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대박의 꿈속으로 밀어 넣었던 로또. 수백억원의 당첨금은 그야말로 돈벼락에 다름 없었지만 정작 당첨자 본인은 그 '벼락'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다 '쪽박'만 남겨진 인생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월요일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로또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당장 돈벼락에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인생 역전의 짜릿함을 맛보겠다는 일념에서다. 그러나 횡재수의 이면에는 불행이 도사리고 있음을 여러 당첨자들의 경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연금복권은 이런 횡재수에 따른 불행을 미연에 차단하고 평생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그야말로 '진짜배기 복권'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지금 당장은 12억원이 크게 보일지라도 '20년 동안'이라는 의미를 따져보면 그 가치는 훨씬 적어지게 된다.

"당첨금을 한꺼번에 받으면 회사를 그만뒀을 텐데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게 됐습니다." 1회 '연금복권520' 당첨자 A씨의 소감이다. A씨의 말대로 연금복권은 20년 동안 500만원씩 당첨금을 나눠 지급하는 게 최대 장점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대박'보다 '안정'을 주기 때문에 서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630만장으로 한정된 물량은 인기에 편승해 매회부터 전량 소진되고 있다. '광풍'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서민들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연금복권 열풍을 진단해봤다.
 
류승희 기자
 
◇ 12억원이 아니라고?

"12억원을 한꺼번에 받을 수는 없나요?"

복권위원회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복권 구매자들은 대박을 노리기 때문에 매달 500만원씩 받는 것보다 20년치인 12억원을 한꺼번에 받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 복권은 12억원을 한꺼번에 받을 수 없다. 이 복권의 특징이 당첨금을 20년간 나눠서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가치도 다르다. '연금복권520' 1등 당첨금의 실질가치는 12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7억~8억원 수준이다. 시간이 갈수록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500만원의 가치는 20년 후에는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매달 지급금을 왜 500만원으로 정했을까?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가장 합리적인 금액을 고려한 것인데 보너스는 보너스대로 받고 일은 일대로 잘 하도록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금복권 위해 법까지 개정

새로운 복권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머리를 맞댄 건 2009년부터다. 2년의 연구 끝에 20년간 500만원을 분할 지급하는 지금의 '연금복권520'이 탄생했다. 하지만 복권 당첨금 지급방법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결국 복권위원회는 올 3월 당첨금을 분할해서 지급할 수 있도록 복권기금운용관리규정을 개정했고 7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연금복권을 만들기 위한 당국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복권도 세금을 낸다

연금복권의 경우 630만장을 판매하므로 63억원의 기금이 마련되는 셈인데 이중 59%가 당첨금, 11%가 수수료와 발행비용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30%는 정부 기금으로 쌓인다. 630만장이 다 팔린다고 가정했을 때 1회당 18억9000만원의 세금이 걷히는 셈이다. 복권 구매자들이 매회 20억원 가까이 되는 세금 징수에 반발할까? 그렇지 않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만큼 세금 징수에는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