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스1


삼성전자 분사론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데에는 여러 제약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별 전문성은 물론 독립적 보상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간 시너지 저하·지배구조 재편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조직 구성원·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만큼 분사에 따른 득실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 분할 시나리오가 주목받으면서 이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선 DS(반도체)와 DX(완제품) 부문을 분사할 경우 사업별 전문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두 부문은 투자 규모·업황 사이클·주요 고객군 등 여러 영역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분사 시 사업별 맞춤형 성장 전략을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거란 진단이다.



실제로 두 부문의 업황이 엇갈리면서 실적과 설비 투자가 크게 차이가 났다. 올해 상반기 DS부문의 누적 영업이익은 142조9000억원으로 전사 이익의 97.4%를 차지한 반면 DX부문은 2조1500억원에 그쳤다. 시설투자 또한 같은 기간 전체 28조원 중 DS부문에만 91.5%(25조6000억원)가 집중됐다. DS부문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속 호황을 누리는 것과 달리 DX부문은 원가 부담이 커져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분사할 경우 부문별 기업가치 평가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지난 6월 미래에셋증권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DX부문 산출기업가치는 91조4000억원으로 전체 기업가치(3488조원)의 2.6%에 불과하다. DS부문의 기업가치가 3353조6000억원인 것과 대조적이다.

서로 다른 두 부문이 한 회사에 묶여 있다 보니 개별 사업의 경쟁력과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DX부문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분사할 경우 사업별 특성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성과급에 따른 노노 갈등도 완화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현재 DS와 DX 부문은 실적뿐 아니라 성과급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면서 구성원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DX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동행노조가 오는 21일 보상 개선 요구 집회까지 예고한 가운데 각 사업 특성에 맞춘 독립적인 성과·보상 체계를 구축해 형평성 논란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시스


분사를 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분사 과정에서 풀스택 기업 고유의 시너지는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을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부품과 세트 사업 간의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적 완충 효과도 약화할 수 있다. 올해는 DS부문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난이 이어졌던 2023년에는 DX부문 실적이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당시 DS부문이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때 DX부문은 14조2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반도체 부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인적·물적분할 모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인적분할의 경우 기존 삼성전자 주주들이 분할 비율에 따라 DS와 DX 지분을 각각 보유하게 되고 물적분할 시엔 분리된 사업이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돼 기존 주주들이 신설회사를 간접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분할된 신설회사가 외부 투자 유치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지배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도 변수다.상법에 따라 삼성전자는 회사 분할·합병을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두는 한편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할 방식에 따라 지배구조와 주주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주주들의 충분한 동의를 이끌지 못할 시 분사 추진에 부담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체제에서는 지배구조·주주 문제 등을 고려할 때 DS와 DX로 당장 분리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노노 갈등은 회사를 나누기보다는 각 부문 특성에 맞는 성과급 체계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분할 시나리오를 달리 가져간다면 현실성이 있을 수 있다"며 "삼성홀딩스 체제를 구축하고 해당 기업이 DS와 DX 지분 100%를 보유한 채 각각을 독립 회사로 두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