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융합 '개념덤' 시대 열어야

‘한류는 대한민국이 지구촌에 일으킨 0.7%의 반란’. 해외 유수 언론이 소개한 내용이다. 최근엔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한류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집중 보도했다. 이처럼 한류가 전세계인의 마음을 흔든다는 안팎의 소식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흥분하면서도 내심 이 열기가 언제 사그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끊임없이 새로움과 변신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어려운 걸 또 해냈지 말입니다”라는 <태양의 후예> 속 대사처럼 유난히 까다로운 중국의 규제 속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 또한 바로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쭉 그럴 수 있을까. 몇몇 드라마나 K-팝의 흥행으로 한류의 부침은 널뛰고 주변국과 역사문제나 정치적 갈등이 불거질 때면 어김없이 마음 졸이는 지금의 한류는 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끊임없는 변신과 진화로 한류의 안정적 수요기반을 구축하려는 노력과 방법의 모색이 지금 우리의 가장 핫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류 진출, 더 스마트해지자
가장 최근의 한류트렌드는 바로 융합이다. 드라마, 음악, 영화 등 소위 대중문화콘텐츠를 통해 촉발된 한류는 한국적 삶의 방식(korean style)을 선망하는 방식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융합한류 시대에 필요한 것이 바로 고도화되고 세련된 현지 진출 전략이다. 통신과 미디어에 근간을 두는 한류 콘텐츠산업 특성상 기술발전의 속도는 공무원들이 정책을 고민하고 적용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더욱이 융합이라는 시대적 변화 트렌드로 규제의 적용 범위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상대국의 법제와 규제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방송콘텐츠의 중국진출 방식 변화가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 제작방식의 경우 과거 완성작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수입프로그램 쿼터제, 검열강화 등 강화된 중국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공동제작과 사전제작의 형태로 진화했다. 예능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완성본 수출에서 포맷수출로 바뀌었고 지금은 연출가·작가·아티스트·제작진이 현지에 직접 진출해 프로그램을 제작·가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온라인을 통한 유통전략 역시 앞으로 한류콘텐츠가 주목해야 할 분야다. 언어의 장벽과 불법유통의 문제는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유통에서 가장 큰 난제였다. 하지만 이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해외 한류팬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에 자막을 제작하면서 언어의 장벽이 무너졌고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 방식으로 불법유통을 극복할 방도도 마련됐다.


오히려 온라인과 모바일플랫폼은 기존의 전통미디어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한류콘텐츠를 해외에 유통할 수 있는 주요 플랫폼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드라마피버를 인수하고 넷플릭스가 비키와 한국콘텐츠를 공동제작하는 등 해외 메이저배급사들이 온라인 스트리밍사이트와 협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류콘텐츠로 외국업체가 수익을 독식하는 기형적 시장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측면에서 보다 빠른 속도의 정책적 고민과 대응이 필요하다.

◆기술융합 전략을 통한 콘텐츠 다양화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한류콘텐츠의 변신과 다양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 됐다. 한류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엔터테인먼트기업들도 기술융합에 최근 주목하고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한류셀러브리티와 로봇, 소프트웨어, 앱, 빅데이터, 스크린 등 기술의 융합이 한류의 미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공연현장의 체감을 극대화하는 홀로그램공연이 대표적 융합 사례다. 웹툰, 웹소설, 클라우드게임 등 기술발전으로 새롭게 등장한 산업들이 차세대 한류로 주목받으며 비록 선수를 빼앗겼으나 포켓몬 고(go)와 같은 AR기반 모바일 게임도 충분히 우리의 역량으로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한류산업이 드라마나 K-pop 등 소수 장르에 편중된 불안정한 구조였다는 점에서 한류산업의 다양화, 즉 기술융합을 통한 새로운 한류콘텐츠의 개발은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착한한류'로 지속가능한 한류 실현
지금까지의 한류 지속전략은 산업적 측면에서 비즈니스적 가치와 직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류를 바라보는 관점은 수출이나 경제적 효과 여부를 넘어 상호 소통이라는 문화교류의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국가 간 상호이해라는 문화교류에 있어 초심을 되새겨 본다면 이제는 쌍방향성을 넘어 호혜성에 기반한 ‘착한 한류’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인은 문화를 단순한 수출 도구로 치부하며 한류에 따른 수출 무역 경쟁력 강화에만 치중해 쌍방향 문화교류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보도는 소위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문화를 단순히 수단으로 치부하거나 경제적 진출의 관점에만 천착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이 지점에서 어떻게 한류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솔루션은 호혜적 윈-윈 교류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이며 상호존중에 입각한 쌍방향 문화교류는 한류를 대하는 핵심태도이자 지속가능한 문화 외교를 위한 시대적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바로 교류 상대국가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현지 지역사회에 대한 진정성 있는 기여에서 출발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롭게 문화권력으로 자리매김한 한류스타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는 그들의 인기와 영향력에 걸맞은 인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무슬림 모욕’이나 ‘쯔위사건’처럼 문화적 차이와 현지 사정에 대한 몰이해는 한류에 역풍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상대문화를 존중하고 공부하는 겸손한 태도야 말로 착한한류의 출발이다. 민관협력의 방식으로 실시되는 문화 공적개발원조(ODA)는 착한 한류의 가장 대표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한류가 애초 정부의 정책을 기반으로 출발한 모델이 아닌 만큼 수혜 기업 스스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함은 한류를 가꾸고 키움에 있어 당연한 일이다. 사회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비판하는 아이돌 스타를 ‘개념돌’(개념 있는 아이돌이란 의미)이라고 했듯, 이제는 스타와 한류 수혜기업의 잘잘못을 분명히 따지고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추동하는 건강한 팬덤으로서 ‘개념덤’의 시대가 열려야 할 때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