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로 한창 예민해질 때면 누구나 한번쯤 '경찰에 신고할까?' 또는 '고소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소음 유발자인 윗집 가족을 다스릴만한 법이 있으리라는 전제 아래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이다.
 
층간소음 피해와 그로 인한 이웃 간의 분쟁이 날로 격화되면서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이웃과 소송에 이른다면 승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아파트 하자소송 전문가인 윤홍배 변호사(40·법무법인 민)는 우선 층간소음 문제가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뗀다.
 

사진_류승희 기자
 
"우선 나와 같은 피해를 입고 있는 입주자가 많이 발생한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인지, 나만 피해를 입고 있는 생활소음 문제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의 경우 두가지 소송을 준비할 수 있다. 우선 주택법 등에서 제시하는 주택건설기준을 고려한 하자담보책임소송이다. 보수비용을 청구하거나 하자보수공사를 진행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 최근 시행사의 책임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두번째는 분양계약에서 정한 소음방지시설이나 방음조치에 관한 특약을 고려한 채무불이행책임소송이 있다. 이 역시 손해배상 범위 및 규모나 진행과정은 비슷하다.
 
문제는 아파트 구조상 결함을 묻는 소송이 아파트 소음 관련 소송 중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사례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시행·시공사를 상대로 법이 판단하는 아파트 하자에 대한 기준인 '기능상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을 밝히기 어려운 까닭이다. 더군다나 집단소송이 되면 아파트가격 하락이라는 실리적 문제까지 겹치게 되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는 경우는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차음공사비 수준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받더라도 정신상 손해배상은 또 다른 산이다. 정신적 배상을 입증하려면 정적기준과 실제소음의 차이, 정신적 고통기간, 보수요청 노력, 차음공사비 배상과 실제지출액 차이 등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흔히 층간소음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웃의 생활소음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집합건물법에 추상적 근거가 있다. 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경매 청구를 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미 사문화된 법이어서 이 조항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예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 윤 변호사의 이야기다.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다.
 
설령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고의과실입증책임이 있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공인된 전문가 입회하에 늦은 시간 여러 차례 증거를 수집해야 증거 채택 가능성이 높다. 흔히 개인이 제작한 영상이나 녹음기록은 객관성이 답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
 
금전적 배상이 따른다 하더라도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 역시 한계다. 예컨대 소송비용은 500만~1000만원이 들 수 있지만 배상액은 100만원에도 못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분쟁조정제도를 통해 재산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피해자는 윗층의 활동에 의해 환경피해가 발생한 점과 이로 인해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점을 밝혀야 한다. 참고로 관계법령상 기준치를 초과했다 하더라도 건축시기와 조건에 따라 기각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규는 경범죄처벌법이다. 하지만 1조 25호 음주소란과 관련된 법이어서 실제 층간소음과 관련해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선 경찰에서 소란이나 소음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하더라도 상호 합의를 권할 뿐 처벌하는 사례는 좀처럼 없다. 게다가 범칙금도 5만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윤 변호사는 아파트관리단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한다.
 
"단지별로 주택법령에 따른 공동주택 관리규약이 있습니다. '몇회 이상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흡음재를 깔아놓도록 한다'는 식의 규약을 정해놓을 수 있죠.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문제지만요."
 
문제 해결의 열쇠는 법원이 쥐고 있다. 집합건물법에 따라 아파트 사용 금지와 같은 판결이나 하자담보책임 관련 소송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올 경우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윤 변호사는 기대하고 있다. 건축물의 기능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 많아지면 건설사 스스로도 시공 연구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사후적 책임을 묻는 판결보다 사전에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판결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자신도 층간소음 문제를 경험했지만 결국 '참았다'고 고백한다. 피해자인 동시에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아파트 생활자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거주 트렌드가 아파트로 정형화됐고, 대다수의 국민이 아파트에 사는 한 계속해서 발생할 문제인 만큼 교육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법이 생기고 나서 그 법이 정착되고 유의미한 최종판결이 나오려면 적어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합니다.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법과 시공기술, 교육을 통한 문화의식 등 3박자가 맞아야 층간소음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