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한 나라의 인구는 그 나라에 거주하는 국민의 인구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민자의 유입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1980년대에 내놓은 부동산 예측이다.
맨큐는 지난 1989년에 쓴 논문에서 20년간 미국의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베이비붐세대가 더 넓고 좋은 집을 사들인 데다 외국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이 주택을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결국 한 나라의 인구구조, 나아가 자산시장을 전망할 때는 ‘외국인’의 동향도 살펴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시장의 ATM’이라는 별명이 있다. 외국인들이 아시아 증시의 주식을 처분할 때 가장 유동성이 좋은 시장이 한국이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외국인이 팔기 시작하면 국내 증시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경험한 바 있다.
◆ 한국으로 돌아오는 외국인들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는 뒤에는 ‘외국인’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외국인의 최근 50거래일 누적 순매수 규모는 3조924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인(2조739억 순매도)이나 기관(2조1145억원 순매도)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강세를 보이는 것은 주식시장뿐만이 아니다. 최근 상업용부동산시장의 흐름이 심상찮다. 사실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아래 한국의 기준금리마저 내려가면서 유동성이 어디로 흘러들지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와중에 상업용부동산시장에서의 자금유입은 지금 이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국내 상업용부동산시장에서 외국인의 성적은 지난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매우 훌륭했다. 지난 1998년 론스타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역삼동 스타타워(현 GFC)를 6600억원에 매입한 후 지난 2004년 싱가포르법인에 9300억원에 매각했다. 매매차익은 2600억원에 달했다.
맥쿼리는 여의도 대우증권빌딩을 지난 2003년 720억원에 매입해 불과 4년 만에 1120억원에 매각하면서 400억원에 가까운 매매차익을 얻었다. 푸르덴셜은 남대문 서울시티타워를 지난 2003년 1580억원에 매입한 후 4년 만에 16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처럼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국내 상업용부동산 투자성적은 항상 화려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는 그러지 못했다. 이 회사는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빌딩)을 지난 2007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시세보다 높은 9600억원에 인수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투자니까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의 서울스퀘어 투자는 최악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모건스탠리는 큰 손실을 봤고 모건스탠리의 부동산 투자부문인 ‘모건스탠리부동산투자’(Morgan Stanley Real Estate Investing)는 한국 부동산시장 내 투자활동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모건스탠리의 실패 이후 국내 상업용부동산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잠잠해지는 듯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던’ 외국인들은 최근 들어 다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아부다비투자청(AIDA)이 지난해 8월 ‘스테이트타워 남산’을 5300억원에 인수했고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레비스 로버츠(KKR)가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를 매입하면서 국내 첫 부동산투자를 알렸다.
역시 미국의 대형사모펀드이자 글로벌운용사인 블랙스톤은 파르나스호텔(삼성동 코엑스센터 주변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주축)의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 상업용부동산, 저금리시대 투자 대안
이는 비단 한국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저금리로 인해 글로벌 상업용부동산 투자규모는 7090억달러로 지난해 5890억달러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 2007년 부동산 버블시기에 육박하는 수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올해 지난 2007년의 고점을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부동산투자액 가운데 자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투자비중은 51%에 달한다. 지난 2010년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저금리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부동산이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상업용부동산의 가격상승은 부동산시장 전반에 훈풍을 예감하는 신호일 수 있다. 물론 단기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올 한해에는 상업용부동산 가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