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하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추가 현장조사를 벌였다.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6월 이후 벌써 일곱번째 조사다. 총수 일가에 수익을 몰아주는 부당 내부거래로 공정위의 ‘타깃’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하림식품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하림식품 대표 사임… 지분은 그대로
김 회장은 지난달 27일 하림식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하림식품은 각자 대표이사인 이강수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지나친 계열사 이사직 겸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과다 겸직'을 이유로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전까지 하림식품을 비롯해 하림홀딩스, 하림, 하림식품, 늘푸른, 익산, 대성축산영농조합법인, 제일사료, 선진, 에코캐피탈, 엔에스쇼핑, 팜스코, 팬오션 등 12곳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맡았다. 하지만 이번에 하림식품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현재는 하림식품을 제외한 11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다만 이번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지분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지배력은 여전히 굳건하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하림그룹의 대주주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면서 “등기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지분율 변동이 없다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편법승계·일감 몰아주기 집중 조사


김 회장은 1986년 식품회사 하림식품을 창업하며 가공식품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닭고기 수요가 급증했고 하림은 육계계열화 사업을 전개하며 조금씩 덩치를 키웠다. 2001년 천하제일사료를 인수하고 닭고기 가공∙저장업체 올품, 홈쇼핑 계열사 NS쇼핑 등을 출범시키며 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2002년 주원산오리, 2007년 선진, 2008년 팜스코를 인수하는 등 수십여개의 계열사를 그룹에 편입시켰다.

특히 2015년부터는 주력사업인 양계업을 넘어 해운업 등 새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자산 4조원이 훌쩍 넘는 해상화물운송업체 팬오션을 인수한 것. 2016년 4월에는 계열사 NS쇼핑의 자회사 엔바이콘을 통해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옛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 9만1082.8㎡(약 2만7552평) 땅을 4525억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하림은 축산업체에서 유통과 물류까지 거느린 자산규모 10조원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자산규모가 10조원이 넘어서면서 하림은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위의 집중 감시가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에서 하림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하림의 이 같은 편법 승계 논란과 일감몰아주기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차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7번째 현장조사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핀 포인트’ 조사”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6년 전인 2012년 김 회장이 아들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 100%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올품은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김 회장의 아들 김씨가 100억원대 증여세만 내고 올품을 인수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증여세는 지난해 올품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준영씨를 대상으로 6만2500주의 유상감자를 실시해 지급한 100억원으로 납부됐다.

2015년 NS쇼핑의 상장도 준영씨 지원을 위한 행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통상 상장을 앞둔 기업은 신주를 발행하지만 NS쇼핑은 주주가 보유 지분 일부를 매도하는 구주매출로 상장을 진행해서다.

이 과정에서 올품이 NS쇼핑 주식 30만650주 가운데 13만1650주를 주당 23만5000원에 매도해 309억원가량의 현금을 쥐었다. 이는 일반공모 청약 배정주식 17만5637주의 75%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김 회장이 김씨의 경영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구주매출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하림 측은 "NS쇼핑의 상장은 Pre- IPO를 전제로 한 투자자와의 계약에 의해 진행된 절차로 특정인을 위한 지원 행보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경영 승계 재원 마련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전 정권 지원받은 괘씸죄?… "사실 무근"

일각에선 공정위 조사 배경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하림의 급성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정부의 '적폐청산' 칼끝이 MB정부를 겨냥한 가운데 김 회장이 그 영향권에 들었다는 시각이다.

김 회장은 MB정부 시절 청와대로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입각 제의를 받았다. 당시 김 회장의 거절에도 청와대는 한달간 기다린 뒤 국회의원 비례대표까지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신 MB·박 정부 시절 하림을 키우는 데 일정 부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007년부터 10년간 가금류업체 지원 자금 중 38%를 하림에 집중 지원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사료산업종합지원금 268억원을 하림 등 6개 기업에 지원했는데 지원금액 중 무려 75%에 달하는 202억원을 하림과 하림 계열사에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료산업종합지원금은 사료공급업체를 상대로 융자 80%에 2년 거치 일시상환 조건으로 연 3% 금리로 지원하는 자금이다. 

그러나 하림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림 관계자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하림을 비롯한 가금산업을 영위하는 업체가 정부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불과 4.09%에 불과하므로 38%라는 비율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농식품부가 사료산업종합지원금은 '사료관리법에 의한 사료제조업 등록업체 대상'의 사료원료 구매자금 지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료산업종합지원금 중 2007년부터 2017년 8월 현재 하림그룹 계열사의 비중은 9.25%에 불과하다"며 "사료산업종합지원금 중 하림그룹 계열사는 사료원구매자금만은 융자 100%에 2년 거치 일시상환조건으로 금리는 최근 10년 가중평균금리가 3.39%~4%"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김현권 의원실에 제출한 국감 자료는 가금류업체 지원과 무관한 양돈업체 선진에 대한 사료지원자금을 합산해 지원자금이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박 정부 시절 팬오션을 인수하던 당시 하림은 금융권 신디케이트론을 활용해 3%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신디케이티드론은 2개 이상의 금융사가 모여 공동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대출을 말한다. 

이에 하림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인수금융)에 참여한 금융기관중 국책은행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하림식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서는 “하림식품은 하림홀딩스의 손자회사인 작은 계열사로 (김 회장이) 경영적 판단에 따라 사임한 것일 뿐 공정위 조사와 별개”라고 덧붙였다. 

[“새정부 재벌개혁, ‘첫닭’ 되나” 관련 정정보도문]
본지는 지난 3월 20일 “새정부 재벌개혁, ‘첫닭’ 되나”라는 제목으로 ①공정거래위원회가 하림그룹에 대한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주)올품 편법 증여 및 NS쇼핑 상장이 승계 지원 목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②하림그룹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 가금류 업체 지원자금의 38% 및 사료산업종합지원금의 75%를 집중 지원 받았으며 팬오션 인수 시에도 저금리로 대출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①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하림그룹에 대한 일련의 근거 없는 허위 기사로 인하여 시작됐던 것이었고, (주)올품은 합법적으로 증여됐으며 NS쇼핑 상장은 기존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라 계약상 예정돼 있던 IPO를 한 것에 불과하며 편법 증여 사실이 없으며 ②하림그룹 계열사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전체 가금류업체 지원자금 및 사료산업종합지원금의 10%를 하회하는 금액을 지원받은 것에 불과하고 팬오션 인수 시에도 저금리로 대출받은 바가 없어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기에 해당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