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의 두개의 엔진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매출액 77조7979억원 중 자동차에서만 67조1281억원을 올렸다. 전체 매출액의 86.3%가 자동차 분야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한단계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내세우고 있는 카드는 각자의 영역에서 힘이 실리는 분야다.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싸구려 브랜드에서 실용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현대차는 '브랜드 전략'을, 진부한 디자인으로 혹평을 받다가 세계 디자인상의 단골손님이 된 기아차는 '디자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 브랜드 가치 더 높이겠다


온라인 기사에 걸핏하면 제기되는 논란이 '댓글 알바'다. 특히 현대차 관련 기사에는 댓글 알바 논란이 많다. 자동차 포털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독 현대차 기사에는 안티가 따라다닌다. 국내 시장점유율 50%에 육박하는 기업에 대한 견제심리가 양산한 결과물이다.

고민이 깊었을까. 현대차는 10일 브랜드 캠페인 콘셉트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를 발표했다. 앞으로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일종의 약속이다.

목표는 두가지다. 브랜드의 친숙도와 선호도를 높이는 것. 현대차는 그동안 새로운 브랜드 방향성인 '모던 프리미엄'을 고객에게 알리는 것에 주력했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포부였다.


현대차는 이를 알리기 위해 일찌감치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의미)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 드라이버가 탑승한 427대의 쏘나타가 주행하면서 '메가 오르골'을 연주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현대차가 발표한 브랜드 캠페인 콘셉트 슬로건은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의 하위 개념이다. 고객이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캠페인 콘셉트를 추가로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 브랜드 경영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365일 찾아가는 시승 서비스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시승차를 가져다주고 전문 카마스터가 동행해 상담하는 방식이다.

원스톱 정비·수리 서비스인 '홈투홈 서비스' 역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현대차의 프로그램이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정비요원이 직접 찾아가 차량을 가져오는 '픽업 서비스'와 차량수리 완료 후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차량을 가져다주는 '딜리버리 서비스'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이들 서비스와 더불어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그간 경직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동주 현대차 브랜드전략실 이사는 "현대차가 고객들에게 다소 딱딱하게 접근한 점은 사실"이라면서 "이제 감성적으로 고객들과 함께하는 브랜드로 다가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자인 기아, K9으로 방점 찍을까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첫선을 보인 K7에 이어 두번째다. 올해 기아차의 유일한 신차인 K9(프로젝트명 KH)는 또 한번 신차의 디자인 공개 채널을 드라마로 잡았다. 그런데 노출되는 드라마의 제목이 흥미롭다. <패션왕>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디자인을 강조하는 기아차와 묘하게 닮았다.

3월 말 기아차는 언론을 상대로 신차 발표에 앞서 디자인 설명회를 열었다. 기아차의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부사장이 전면에 나섰다. 그가 한국에 온지 6년 만에 처음이자 국내 완성차업계 최초로 열린 언론 대상 디자인 설명회였다.

그는 BMW 출신의 크리스 뱅글, 아우디의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디자이너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1980년 아우디에서 디자인을 시작해 1993년 폭스바겐에서 실력을 쌓았다. 디자인 경영을 주도한 정의선 사장의 구애 끝에 2006년 기아차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기아차는 2006년과 2007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슈라이어 부사장의 작품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와 비슷한 궤도다. 밋밋하다고 평가받았던 기아차의 얼굴에 생동감이 느껴진 것도 이때부터다. 그가 디자인한 '호랑이 코 그릴'은 어느새 기아차를 상장하는 아이덴티티가 됐다.

최근 중고차 전문기업의 설문조사에서 슈라이어 부사장은 BMW 출신의 크리스토퍼 채프먼 현대차 수석디자이너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직 채프먼 수석디자이너의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슈라이어의 디자인에 호응하는 소비자가 더 많은 상태다.

기아차의 디자인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레드닷 디자인상(red dot Design Award)을 4년 연속 수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는 모닝(수출명: 피칸토)과 프라이드 5도어(수출명: 리오)가 이름을 떨쳤다. 모닝은 제품 디자인 부문, 프라이드 5도어는 수송디자인 부문에서 각각 본상에 올랐다.

iF 디자인상, IDEA 디자인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상에 기아차는 2009년 한국차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박스카 쏘울이 제품디자인 부분에서 장려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이후 2010년 유럽 전략차종인 벤가가 본상을, 2011년에는 K5와 스포티지R이 각각 최우수상과 본상을 수상했다. 특히 모닝은 2012년 iF 디자인상에서 제품디자인 수송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해 세계적으로 디자인을 인정받았다.
 
기아차는 최고급 세단 K9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K시리즈의 완결판이라는 호평도 있는 반면 BMW의 디자인과 닮았다는 혹평도 존재한다. 카피차량이란 평가에 대해 슈라이어 부사장은 세계 명차들과 비교되는 것에 오히려 영광스럽다는 반응이다. 앞으로 기아차 디자인 파워를 이어갈 수 있을지 5월 출시 예정인 K9에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