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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SK하이닉스가 참가한 이른바 ‘한미일 연합’은 7개월여간의 지루한 협상 끝에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도시바 메모리부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인수에 성공했다.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거둔 성과에 업계는 들썩였다. 인수전 최종결과 발표 직후 SK하이닉스의 주가는 7.64% 오르는 등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한미일 연합은 3월 말까지 인수 제반작업을 마무리하고 잔금 납입을 완료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종결시점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막판 변수로 급부상,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미일연합이 도시바 메모리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거래주체인 베인캐피탈의 주요 활동 8개국(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브라질·필리핀·대만) 정부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최근 대만이 심사를 종료하면서 중국정부만 남겨둔 상황이다.

지난 2월 중순 외신들은 “SK하이닉스의 독주를 우려하는 중국 정부 탓에 당초 계획인 3월을 훌쩍 넘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M&A 시한인 3월31일까지 중국정부가 반독점심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타도 한국’ 외치는 중국 반도체

중국은 최근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반도체를 따라잡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중국정부의 지원 아래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올 연말 3D 낸드플래시와 D램을 내놓겠다”고 외친다.


중국정부는 현재 15%를 밑도는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 1조위안(약 170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정부와 충칭시, 칭화유니온그룹이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중국기업들은 파운드리에 강점을 보이는 대만의 여러 설계업체와 제조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미국·독일 등 선진 반도체기업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보다 1~2년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가 아닌 전체 반도체산업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의 반도체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 화교의 영향을 받아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에 강하다. 팹리스의 경우 중국에는 1300여개 업체가 있으며 시장규모도 한국의 10배에 이른다.

유일하게 앞서있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가 세계 1위, SK하이닉스가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거세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업계는 이 때문에 중국정부가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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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vs승인 도시바 메모리 향방은

중국정부가 끝까지 반독점 심사에 대한 결론을 미룬다면 최악의 경우 M&A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독점 심사가 지연되면 클로징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도시바 측에서 아예 거래를 무산시킬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바가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매각을 결정한 원인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도시바는 2006년 원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54억달러(약 6조1600억원)에 인수했다. 도시바의 자회사로 편입된 웨스팅하우스는 수주한 원자력발전소의 공사지연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의 독립 경영을 철저히 인정하는 도시바의 경영방침이 발목을 잡았다. 웨스팅하우스가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지만 본사는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시 분식회계 이슈로 몸살을 앓던 도시바는 설상가상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고 그룹의 기둥이던 메모리 사업부 매각으로 이를 타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도시바는 6000억엔(약 6조원)의 증자에 성공해 매각이 늦어져도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도시바가 여유를 찾으면서 메모리 사업부 매각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이다.

M&A 계약기간을 연장할 지 여부는 전적으로 도시바의 의중에 달려있다. 도시바가 클로징 지연을 용인하지 않는다면 계약은 파기된다. 그렇다고 중국정부의 반독점심사 승인 없이 계약을 추진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전세계 메모리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에서 도시바 메모리를 팔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시바가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업체들의 M&A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데 대한 보복”이라고 추측한다. 실제 도시바는 기술유출을 우려해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한 대만의 폭스콘(홍하이그룹) 등 중화권 기업의 입찰에 부정적인 뜻을 보였다.

반면 중국정부가 반독점심사 승인을 거부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없어 3월 말을 전후해 심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A전문가는 “반독점심사의 주요 요소인 시장점유율이나 경쟁상황 등에 대한 판단은 국가별 차이가 크지 않다”며 “이미 같은 중화권인 대만을 포함한 7개국 정부가 심사를 마친 마당에 중국정부 단독으로 몽니를 부릴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정부가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한 후 반독점심사 승인 조건으로 도시바메모리의 가격 동결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