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인데, 서머타임을 한다고?" 미국의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이 매년 3월 둘째주 일요일부터 시작되지만 올해는 서머타임 시행에 대한 미국 근로자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서머타임제 시행을 불과 일주일 남기고 워싱턴 DC 등 수도권 일대에 눈폭풍이 몰아치는 등 폭설과 한파가 3월 초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3월이라고 해도 아직 겨울 날씨인데, 서머타임이 자동으로 시행되는 데 대한 불만인 것이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일요일 새벽을 기해 미국의 시간이 바뀌었다. 매년 시행하는 일명 서머타임으로 인해 시간이 한시간 앞당겨진 것이다. 미 동부 시간 기준으로 9일 새벽 2시가 3시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시차는 14시간에서 13시간으로 줄었다.

미국은 2006년까지 4월 첫째 일요일∼10월 마지막 일요일에 서머타임을 시행했지만, 에너지 관련법을 개정한 2007년부터는 3월 둘째주 일요일부터 11월 첫째 일요일 새벽 2시까지로 기간을 늘렸다.
서머타임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각자 처해진 상황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여행객들은 하루해가 길어져 서머타임을 반기는 반면 근로자들은 체감 근로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올해는 20년만의 혹한이 미국을 덮치면서 '겨울에 서머타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지속된 한파와 폭설은 미국경제를 흔들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1~2월 경제지표는 대부분 부진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증시는 지표부진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 랠리를 이어갔다. 추운 날씨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투자자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표부진=날씨 탓'이라는 자연스러운 등식이 성립될 정도다.

월가와 경제전문가들은 날씨가 풀리면 미국경제의 개선세가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표부진을 너무 날씨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소프트패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지표 잇따라 부진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 초까지 혹한이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실업률은 6.6%로 2008년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나 새로 생긴 일자리는 11만3000개에 그쳐 시장 전망치(18만개)를 크게 밑돌았다.


또 1월 산업 생산은 전월대비 0.3% 감소해 6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제조업 생산은 0.8% 급감했다. 소비경기를 대표하는 지수인 근원 소매매출(자동차·가솔린·건재 제외)도 전월의 0.1% 증가에서 0.3% 감소로 반전됐다. 1월 중 착공된 주택수도 88만채에 불과, 지난해 12월보다 16%나 급감하면서 2011년 2월 이후 2년 11개월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2월 경제지표도 부진을 이어갔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 5일 미국의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의 54.0보다 낮은 것으로, 2010년 2월 이후 48개월만에 최저다. 또한 시장 전망치인 53.6을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ADP(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가 지난 5일 발표한 미국의 2월 민간고용도 13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5만8000명을 하회하는 것이며, 1월의 17만5000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연준 "혹한에 美 일부지역 성장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혹한이 미국 일부지역의 성장을 둔화시킨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연준은 지난 5일 베이지북을 통해 "혹한이 소매판매와 제조 등 많은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번 베이지북에서는 날씨가 119번이나 언급됐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중 8곳이 다소 완만한 속도(modest to moderate)의 성장을 지속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3곳은 추운 날씨로 인해 성장이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연은은 혹한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약간 감소했다고 보고했고, 시카고 연은은 올해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만 날씨 영향으로 최근 성장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경제의 완만한(moderate pace) 확장세'보다 악화된 평가다.

연준은 또한 베이지북을 통해 "많은 지역에서 에너지 수요 증가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고용은 점차 개선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판매는 다소 혼조세를 나타냈다"며 "많은 지역에서 주택경기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힌 반면 일부지역에서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으로, 오는 18일과 19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美경제 순항할까…연준 정책 변화는?

연준이 베이지북에서 추운 날씨가 경제활동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힘에 따라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날씨가 풀리면 미국 경제 개선세가 살아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경제 전망이 급격히 바뀌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몇주 또는 몇개월간 미국 경기가 연준의 전망대로 흘러가는지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약세가 지속된다면 테이퍼링 일시 중지를 고려할 수 있지만 경기전망에 큰 변화가 없다면 양적완화 축소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준이 최근 지표부진을 너무 날씨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인해 경기회복세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소프트패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미즈호증권은 "최근의 미국 경제지표 부진은 테이퍼링 때문"이라며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수록 경제둔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날씨가 풀리면 순항할지, 아니면 테이퍼링의 부작용이 나타날지 서머타임 시행 이후 나올 경제지표에 관심이 모아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