2011년에 주력할 사업은?
 
A. 첫째, 김치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수출에 문제가 되는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정부와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심각한 문제로 불거졌던 배추파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자재 가격의 안정을 꾀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소속 회원업체들의 업체별 소요 배추량을 취합해 산지 직거래를 통해 공동구매하는 방안, 보관저장시설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치맛을 좌우하는 배추, 무, 고추와 같은 원재료의 성분 분석을 통한 표준화 작업도 세계김치연구소와 같이 공동 연구하고 있다.
 
두번째, 김치를 고부가식품으로 개발하는 일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전통적 개념의 김치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첨단기술 등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 김치의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고부가가치의 김치제품이야말로 기존 김치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돌파구다.
 
세번째, 세계인에게 모두 통용될 수 있는 김치레시피를 표준화하고 세계김치사전을 편찬할 계획이다. 원재료에 대한 표기 또한 통일시켜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표기까지 전 세계가 통일된 표기를 쓸 수 있도록 그 체계를 정립해 나갈 생각이다.

김치 교육사업도 중요하다. 지난해에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6개월 과정으로 ‘김치산업 전문리더과정’을 진행해 10월 말 수료식을 하고 26명을 배출했다. 이 교육과정을 확대해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김치산업의 핵심인재들을 꾸준히 양성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주에서도 먹을 수 있는 '동결건조김치'
 
김순자 대표가 개발한 여러 김치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이 동결건조김치다. 이 김치는 지난 2005년에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미래형 김치다.
 

전통김치에 동결건조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유산균이 가장 활발할 때 영하 40도 이하로 급속 동결한 후 진공 건조시켜 바삭바삭한 스낵 형태로 만들었다. 냄새와 국물이 없어 해외출장이나 여행, 등산 시 휴대가 간편하고 물만 부으면 영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싱싱한 김치를 맛볼 수 있다. 6개월간 장기보관이 가능한 데다 합성첨가물이 없는 웰빙건강식품으로 최근 정부로부터 국가 신성장동력 고부가가치식품으로 지정받았다. 우주식품, 편의식품, 대체식품, 비상식량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장성이 높은 식품으로 수출도 본격화할 예정. 동결건조김치의 응용제품으로 초콜릿김치와 분말건조김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