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많은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이례적으로 많은 보험 신상품을 쏟아냈다. 1년 동안 여러보험상품을 선보이는 보험사지만 상품출시일이 이 정도로 겹친날은 없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종신·건강·변액보험 출시 봇물 이유는?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새로운 보험상품을 출시한 생보사는 농협, ING, 동양, 신한, AIA, 라이나, 흥국, 푸르덴셜, KDB, KB 등 10곳, 손보사는 한화손해보험과 더케이손해보험 등 2곳이었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출시했으며 기존 인기보험상품에 새로운 특약을 더해 재출시한 상품도 있었다. 또한 최근 인기가 높은 치아보험과 변액연금보험 등도 포함됐다.

3월 말부터 4월 첫주로 범위를 넓히면 출시된 상품만 15개 이상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출시된 상품은 4~5개에 그쳤다. 이마저도 종신보험은 2~3개에 불과했다. 유독 특히 4월 첫주에 보험상품 출시가 봇물을 이룬 셈이다. 이처럼 이 시기 신상품 출시가 집중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번째 이유는 4월부터 '실손보험 끼워팔기'가 금지돼서다. 실손보험은 34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민보험상품으로 병원 진료비, 입원비 등 실생활에 적용되는 보험혜택이 많아 가입 수요가 높은 상품 중 하나다.

이에 설계사들은 영업현장에서 고객 수요가 많은 실손보험 상품을 미끼로 종신보험 등 다른 고액보험을 끼워팔았다. 하지만 무리한 끼워팔기로 불완전판매가 늘고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결국 지난해 소비자 권익증진 차원에서 4월부터 실손보험 끼워팔기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실손보험은 설계사들에게 단독상품으로는 메리트가 없다. 팔아도 받는 수수료가 적어서다. 이 상품을 미끼로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을 팔아야 고수익이 보장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4월부터 실손보험 끼워팔기가 불법이 된 만큼 보장범위나 보험료 혜택을 확대한 종신·건강보험상품을 새로 출시해 설계사들이 영업현장에서 활용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생·손보사 12곳이 출시한 보험상품 중 80% 이상이 고액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종신·건강·변액보험이었다.

NH농협생명은 2015년 출시 이후 3년간 18만건 이상 판매된 대표종신보험 상품에 생활자금형을 포함해 새롭게 출시했다.

AIA생명도 기존 종신보험의 보장 항목을 확대한 상품을 다시 출시했으며 신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흥국생명 등은 새로운 종신, 암보험 등을 선보였다.

◆회계기준 변경 앞두고 '보장성 늘리기' 주력

두번째 요인은 이달부터 유병자나 노령자가 간편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실손보험 상품이 판매돼서다. 

보험사는 정부의 요청에 울며 겨자먹기로 유병자실손보험상품을 판매 중이거나 이달 중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팔수록 손해를 보는 실손보험 특성상 유병자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은 손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돼 보험사는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에 보험사는 유병자실손보험을 판매하되 설계사들에게 별다른 시책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판매를 장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유병자나 고령자가 간편가입 가입할 수 있는 대체상품인 건강보험상품을 이달 대거 출시한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4월부터 보험판매와 관련된 영업환경이 변화했지만 특별히 설계사들을 위해 상품을 출시한 것은 아니다"며 "준비됐던 상품을 공교롭게 이 시기 내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의 신상품 출시가 이어진 것은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슈도 한 요인이다. 

IFRS17을 도입하면 앞으로 보험사는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종전보다 부채가 늘어날 여지가 커 더 많은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보험사는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보험료를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에 심혈을 기울인다. 

앞으로 도입까지는 3년, 올해 더많은 자산 확보가 필요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종신·변액보험상품 등의 보험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출시된 상품 대부분이 고액 보험료를 거둘 수 있는 보장성보험으로 구성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