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미친 연비'라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하이브리드의 대부'라고 했다. 마침 휘발유가격은 103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운 터다.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던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시승할 기회가 생겼다.

프리우스는 국내 출시된 승용차 중 최고 연비를 자랑한다. 리터당 29.2km를 주행한다. 2위 그룹인 렉서스의 CT200h(25.4km/l)나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24.7km/l)와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의 원조라는 점이다. 1997년 첫선을 보였으니 자그마치 출시 16년 된 '노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최고의 연비를 자랑한다. 지난해 말 공개된 토요타의 아쿠아가 일본 기준 35.4km/l의 연비를 자랑하긴 하지만 이 역시 프리우스의 진화 차량이다.(프리우스의 일본 기준연비는 32km/l. 아쿠아의 해외시장 명칭은 프리우스C다.)


고유가로 인한 연비 경쟁이 뜨거운 요즘, 연비의 최강자이자 원조격인 프리우스를 지각 시승해봤다.


사진 류승희기자
 
◆평범하지 않은 실내 공간

"잘 모르시겠지만 이게 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브레이크를 한번 떼보세요."
보통 키만 넘겨받는 게 대부분인 시승차 인도 과정이 프리우스라면 서너배 길어진다. 보통 차량과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운전미숙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량 인도자의 지시대로 브레이크를 떼자 소리 없이 차량이 전진한다. 이미 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간단한 조작법을 숙지하고 나서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었다.


마치 오락실의 게임스틱처럼 짧고 뭉툭한 막대가 프리우스의 변속기다. 변속기에는 P(파킹)모드가 없다. 대신 바로 위에 버튼이 P모드를 대신한다. 기존 변속기에 익숙한 대다수의 운전자가 혼란스러울 법한 구조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그런 것처럼 스타트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도 차에 미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디지털계기판의 변속정보가 주행준비를 끝냈음을 확인시켜준다.

실내디자인 역시 기존 차량과 차이가 있다. 스티어링 휠 전면부에 위치한 계기판이 차량 중앙부로 올라간 것이 우선 특이하다. 계기판에는 연료게이지와 속도계, 변속계, 하이브리드 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플라스틱 소재처럼 느껴지는 실내 마감재는 다소 아쉽다. 도어를 여닫을 때 느껴지는 울림도 왠지 가볍게 느껴진다. 연비에 맞춰진 차라고 위안을 삼고 도로주행을 시작했다.
 

사진 류승희기자
 
◆대중성 갖춘 승차감

프리우스에는 세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EV모드, 에코모드, 파워모드다. EV모드는 오로지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에서 모터의 힘으로만 주행하는 기능이다. 수시로 EV모드로 변환해 주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모드로 전환됐다. 저속으로 1~2km밖에 주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인지하게 됐다. 실제 사용빈도가 낮아 보이는 기능이다.
연비를 고려한 에코모드로 주행해봤다. 교차로에서 신호 교체 후 출발 속도는 다른 차에 비해 1~2초 늦게 반응한다. 속도를 끌어올리기에 다소 벅차다. 하지만 한번 탄력이 붙으면 속도를 유지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주행거리가 더 늘어나는 기분이다.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는 기능이어서 안전운전습관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다.

반면 파워모드로 변환하면 일반 가솔린차량의 힘이 느껴진다. 경쾌한 엔진음도 동반된다.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선택한 파워모드는 때때로 고급차종보다 우월한 주행성능을 뽐내기도 했다.

등판능력은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간혹 하이브리드 차량은 급경사 오르막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프리우스와는 무관해보였다. 다만 언덕길 정차에서 밀림현상이 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승차감은 국내 중형차와 비슷하다. 아주 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불편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다. 핸들링도 중간 정도다. U턴을 하기 위해 한손으로 핸들링을 해도 무리가 없지만 부드러운 편은 아니다. 서스펜션 역시 부드럽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일반적인 운전자에게 가장 적합한 '대중성'을 모티프로 삼은 듯하다.

모터로만 구동되는 저속구간에 익숙해진 탓인지 고속 및 가속구간에서 엔진과 노면소음이 제법 크게 들렸다. 정숙성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토요타에 기대치가 높은 것도 소음이 크게 느껴진 이유다.
 
◆연비 성능, 단연 으뜸

소비자가 꼽는 프리우스의 가장 큰 매력은 어쨌거나 연비다. 리터당 30km에 육박하는 공인연비에 매료되지 않을 운전자는 없다. 그렇다면 실제연비와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서울-공주를 오가는 동안 평균 연비는 21.5km/l를 기록했다.

상황별로 보자면 연비 차이는 크다. EV모드와 에코모드로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했을 때 연비는 25.8km/l가 나왔다. 지금까지 경험한 차 중 단연 최고다. 일반모드에서 시속 140km를 주행했을 때도 탄력주행을 하면 21km/l를 유지했다. 반면 파워모드 시 연비는 18.3km까지 떨어졌다. 모두 고속도로 주행이다. 시내 주행에서는 이보다 1~2km/l가 더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우스의 연비는 단연 발군이다. 다른 하이브리드 차의 실제 주행연비가 16km/l를 유지하기도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실컷 달려도 연비성능이 오히려 앞선다. 오로지 연비에 초점을 맞춘 차다운 결과다.

연비 효과가 가격으로 부담되는 점은 다소 아쉽다. 트림별로 3130만~4120만원이다. 다른 하이브리드 차종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