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으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에 오른 ‘샐러리맨 성공신화’ 강덕수(64) STX그룹 회장이 최대 위기에 몰렸다. 맨손으로 뛰어들어 그룹을 재계 10위권에 올려놨지만 최근 ‘유동성 위기’라는 파고에 직면하게 된 것. 공격 경영의 대명사인 강 회장이 위기를 넘기 위해 어떤 묘수를 쓸지 관심이 쏠린다.
◆큰 덩치가 오히려 발목 잡아
STX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강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서 비롯된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거대해진 몸집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에 민감한 조선-해운 수직계열화 기업구조는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했다.
결국 지난 4월2일 STX의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었다. 강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대주주 주식 처분 및 의결권 행사 제한 위임장과 구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그가 밝힌 ‘백의종군’은 얼어붙은 업황 속에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확률이 높다. STX건설은 지난 4월26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STX 관계자는 “지분이 상당 부분 담보로 잡혔다는 것은 강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뜻”이라며 “담보로 잡힌 지분의 수준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권 위임에 대해서는 채권단 쪽에서 나온 얘기로 알고 있고 아직 구체화되거나 계획이 잡힌 것은 없다”며 “자율협약은 경영권을 유지해주면서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긍정적인 검토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앞서 지난해 12월 그룹의 핵심 축 중 하나인 STX팬오션 매각이라는 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고 현재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장고를 거듭한 결단이었지만 유동성 위기를 피하지는 못한 셈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8개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적용했던 자금 지원과 구조조정 방식을 따라갈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정상화 방안은 6월 말경에 구체화된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과 함께 그룹의 전체 매출 60∼70%를 차지하는 STX중공업, STX엔진 등 조선부문 계열사와 STX팬오션, ㈜STX 등에 대한 처리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STX중공업과 STX엔진, ㈜STX도 현재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다.
채권단이 쥐고 있는 STX의 운명은 STX조선해양 처리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경제파급 효과를 고려해 경영정상화에 방점을 찍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STX조선해양을 시작으로 계열사 분리 매각 등을 통한 그룹 해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버릴 건 버리고 핵심계열 위주로
강 회장은 그룹의 곁가지를 잘라내고 줄기를 더욱 단단히 하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STX조선해양의 주요 해외 계열사인 STX다롄, STX프랑스, STX핀란드의 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TX다롄은 현재 중국 정부가 실사를 진행 중이다. STX는 지난해 12월부터 STX다롄의 자본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크루즈를 건조하는 STX프랑스와 STX핀란드도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STX프랑스와 STX핀란드, STX다롄이 매각되면 최대 2조원가량의 유동성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TX다롄은 중국 정부가 진행 중인 실사가 끝나야 증자 또는 블록딜 여부가 결정된다.
이외에도 강 회장은 ㈜STX가 보유하고 있는 STX에너지 지분 43.15% 전부를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최대한 곁가지를 쳐내 자금난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매각이 성사되면 그룹은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TX는 지난해 12월 STX에너지가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에 3600억원 규모의 외자유치를 하면서 발행한 4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이용을 노림수로 뒀다. 당시 계약은 ‘오릭스가 교환사채를 행사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STX에너지 대표이사가 주식을 다시 사올 수 있다’는 콜옵션(주식매수권) 조항을 담고 있다.
강 회장은 계획대로 교환사채를 행사해 지분 6.95%를 추가하며 지분율 50.1%로 최대 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6.95% 지분의 의결권은 한앤컴퍼니에 위임하고 경영권을 양도할 가능성이 높다.
강 회장의 이 같은 대응은 그룹 핵심 계열사들만 남기고 모두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강 회장이 품고 갈 것으로 보이는 곳은 STX조선해양, STX건설, STX중공업, STX엔진 등으로 정리된다. 다만 이들 모두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법적관리, 어음 및 수표의 부도, 대출원리금 연체 등의 상황에 빠져 있어 회생 결과를 확실히 예측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덕수 STX 회장은?
강덕수 STX 회장은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한 후 개인 돈 20억원을 모두 털어 쌍용중공업(현 STX)을 사들였다. 이로써 강 회장은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자신이 근무하던 기업의 오너 경영인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했다.
강 회장은 2001년 이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2007년 아커야즈(현 STX유럽) ▲2009년 하라코산유럽(현 STX솔라)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또 ▲STX엔파코(현 STX메탈) ▲STX중공업 ▲STX건설 ▲STX다롄 등을 신규 설립하며 단기간에 STX그룹을 재계 1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강 회장은 지난 2000년 조선-해운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매출 2605억원을 기록했던 STX를 2008년 28조원까지 끌어 올렸다. 8년 만에 매출을 106배나 늘린 셈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최근에는 그룹 차원의 위기에 부딪혔다. 강 회장이 설정한 조선-해운으로 수직계열화된 기업 구조는 이러한 조선과 해운의 경기침체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강덕수 STX 회장은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한 후 개인 돈 20억원을 모두 털어 쌍용중공업(현 STX)을 사들였다. 이로써 강 회장은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자신이 근무하던 기업의 오너 경영인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했다.
강 회장은 2001년 이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2007년 아커야즈(현 STX유럽) ▲2009년 하라코산유럽(현 STX솔라)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또 ▲STX엔파코(현 STX메탈) ▲STX중공업 ▲STX건설 ▲STX다롄 등을 신규 설립하며 단기간에 STX그룹을 재계 1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강 회장은 지난 2000년 조선-해운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매출 2605억원을 기록했던 STX를 2008년 28조원까지 끌어 올렸다. 8년 만에 매출을 106배나 늘린 셈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최근에는 그룹 차원의 위기에 부딪혔다. 강 회장이 설정한 조선-해운으로 수직계열화된 기업 구조는 이러한 조선과 해운의 경기침체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 프로필
1950년 8월18일 경상북도 구미 출생 / 1969년 동대문상업고등학교 졸업 / 1974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1973년 쌍용양회 입사 / 1975년 쌍용정보시스템 부장 / 1993년 쌍용중공업 대표이사 / 2001년 STX 사장 / 2002년 STX에너지 사장 / 2003년 STX그룹 회장 / 2004년 STX팬오션 대표이사 회장 /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 2012년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