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바쁘다.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한번쯤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zoom) 무언가가 있다. ‘한줌뉴스’는 우리 주변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풍경을 담아(zoom) 독자에게 전달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12월28일 종각역에 일부 노숙자들이 잘 곳을 찾고 있다. /사진=홍승우 기자
연일 아침마다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에 서울 전체가 얼어붙었다. 이런 날씨에도 29일 새벽 서울 종각역에는 노숙인 몇 명이 차디 찬 바닥에 자리를 깔았다. 같은 날 충북 청주시 오창읍 팔결교 밑에서 한 노숙인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해당 지자체가 동절기 노숙인 야간 보호활동을 추진한다고 밝힌 지 2주 정도 지나서 벌어진 일이다.
서울역과 광화문역, 종로 일대 등 노숙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언제 이런 죽음이 되풀이될 지 모른다. 서울시는 서울역 지하철1호선과 4호선을 연결하는 환승통로 한켠에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노숙인들이 겨울 한철이라도 쉼터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의아해 한다. 

하지만 이미 거리 생활에 익숙해진 노숙인들이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쉼터에 입소해 거추장스럽기 그지 없는 여러 규정을 따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 사회복지단체에서 시행하는 자활 프로그램도 노숙인들의 자발적 의지가 없는 한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노숙인 관련법을 시행하는 결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노숙인들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사는 대신, 그 댓가로 최악의 가난을 감수한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삶은 하루빨리 바로 개선해야 할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노숙인 개개인의 자발적 의식전환과 사회복귀 실천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의 노숙인 지원정책에도 노숙인 없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매일 노숙인 곁을 스쳐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 한번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노숙인 관련법은 응급상황에서의 구호를 명기하고 있다. 혹시 강추위 속 힘겨워하는 노숙인이 곁에 있다면 경찰이나 119구급대 등에 연락해주는 관심을 가져보자. 이같은 사소한 관심이 강추위에 속수무책 노출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