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입법이 추진되면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의 연장선상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는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 재계 등이 서로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업종불문하고 원칙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 이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법 위반 총수일가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일감을 몰아준 회사와 받은 회사 모두 관련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일감을 몰아준 회사에만 2~5%의 과징금을 매기는 현행 규정과 비교해 과징금이 최대 두배 이상 늘어나는 수준.

이 같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30대 그룹 중 112개 계열사가 이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재계를 포함한 일부 학계에서는 법 적용의 합리성 여부를 놓고 지탄하는 목소리가 크다.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가 회사기회의 유용이나 중소기업 고유업종 침탈, 총수일가에 의한 편법적 상속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비용의 내부화, 리스크의 분산, 기업비밀유지, 공급처 내지 판로의 안정적 확보 등 경영효율성 측면이 상당수 있으므로 행위의 부당성 판단 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적용시 기준이 되는 개정안의 일부 내용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할 때' 제재를 가한다는 항목. 어떤 내부거래가 상당히 유리하고, 특혜를 준 것인지 이번 개정안이 불분명한 조항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재계 다수의 의견이다.

일러스트 임종철
그러나 이 같은 논란과 별개로 정작 법 통과 여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기업들이다. 그렇다 보니 법 통과가 주시되는 현 상황에 긴박하게 대처하는 기업들의 모습들이 일부 감지된다.

4대 그룹 가운데선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장 먼저 선제대응에 나섰다. 이 그룹은 지난 4월17일 6000억원 규모의 일감몰아주기 물량을 중소기업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물류 분야 일감 4800억원과 광고 일감 1200억원 어치를 중소기업에 발주하거나 경쟁입찰에 붙이겠다고 한 것. 올해 물류 발주액의 45%, 광고 발주액의 65%에 해당하는 규모로 사실상 전체 물류·광고분야 일감의 절반을 중소기업에 넘기는 꼴이다.

현대차에 이어 삼성·SK·LG 등 주요 그룹도 내부 거래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재계 전반에 걸쳐 내부거래 축소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머니위크>는 재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이번호부터 실제 폐해사례를 연재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