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반기 중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카드업계의 시름이 깊어졌다. 이례적으로 카드사 노조들까지 움직이며 카드수수료 체계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정부, 내년 상반기 우대수수료율 조정

정부는 지난 12월27일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소상공인의 경영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오는 상반기 중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 경영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조정안을 들고 나온 건 올해가 우대수수료율 재산정 기간이어서다. 영세(연매출 3억원 이하) 및 중소(3억~5억원)가맹점에 적용되는 카드 우대수수료율은 수수료원가를 기반으로 수수료적격비용을 산정, 3년마다 정해진다.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1.5%, 2.0%로 처음 산정된 영세(당시 연매출 2억원 이하) 및 중소(2억~3억원)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은 2015년 각각 0.7%포인트 인하됐고 지난해 8월엔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도 현행 수준으로 확대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카드업계는 다음달 법정 최고금리 인하(현행 연 27.9%→24.0%)가 예정됐고 시중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카드채 조달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되면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맞선다. 수익손실분을 부가서비스 축소, 금융판매(현금서비스·카드론) 확대 등으로 메울 수밖에 없어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것이란 주장이다.
학계에서도 우대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하기보다 투자재원을 위한 적정 수준의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서비스 수수료를 무조건 낮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 수수료는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는 재원이 된다”며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투자를 위해서도 카드사의 주 재원(가맹점수수료)은 중요하다. 보다 장기적 관점의 수수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도 움직이지만 ‘역부족’

카드업계의 위기의식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노협)의 행보에서도 엿보인다. 카노협은 노조가 없는 삼성·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신한·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 전업계 카드사의 노조로 구성된 단체다.


카노협은 지난해 8월 초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범위를 확대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정부가 합리적인 수수료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문재인정부 출범을 지지하던 금융노조가 출범 초기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최근엔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국회에서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정책 간담회’를 준비하기도 했다. 지난 12월22일 예정됐던 간담회는 연합회 측과의 갈등이 불거져 취소됐지만 올 1분기 중 간담회를 개최해 수수료 전반적인 문제를 함께 다뤄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경 카노협 의장은 “연합회 측과 오해가 생겨 (간담회가) 연기됐다”며 “간담회는 수수료 인하 반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수수료 전반의 체계를 살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상호 윈윈이 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은 인하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적격비용엔 직전 3년간 카드사의 조달금리와 각종 비용이 반영되는데 그간 카드채 금리가 하락해 앞선 2015년 때보다 적격비용이 낮게 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최근 기준금리가 올랐지만 내년 금리가 급격히 오르지 않는 이상 수수료 인하여력이 있을 것으로 당국도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는 우대수수료율을 조정하겠다고만 했지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건 아니다”면서도 “(수수료율을) 현행보다 내렸으면 내렸지 올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우대수수료율 범위 확대로 업계가 연간 4000억원 가량 손실을 입었는데 2018년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