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상가 가격조사 ‘현실적 어려움’ 제기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통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동산보유세 등 과세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상가임대료 조사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세입자 피해를 양산한다는 불만이 큰 상황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2015년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의 급등 의혹을 조사하면서 감정평가 업무의 일관성 결여 문제가 드러났고 한국감정원 관련자도 연루돼 논란을 더욱 키웠다.
/사진=머니투데이

◆들쑥날쑥 집값, 상가임대료 비현실적
한국감정원은 1969년 정부와 산업은행, 5개 시중은행이 공동출자해 세운 공기업이다. 부동산 감정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법’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택, 오피스텔, 상가 등의 조사 및 가격산정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테면 최근 이슈가 된 부동산보유세 중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에 부과하는데 감정원의 조사가격이 기준이 된다. 하지만 올 초 감정원이 발표한 단독주택가격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통계명에 따라 전년대비 5.51%, 2.84%로 차이가 났다.

지표의 편차는 ▲2011년 2.84%포인트 ▲2012년 1.63%포인트 ▲2013년 3.29%포인트 ▲2014년 3.53%포인트 ▲2015년 2.95%포인트 ▲2016년 3.99%포인트 등으로 불규칙한 흐름을 보인다.

감정원 관계자는 “표본집단 범위가 각각 22만가구와 4800가구로 다르고 집계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기관에서 산정한 집값의 차이가 커 국민이 부담해야 할 조세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인터넷 부동산카페나 SNS에서는 최근 에버랜드 공시지가 의혹 이후 ‘한국감정원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상권의 경우 표본수가 적어 소상공인정책 수립과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급등으로 원주민과 기존상인이 외부로 밀려나는 현상) 방지에 걸림돌이 된다는 논란이 있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토지와 빈곤’(Land and Poverty)이라는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감정원 실거래가 조사가 친·인척 거래나 투기거래 여부를 구별하지 않아 부정확하고 조세정의를 왜곡시키는 데다 납세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도 감정원의 상가임대료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감정원의 임대동향 조사는 소규모 상가일 경우 전체의 0.4%만 표본조사해 정확한 실태파악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권리금 분쟁이 늘어 상가임대료 산정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2005년 감정원이 관련업무를 시작한 지 10년 넘도록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문제로 꼽힌다. 심지어 감정원의 가격조사 업무가 불필요한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15년차 감정평가사는 “권리금 감정평가와 관련된 법률규정, 실무기준 등이 소상공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감정원은 권리금을 형성하는 상권의 성격과 임대료 분석 등이 아니라 단순 임대료, 권리금 통계조사만 해 예산 먹는 하마가 되고 감정평가 업무에 쓸모없는 수익창출 도구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가격조사 현실적 어려움 있다는 감정원

이런 문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2016년 ‘한국감정원법’ 개정으로 감정평가 업무가 민간에 이양되자 한국감정원이 부동산거래 관리시스템 운영이나 도시재생사업 등의 수익사업에 치중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시행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 재건축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 시 일부조건에 걸리면 감정원의 타당성 검증을 의무화해 조합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최대 5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사업비 추정치가 사업시행 계획보다 10% 증가 ▲조합원 분담규모가 분양자별 분담금 추산액의 20% 증가 ▲조합원 5분의1 이상이 요청 ▲시장·군수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등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재건축 사업비와 초과이익 부담금이 더해진 상황에서 관리처분계획 검증 수수료까지 조합이 부담하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정원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반박하며 조사원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함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조사업무를 하다 보면 임대인과 세입자, 공인중개사의 인터뷰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임대인과 세입자는 실제 계약금 등을 공개하기 꺼려 어려움이 있다”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와 현실의 괴리가 있지만 조사원의 전문성이 없다는 데는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권의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려면 입지가 대로변인지 후면인지 등도 반영해야 하고 전수조사가 불가피한데 표본조사는 한계가 있다”면서 “가게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개별적으로 접근하고 참고하는 것이 통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장지역 임대료 조사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 표본 범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감정원과 법무부, 국토교통부는 최근 관련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