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돌아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문제점을 제기했던 2015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타깃은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이다. 다만, 이번 ‘엘리엇 파문’은 삼성그룹의 사례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야할 증여세가 1조원으로 추산되는 현대차 오너일가 입장에서도 엘리엇이 요구하는 주주친화정책, 특히 '고배당'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엘리엇은 현대차에 ‘추가적인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정면 돌파를 시도한 직후다. 현대차 오너일가는 과거부터 정 부회장의 승계 자금줄로 지목됐던 현대글로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리는 것은 차기총수인 정 부회장 입장에서 경영승계와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해소 압박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다.


이 방법은 과거 재계에서 꾸준히 가능성이 흘러 나왔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수조원 대의 천문학적인 증여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물 출자 방식의 지주사 전환 대신 지배회사 체제를 택한 이유로 '성실 납세'를 꼽으며 대규모의 세금을 납부에 따른 사회적인 지지를 받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입장 표명의 배경은 엘리엇이 들고 나온 ‘주주친화 정책 확대’는 현대차 오너일가에게도 나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은 ‘배당 확대’다. 그리고 현대차 그룹의 최대주주는 대규모 세금을 납부해야하는 오너일가다.


또 앞서 벌어졌던 삼성과 엘리엇의 다툼은 현대차와 엘리엇 모두에게 교훈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다툼으로 엘리엇은 국민기업을 몰아붙여 ‘외국계 먹튀 자본’이란 오명을 받았고 삼성은 국정농단 재판 내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로 인해 속앓이를 해야 했다.

교훈을 얻은 것은 당사자뿐이 아니다. 투자자들도 엘리엇이 주가부양에 도움이 됐다고 학습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 결정을 밝힌 2015년 5월26일 두 종목 모두 15% 상승했고 엘리엇의 지분보유 공시일인 같은해 6월4일 역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는 각각 3.1%, 9.5% 상승했다.

또 엘리엇이 2016년 10월6일 삼성전자에 대해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낸 이후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주가는 일년 동안 51.6% 상승했다. 실제 엘리엇의 발표가 국내에 전해지면서 현대차그룹 3사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다만 현재로서 엘리엇이 주주로서 유의미한 행동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한 1조원대(10억달러)의 현대차그룹 3사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전체 지분 대비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지 않고 각 계열사별 주주친화정책을 구체화하라는 요구를 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의 실익보다 계열사의 주주친화정책이 이뤄졌을 때의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