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처음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것을 고려하면 예상된 수준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선고 형량 역시 최씨에게 선고된 징역 20년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이자 공범인 최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범죄 혐의만 1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13개가 최씨와 공모 관계로 엮여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부가 같다는 점에서 최씨가 유죄로 선고받은 혐의는 박 전 대통령 역시 유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재판부는 최씨 선고공판에서 ‘대부분의 범죄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계자에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씨의 혐의 가운데 ▲삼성그룹의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과정에서 코어스포츠에 용역대금 36억여원 뇌물 제공(뇌물수수) ▲현대차그룹의 최씨 지인 회사 일감 몰아주기(직권남용 강요) ▲포스코, GKL 등이 스포츠팀을 창단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최씨 측 회사가 이익을 보도록 함(직권남용 강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면세점 재인가 청탁을 받고 K스포츠재단 출연금 70억원 수수(뇌물수수) 등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은 문화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지시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2심 재판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 역시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좌파 지원배제라는 정책 기조가 형성됐다"며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을 결정지을 핵심 혐의는 뇌물수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수령액이 1억원을 넘으면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이른다. 대법원의 뇌물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수수액이 5억원 이상이면 징역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 권고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것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 역시 징역 20년 이하로 선고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 역시 박 전 대통령이 민간인 최씨보다 중한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관계라고 하지만 통상 뇌물죄는 일반인보다 공무원을 훨씬 무겁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씨의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것은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씨보다 가벼운 형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