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각종 자료 중에 '업체 생멸 통계'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신규사업체가 생기고 사라지는 것에 관한 통계다. 2004~2009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규사업체가 등록하고 3년 후에도 존속하고 있는 비율은 46.2%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3년이 지나면 2개 중에 하나는 망해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5년 후 존속률은 33.4%로 3개 중에 2개가 사라진다. 잔혹한 비즈니스의 현장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만큼 생존자체가 어려운 것이 비즈니스 환경인데, 창업 후 10년이 넘어가도록 잘 유지되는 기업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이다. 더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한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PGA 투어를 살펴보자. 오랜 시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10년간의 상금순위를 살펴보았다. 그 기간 동안 단 한번이라도 상금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총 42명이다. 최경주 선수가 2번, 양용은 선수가 1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질문. 10년 내내 상금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있을까?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지난 10년의 기간 동안, 상금순위 10위 안에 가장 자주 이름을 올린 선수는 누구일까?
제일 처음 떠오르는 이름은 타이거 우즈이다. 스캔들 전 골프황제로 군림하던 타이거 우즈.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복귀한다는 것만으로도 뉴스를 만들었던 저력의 사나이. 상금순위 10위에 모두 8번 이름을 올렸다. 그 중 5번이 상금순위 1위였으니 파괴력은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보다 한번 더 많은 9번 이름을 올린 선수가 있다. 바로 필 미켈슨이다. 2003년을 제외하고 항상 상금순위 10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4년부터 생각하면 지금까지 8년 연속 상금순위 10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 필 미켈슨의 게임은 어떨까?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필 미켈슨은 숏게임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75야드 안에서 친 웨지샷은 홀컵에서 평균 2.15m에 붙는다. 단연 1위다. 그린주변 30야드, 즉 홀컵에서 50야드 안쪽에서 파를 잡는 확률은 43%로 3위다. 웨지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조금 더 살펴보면 또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인다. 먼저 파5 버디확률 54%/2등. 파5만 만나면 둘 중에 하나는 버디다. 어떻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드라이버 평균거리 299.2야드/8등. 일단 장타자다. 드라이버 정확성 53%/180등. 거의 바닥이다. 멀리는 날리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그런데 어떻게 점수가 좋을까? 페어웨이가 아닌 지역에서의 그린적중률 57%/8등.
이제 그림이 보인다. 웨지의 달인답게 짧은 거리에서는 페어웨이가 아니더라도 그린에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정확성에 상관없이 일단 공을 멀리 보내면 된다. 우드를 잘 쳐서 그린주변 75야드까지만 보내면 공을 홀컵 2.15m에 붙일 수 있고, 버디를 잡을 수 있다. 필 미켈슨이 처음부터 장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특장점인 웨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찾기 시작했고, 2003년부터 거리를 많이 늘려왔던 것이다.
자신의 특장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전략의 선택과 과감한 연구개발. 지금 잘 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방법이다.
길게 보고, 멀리 가기
CEO골프
박경호 KPGS 헤드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