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울림이다. 1~2초 간격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탕탕' 튕기는 7.3kg의 타이어에서 나는 소리치곤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대화를 해도 크게 울려서 들린다.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듯하다. 표준 중량충격음 발생기인 뱅머신(Bang Machine)은 이런 환경에서 소음도를 측정한다.
지난 16일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음향실험실 내 잔향실험실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제 중량충격음 연구과정을 시연해봤다. 잔향실험실은 가능한한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이다. 실험실이라는 이유로 복잡한 전기·전자기기가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큰 방에 경량과 중량충격음을 발생시키는 기기와 책상 하나가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방 안에는 특이하게도 철판으로 된 구조물이 있다. 실험대상인 슬라브 구조를 타설하기 위해 쓰이는 거푸집이다. 이 틀을 이용해 두께와 내부 흡음재 등을 결합한 슬라브가 만들어진다.
뱅머신이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대신하는 중량충격음을 발생하는 기기라면, 태핑머신은 물건을 떨어뜨린 듯한 가볍고 딱딱한 소리를 대신하는 경량충격음을 방생하는 기기다. 이 방에서 충격음을 만들어내면 아래층에 장착된 소음계 및 주파수 분석기 등의 장비를 통해 소리를 분석한다. 소음 발생부는 중앙부를 포함한 네 귀퉁이 중 4곳 이상이다. 여기에 충격을 가해 발생한 평균값을 등급의 결과물로 한다.
현재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은 4등급으로 나뉜다. 경량 43dB 이하, 중량 40dB 이하면 1등급이다. 이후 5dB씩 측정값이 커질수록 등급도 낮아진다. 최하등급인 4등급을 넘어서면 재심사를 거쳐야 한다.
◆층간소음 연구는 '제자리걸음'
2003년 생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2005년에 개정된 법령에 의거, 위와 같은 방식의 바닥충격음 테스트를 통해 시공기준을 맞추고 있다. 층간소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형사는 이때를 기준으로 앞다퉈 연구개발센터를 개설하고 소음저감 공법을 연구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한때 바닥 두께를 줄이면서 소음 수준을 낮추는 방법이 층간소음 저감 연구의 화두였다고 한다. 리모델링 증축이 관심을 갖던 시기다. 바닥 두께를 줄이면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앞선 기업은 대림산업이었다. 대림산업은 2007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층간소음 1~4등급 기술성적서를 취득했다. 대림산업이 당시 개발한 1등급 기술은 기존에 비해 중량충격음은 36dB로 동일하지만 경량충격음에서 2dB 낮은 36dB을 기록한 구조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아울러 바닥완충층의 두께도 표준규격인 110mm를 만족시켰다. 기존 1등급 기술에 적용된 130mm를 20mm가량 줄인 셈이다. 이를 앞세워 대림산업은 리모델링 분야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다. 바닥완충층을 줄인 만큼 천정고를 높여 개방감을 높이는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의 슬라브 두께는 현행 표준바닥구조인 210mm의 60% 수준인 120mm에서 결정됐다. 리모델링을 하게 된다면 바뀐 법정 층간소음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바닥을 두껍게 재시공해야 했는데, 이때 천정고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바닥구조연구는 2008년에서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위기로 인한 여파로 주택시장이 어려워지자 긴축경영을 시작한 건설사들이 당장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분야의 인적·물적 지원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위와 같은 연구기관을 갖춘 건설사도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대형사에 국한돼 있다. 연구기관을 가지고 있는 중견사도 간혹 있지만 층간소음에 국한된 실험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형사 역시 한자릿수 직원을 배치하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잔향실험실에서 김태희 과장이 중량충격음 실험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고등급 소음기준 충족한 아파트 많지 않은 이유
2004년 이후 정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과 관련, 주택건설업체들이 분양하는 1000가구 이상 단지는 입주자모집공고나 분양공고 시 반드시 소음등급을 표기하도록 규정했다.
실제 공고를 보면 4등급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분양한 1000가구 이상 단지의 층간소음 평가를 보면 잘 드러난다. GS건설의 동탄2센트럴자이(경량 1등급, 중량 3등급)와 SK건설의 시흥 배곧 SK뷰(경량 3등급, 중량 4등급)를 제외하면 모두 4등급 단지들이다.
이미 기술수준은 1등급을 공급할 만큼 성장했지만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건설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성능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면 자재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높은 등급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용화하기에 부담이 크다"면서 "일례로 이를 적용할 완충재 가격이 회배(1㎡)당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용이 10배로 증가할 때 그에 따른 만족도도 10배로 증가하느냐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흔히 일반 바닥완충재를 두껍게 시공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있다. 천고가 낮아지는 한계 외에도 완충재의 물성이 변하면서 생기는 바닥의 변화가 무엇보다 걸림돌이다. 가령 무거운 냉장고나 피아노 근처는 바닥이 움푹 들어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바닥에 누웠을 때 옆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흔들림이 느껴질 수도 있다. 아랫집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택 구입자에게 불편한 주택을 사라고 종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가격을 다소 높이더라도 고급자재를 적용해 층간소음 절감 아파트를 공급하면 어떨까. 건설업계는 설계가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현장 근로자의 단순 실수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건설의 한계에서 오는 문제까지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층간소음에 대해 느끼는 피해규모가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도 드러내놓고 층간소음 감소 아파트를 홍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그간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소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주거환경 기대수준에 비해 경제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거주자의 눈높이를 주택건설기술개발이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소비자의 주거환경 개선이 주택건설업계의 대의명분인 만큼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