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wish upon a star~’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시작될 때 늘 이 노래가 나온다. 이때 팅커벨은 중세의 성을 한 바퀴 ‘샤라라~!’하고 돈다. 이런 곳이 실제로 있을까. 언덕 위에 있는 환상의 성, 그림 같이 예뻐서 그림 책의 모델이 된 곳, 독일 퓌센으로 간다.
◆낭만가도의 종착지, 퓌센
퓌센(Füssen)은 지나가는 여행지이다. 로맨틱 가도의 남쪽 끝에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시간이 없는 여행자들은 잘 머무르지 않는다. 보통은 뮌헨에서 시간을 보내다 노이슈반슈타인성(Schloss Neuschwanstein)이 있는 슈방가우(Schwangau)에 가기 위해 이곳을 지나친다. 그렇지만 퓌센은 독일 시골마을의 고즈넉함과 여유, 쾌적한 공기와 산, 물, 고성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뮌헨에서 퓌센까지 기차로 2시간이다. 고속 열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라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 같은 RE선을 타고 천천히 여행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보는 풍경은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넓은 초원과 하늘, 시골집, 시골풍경…. 무엇을 더 하지 않아도 힐링은 이미 끝난 셈이다.
퓌센은 작은 동네다. 그런데 아래 위로 있을 게 다 있다. 알게우알프스 산맥과 레히강, 초지가 마을을 둘렀다. 이곳은 옛 로마제국의 국경초소가 있던 지역으로 호에스성이 있다. 그러니까 천천히 산책을 하다가 강가에서 물 구경도 하고, 중세시대 성을 보고, 바이에른 맥주 한잔을 마시고, 밤에는 총총 떠 있는 별 구경을 하면 된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노이슈반슈타인 성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 이 어려운 이름부터 해결해 보자. 번역하면 ‘새로운 백조의 성’이라는 뜻으로 이 성을 지은 루드비히 2세가 백조를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 그린’ 중 백조 전설에 영감을 받아 지은 성이라고 하는데, 바그너를 무척이나 아꼈던 그는 성 안에 공연장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성은 미완성이다. 1869년부터 짓기 시작했으나 1886년 루드비히 2세의 죽음으로 중단됐다. 성도 성이지만 건축주인 루드비히 2세도 이야기가 꽤나 많은 인물이다. 살아서는 출중한 외모와 복잡하면서도 기이한 사생활로 흥망성쇠를 치렀고, 해결되지 않는 수수께끼를 남긴 채 요절해 성과 함께 신비로운 인물로 남았다.
애정결핍과 우울증은 루드비히 2세를 예술, 낭만적인 이야기, 아름다움 등에 심취하게 했고,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는 ‘건물 짓기’로 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말고도 아름다운 린더호프 성(Palace Linderhof), 헤렌킴제 궁전(Herrenchiemsee)을 건축했다. 이 중 린더호프 성만 완성했고, 두 개의 성은 미완으로 남아있다. 루드비히 2세는 ‘백조의 성’이 관광지로 전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죽으면 성을 부수라고 했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성은 최고의 관광지가 돼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성을 둘러보는 과정은 녹녹하지가 않다. 예약을 하지 않는다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관람이 자유롭지 않아 반드시 가이드를 따라 정해진 구역만 둘러봐야 하고 사진을 찍을 수도 없다. 엄격한 규율에 맞춰 성안의 내부는 눈과 마음에 담아오는 수밖에 없다.
성이 미완성인 만큼 가인의 방, 왕조의 방, 침실, 화장실, 조리장 정도를 볼 수 있는데, 내부의 장식과 인테리어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무게 900kg의 샹들리에, 조각가 14명이 4년 6개월 동안 만들었다는 침대 등은 보고 있으면서도 실제가 아닌 듯이 느껴질 정도이다. 재미있는 것은 외관은 중세인데 내부는 중앙난방, 수도, 수세식화장실, 전화, 주방 기구 등 근대 문명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19세기 말 건축물이니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루드비히 2세는 3개월을 살고 의문사를 당한다.
기다림에 비해 짧은 투어를 마치면 감동을 조금 더 연장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마리엔다리(Marienbrucke)에서 이 성의 외관을 감상하는 것이다. 멀리는 슈방가우 마을이 호수를 배경으로 한가롭게 펼쳐져 있는데 마을 위로 비탈, 비탈 위로 산, 그 산의 언덕 위에 백조의 성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 생각날 것이다. 바로 미국 LA 디즈니랜드 성이 바로 이 ‘백조의 성’을 모델로 만들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수많은 동화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던 그림이다. 신데렐라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마 탄 왕자님, 중세의 기사가 살고 있는 파란 지붕을 얹은 하얀 성 말이다. 그렇구나. 그래서 이 성이 더 친근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나 보다.
◆호엔슈방가우 성과 백조의 호수
백조의 성에서 바라보면 노란색 그림 같은 성이 보인다. 이것이 호엔슈방가우성(Hohenschwangau)으로 루드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루드비히 2세의 아버지 막시밀리안 2세가 버려져 있던 성을 1832년에 사서 네오 고딕양식으로 개축하고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성은 전망이 예술이다. 이곳에서 보는 노이슈반스타인성도 좋고, 이곳을 포함해 알프시(Alpsee) 호수와 알프스 산자락을 보는 풍광이 꿈에서나 본 듯한 모습이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두 성 사이에 있는 알프시 호수다. 백조의 성이어서 키우기 시작한 건지, 처음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호수에서 백조들이 노닌다. 그야말로 백조의 호수다. 아이들이 백조를 놀리고, 하얀 털의 우아한 어미 백조와 함께 아직 회색 솜털을 덮은 새끼들이 종종 떠다니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
사진도 못 찍어오는, 실패한 왕의 건축물을 잠시 보겠다고 멀리도 왔다. 한국에서 독일, 독일에서 퓌센, 퓌센에서 슈방가우, 그리고 오랜 기다림…. 여정만 보면 생고생이다. 그렇지만 이게 또 여행의 맛이다. 뮌헨에서 퓌센까지 오는 동안 힐링했고, 퓌센의 작은 마을을 구경하며 행복했고, 아름다운 백조의 성을 보며 감탄했다. 충분하지 않은가?
[여행 정보]
● 한국에서 퓌센 가는 법
독일 여러 곳에 국제공항이 있고, 한국에서의 직항은 프랑크푸르트가 가장 많다. 일단 독일에 입국한 후 기차편(BAHN)을 이용해 퓌센까지 간다.
● 독일 기차 정보
독일철도를 BAHN이라 하는데 이는 지하철에서부터 최고급 라인인 ICE(우리나라 KTX에 해당)까지 모든 노선을 포함한다. 여행자를 위한 ‘German Rail Pass’가 있는데 이것은 유레일과는 별도이다. 그러므로 독일 내에서 여행할 경우에만 자신의 여행일수를 계산해 구입한다. 3일권에서 10일권까지 다양하며 기차 타는 날 해당 일자를 기입한다. 해당 날에는 자유이용권처럼 하루를 마음껏 쓸 수 있어 실용적이다.
German Rail Pass: http://www.germanrailpasses.com/
레일유럽(유럽 철도정보 및 에야. 한국어): http://www.raileurope.co.kr/
● 노슈반스타인성 투어 정보
- 퓌센역에서 노슈반스타인성 가는 법 : 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슈방가우 마을까지 간다. (왕복 4.4유로, 편도 2.2유로)
- 노슈반스타인성 입장료 : 12유로 (국제학생증할인 11유로)
< 퓌센 여행정보 >
바이에른주 관광청 사이트: http://www.bayern.co.kr
라이헨 거리(Reichenstr.) : 퓌센의 메인 도로다. 작은 동네에서 식당과 쇼핑 공간이 몰려있는 곳이다. 길 끝에서는 레히(Lech)강을 만날 수 있고, 호에스성과 성 망크 수도원이 있다.
호에스성(Hohes Schloss) : 전면에 그려져 있는 착시벽화가 재미있는 이 성은 중세시대와 19세기 예술품이 보존돼 있다. 13세기말 바이에른 영주였던 루드비히 대공의 지시로 건축이 시작됐고, 몇번의 개축·증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독일에서 가장 의미 있는 후기 고딕양식 건축물로 바이에른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중세시대 성으로 꼽힌다. 지금은 박물관과 재무부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성 망크 수도원(Monastery St. Mang) : 1701년부터 1917년까지 200년 이상 걸쳐 지은 것으로 지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돼 있다.
< 음식·레스토랑 >
바이스비어(Weissbier), 바이첸비어(Weizenbier) : 퓌센이 속한 독일 남부를 바이에른 또는 바바리아 지방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전통 맥주다. 영어로는 ‘wheat beer’라는 뜻으로 흔히 쓰는 보리의 엿기름을 밀(wheat)의 엿기름으로 바꾸어 만든 것이다. 거품이 풍부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맥주에 비해 조금 뿌옇게 보인다.
소시지 : 독일하면 소시지고, 독일 남부, 특히 뮌헨은 하얀색 소시지(Weisswurst)가 특산품이다. 뮌헨에서 놓쳤다면 퓌센에서도 먹어볼 수 있다.
슈니발렌(Schneeballen) :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망치로 깨 먹는 독일과자’다. 슈니발렌의 뜻은 ‘눈덩이’로, 주먹만한 과자에 여러가지 맛의 초코 크림을 코팅하고 슈가파우더를 뿌린 모습이 눈덩이 같이 생겼다. 로텐부르크 지역의 전통과자인데, 퓌센 라이헨 거리 끝에 슈니발렌 과자점이 있다.
슈바이네 학센(Schweins Haxen) : 돼지 뒷다리 요리로 독일식 족발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학센은 바이스비어와 먹어야 제 맛. 우리나라에서 치킨에 맥주를 먹듯이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는 학센에 바이스비어가 답이다.
< 숙소 >
House LA : 도미토리 형식의 호스텔과 펜션처럼 쓰는 아파트를 운영하고 있다. 역에서 픽업도 가능하지만 멀지 않은 거리이니 동네를 살필 겸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http://www.housela.de / 전화:1607-366
도미토리: 18유로/1bed ~ (침대시트, 타월, VAT 포함)
아파트: 58유로/2인, 75유로/3인, 120유로/6인 등(침대시트, 타월, VAT, 클리닝 포함)
도미토리 아침식사 : 3유로/1인
Hotel Hirsch : 아르데코 양식에 바이에른 골동품으로 꾸며진 호텔로 전통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퓌센역에서 가깝고, 반려동물 동반이 허용되고, 인터넷도 자유롭다.
http://www.hotelfuessen.de / 전화: 62-9398
싱글룸 : 78유로~
2인 이상 룸 : 118유로~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