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소아 난청 주의보
난청은 노인성 질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전체의 40%만 노인성 난청이다. 오히려 눈여겨봐야 하는 대상은 선천성 소아 난청이다. 출생아 1000명당 1.5~3명의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선천성 소아 난청은 대부분 신생아 시기에 발생한다.
일찍 선별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난청 여부를 알 수 있으려면 아기가 2~2.5세 이상은 돼야 한다. 언어 발달의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셈이다. 이로 인한 언어 발달 지연은 재활도 쉽지 않다.
따라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신생아를 대신해 부모가 먼저 선천성 난청 검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천성 난청은 크게 유전성, 비유전성, 특발성으로 나뉜다. 선천성 난청과 유전성 난청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으나 정확히 구분하면 유전성은 선천성 난청의 원인 중 하나다. 이 중 부모의 난청 유전자를 물려받아 아기에게 청각장애가 생기는 유전성 난청은 전체 50%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두개 안면부 기형, 심한 호흡 곤란증, 고농도 산소치료 등의 위험 요인이 있는 신생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난청 발생 빈도가 높다. 산모가 임신 중 풍진·매독에 감염된 적이 있거나 저체중아를 낳게 된 경우에도 위험도가 높다.
유전성 난청의 주원인은 GJB2 유전자 변이다. 원인불명의 청각장애인 100명 중 4~5명은 GJB2 유전자 결함으로 발생한다. 부모 중 1명이 보인자거나 모두 보인자일 경우에는 자녀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25%에 이르기 때문에 예비 부모의 사전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청각장애나 언어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면 필수로 진행해야 한다.
신생아들은 의사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매일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선천성 난청의 60%는 청각손상으로 말을 못하게 된다. 부모가 조기에 발견해 치료시기를 앞당겨 치료 및 재활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선천성 난청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로는 신생아 청력검사가 있다. 그 중 AABR 검사(자동화청성뇌간반응 검사)와 TEOAE 검사가(일과성유발이음향방사 검사) 대표적이다. AABR 검사는 귀를 통해서 전해지는 음향에 뇌가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로 아기의 피부에 3개의 전극을 붙여 뇌파 반응을 잡아낸다.
검사 시간이 짧고 비침습적인 데다가 중이와 외이의 이물질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 전문가의 도움이 없어도 결과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내이·청신경청각뇌간경로를 모두 선별할 수 있어 말초성 청력 소실이 동반되지 않는 청각신경병증이나 신경전도장애도 파악할 수 있다.
TEOAE 검사는 달팽이관 및 청각유모세포의 이상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검사다. 이중으로 방음된 청력검사실 내에서 일과성자극음을 들려준 뒤 달팽이관의 외유모세포 반응을 살핀다. 정상적인 청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100% 반응하지만 청력 손실이 30~40dB HL이 넘은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청각 기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생후 6개월 전 난청이 발견돼 치료를 받은 아기와 6개월 이후 발견된 아기의 단어를 비교한 결과 30개월 전후의 어휘력에서 100단어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출생 3개월 이내의 모든 신생아에게 난청 선별 검사를 권장한다. 우리도 신생아 청력 검사를 통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천성 난청은 유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생아 청력 검사는 아이의 청각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지만 난청의 유전적 소인을 밝혀내기는 어렵다. 때문에 신생아 청력 검사와 난청 유전자 검사를 동시에 진행해 GJB2 유전자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적절한 유전상담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료를 준비할 수 있다.
또한 유전자 검사는 나중에 나타날지 모를 청력 소실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부모 중 한쪽이 보인자인 경우에 어렸을 때는 청각에 이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점차 청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다. 어느 정도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해도 부모에게 증상을 호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난청의 유전자 소인을 확인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모가 모두 정상적인 청력을 갖고 있어도 난청 유전자를 가졌을 수 있기 때문에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필수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출생 직후부터 보청기 착용 등의 재활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언어 습득과 일상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 보청기 치료가 어려워 인공 와우이식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도 훨씬 좋은 효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신생아 청력 검사, 난청 유전자 검사로 증상과 원인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부모는 아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바란다. 설사 ‘아프다’는 아이의 말이 엄살이라고 할지라도 마음이 미어지는 게 부모다. 하지만 행여 다칠까, 눈을 떼지 못하는 부모라고 해도 아프다고 말 못하는 신생아 시기에는 아이의 신호를 놓치기 쉽다.
특히 난청처럼 물리적인 고통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알아채기 어렵다. 만약 부모의 말에 대답이 없다거나 반응을 하지 않는 등의 징후를 보인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전문의 상담과 검사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537호(2018년 4월25일~5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