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계의 큰 별 백인천 전 감독이 별세하자 박철순 전 코치, 이승엽 코치 등이 추모의 글을 올리고 빈소를 찾는 등 야구계 곳곳에서 고인을 기렸다. /사진=이승엽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국 프로야구의 개척자 백인천 전 감독이 별세하자 야구계 곳곳에서 추모가 이어졌다. 프로야구 원년을 함께했던 원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후배까지 고인이 한국 야구에 남긴 발자취를 되새기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백 전 감독은 전날인 15일 오전 6시41분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3세. 1982년 프로야구 원년 MBC 청룡 감독 겸 선수로 뛰며 타율 0.412를 기록해 지금까지 KBO리그 유일의 단일 시즌 4할 타자로 남아 있다.



'국민타자'로 사랑받은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분, 제가 꿈꾸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분이 바로 감독님이셨다"며 은사를 추모했다.

두 사람은 1996~199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났다. 백 전 감독은 당시 데뷔 2년 차였던 이승엽에게 외다리 타법을 지도했다. 이승엽은 이듬해 32홈런, 114타점으로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이승엽 코치는 "갓 스무 살을 넘긴 제게 감독님께서는 늘 '너는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에도 진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더 큰 꿈을 꾸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신 정말 소중한 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감독님께 배운 것들과 제게 심어주신 자신감은 평생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프로야구 원년을 함께했던 박철순 전 코치는 이날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박 전 코치는 "같은 팀에서 모시지는 않았지만 야구에 대한 고인의 열정은 앞으로도 못 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 전 감독과 타석에서 맞붙었던 기억도 꺼냈다. 그는 "첫 선발 경기에서 몸쪽으로 빠른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그걸 받아쳐 2루타를 쳤다"며 "당시 다른 선수들과 고인은 분명히 달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항상 존경해왔고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분이었다"며 "후배들이 앞으로도 잘되도록 하늘에서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경동고 후배인 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고교 시절 백인천장학회 장학금을 받았던 유 전 감독은 "다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야구계에 많은 족적을 남기셨고 대한민국 야구 초창기에 큰 역할을 하신 분"이라며 "우리나라 야구의 큰 별이 지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배들 그림자도 밟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만큼 카리스마가 있고 강하셨다"며 "MBC 청룡에서 함께할 때는 무서워서 말도 걸어보지 못했고, 서로 은퇴한 뒤부터 형제처럼 지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KBO는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한 고인을 기려 장례를 KBO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7일 오전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