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정책이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정책의 수혜자로 꼽히는 무주택 중산층은 예상보다 높은 임대료(보증금+월세)가 책정돼 감당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공급자인 건설사들은 정부가 용적률·건폐율 법적 상한 보장을 폐지하고 개발이익환수 규정을 신설하는 등 당초 도입하려던 각종 규제 완화책을 상당 부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사업 참여를 꺼리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이다. 최근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4곳에 총 5529가구의 임대주택을 시범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퇴거 걱정 없이 8년 동안 살 수 있는 데다 임대료 상승률도 연 5% 이하로 제한돼 중산층 주거 안정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장밋빛 기대를 부풀렸다.


 


◆ 중산층도 감당 버거운 월세

과연 그럴까. 우선 중산층이 뉴스테이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서울 대림동에 조성되는 뉴스테이(전용 44㎡)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이다. 비슷한 면적의 역세권 도시생활주택인 당산 계룡리슈빌1단지(38.77㎡)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이 지역은 전체 가구의 70% 안팎이 1·2인 가구다.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이 선호하는 곳이어서 택배나 구매대행 등 부대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올해 1인 가구 중위소득은 156만원, 2인 가구는 266만원 정도다. 이는 지난해 통계청 발표와 최근 3년간 가구소득 증가율을 반영해 산출된 금액이다.

예를 들어 2인 가구가 대림동 뉴스테이에 입주한다고 가정하면 소득의 절반가량을, 1인 가구는 소득 대부분을 임대료로 내야하는 셈이다. 여기에 통상 10만~20만원 드는 아파트 관리비와 서비스 이용료를 모두 합치면 입주자의 부담은 더욱 치솟는다.

보증금과 관리비를 제외하고 임대료 110만원을 기준으로 RIR(소득대비 임대료 비중) 지수로 환산하면 2인 가구는 41%, 1인 가구는 70%다. OECD가 권고하는 적정 RIR 지수는 20% 이하다. 선진국에선 RIR 지수 30% 이상이면 주거 빈곤층으로 판단한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RIR 지수 24.2%(지난해 기준)보다도 훨씬 높다. 뉴스테이 입주자의 RIR 지수가 OECD 권고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월 소득이 500만원을 웃돌아야 한다. 이를 고려했을 때 뉴스테이 월세가 적정한 수준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중산층에 임대주택을 제공하면 이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돌아서 전세수요가 분산되고 결국 전세난이 해결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중산층이 살던 고가의 임대주택에 서민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월세와 연동되는 전셋값을 안정시키고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전월세 시장 불안은 주거비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난 탓"이라며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반전세가 늘면서 비싼 월세 물건은 차고 넘치는데 정책 취지가 주거복지 차원이라면 월세가 인근 단지 시세보다 훨씬 낮아야 정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건설사도 사업성 없어 '시큰둥'

그렇다고 뉴스테이 임대료를 낮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뉴스테이의 공급주체는 민간이다. 건설사들은 현재 정책 구조라면 뉴스테이 사업에 투자할 경우 최소 수익률도 맞추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친다.

현행 임대주택법에 따라 시범적으로 공급되는 뉴스테이는 국민주택기금이 자금을 낸 덕에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해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주택기금이 요구하는 투자 수익률은 4% 초반대로 임대 수익률 5% 이상만 확보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주택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뉴스테이시장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기관 투자자 참여가 필요하다. 이들은 최소 5% 이상의 수익률을 요구한다. 건설사는 현재 책정된 뉴스테이 임대료보다 더 높은 월세를 받아야만 이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임대주택법 개정(뉴스테이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법령 개정에 따라 금융·택지 혜택이 지원되면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이 줄고 임대료를 올리지 않아도 기관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토부는 뉴스테이 정책이 건설사 특혜 논란에 휩싸이자 그린벨트 해제나 용도지역 상향으로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는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공기관 주도로 개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개발이익 일부를 기반시설 설치로 환수하는 방안과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 대상을 기업형 임대 촉진지구로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뜩이나 뉴스테이사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건설사들을 유인할 만한 혜택이 더 줄어든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최근 정책방향은 택지 개발이익이 사라진다는 의미로 특별법이 제정된다 해도 뉴스테이 참여를 희망하는 건설사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월세 임대주택시장이 그 자체로 사업성이 있다면 정부가 말려도 건설사들이 알아서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테이 참여를 고려 중인 한 건설사 측에서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제시한 조건이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