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만큼 편하게 쉬어야 하는 시대다. 잘 쉬어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 건강해진다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공휴일에 대한 이해와 분위기가 변하자 저마다 이색 휴무를 즐기는 이도 늘었다. <머니S>는 ‘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달라진 분위기와 이에 따른 경제효과를 비롯해 공휴일 확대로 나타난 각종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할 지 등의 문제를 짚어봤다.대한민국에 휴식이 있는 삶은 정착될 수 있을까.-편집자-
정부가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공휴일 관련 법 제정과 대체공휴일제 확산 등 공휴일 확대 정책을 추진한다. ‘일’이 아닌 ‘쉼’이 중심인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무조건적 공휴일 확대는 근로환경 혼란과 함께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보다 효과적인 공휴일 정착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마트한 근로환경 구축 필요
"공휴일 확대정책은 피할 수 없는 전세계적 추세입니다. 우리 사회만 해도 휴식과 여가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죠. 주52시간 도입으로 장시간 근로도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고요. 공휴일이 늘어나는 것은 국가 경제에도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임효창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공휴일 확대기조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국내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가나 휴일이 많지 않다는 논리에서다. 현재 국내 법정공휴일 수는 15일로 글로벌 기준에서 봤을 때 많은 축에 속한다. 미국은 법정공휴일이 10일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공휴일에 모든 근로자가 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여전히 휴가를 사용할 때 상사 눈치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인의 1년간 평균 연차 사용일은 8일에 불과하지만 핀란드나 프랑스, 브라질 등은 30일에 달한다. 나라별 근로문화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적어도 휴식의 개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충분히 보장된 나라는 아닌 셈이다. 임 교수는 이를 공휴일 확대 측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임 교수는 공휴일 확대에 따른 단점도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바로 기업생산성 감소다. 그는 "휴일이 늘어나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기업활동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휴일 증가는 기업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보다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무조건적 공휴일 확대는 심각한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임 교수는 이를 기업문화 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근로시간 감축과 스마트한 업무 구축으로 공휴일 확대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휴일 확대로 일할 시간이 줄어드는 점을 오히려 기업들이 이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에서 업무시간을 줄이더라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스마트'한 근로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사회적 흐름을 무시한 채 휴일 확대에 무조건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휴일 확대정책을 도입해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게 되겠지만 이에 따를 수 없는 기업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2004년 주 5일제 근무가 도입될 때도 기업들 반발은 컸습니다. 결국 단계적 도입을 시도해 현재 잘 정착된 측면이 있죠. 공휴일 확대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이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휴일 지정, '국민적 이해' 우선돼야
국내에서는 최근 '요일지정휴일제' 도입이 검토된다. 특정 공휴일을 그 해 몇월 몇째주 월요일로 지정하는 식이다.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쳐 대체휴일이 생겨나는 등 매년 바뀌는 휴일을 동일하게 정립시킬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어린이날과 현충일 등을 주말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요일지정휴일로 정하자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앞으로 공휴일이 확대된다는 전제 아래 요일지정제는 국가경제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정책"이라며 "다만 기존의 것을 바꾸는 데는 국민적 이해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시공휴일 지정 문제에 대해 그는 "항상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임시공휴일은 소비진작이 목표인데 항상 1~2주 전에 지정일이 논의된다"며 "이러면 원래 기대했던 것도 얻기 어렵고 국민의 공감대도 이끌어내기 힘들다. 어차피 1년에 한두번 지정되는 휴일이라면 보다 이른 논의를 통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임시공휴일의 역사
최근 임시공휴일 지정은 주로 내수 증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4년간 임시공휴일은 총 4차례 지정됐는데 19대 대통령 선거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활성화 측면이 컸다. 2015년 8월14일은 광복절 70주년 기념과 함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경기회복을 위해 지정됐다. 2016년 5월6일은 어린이날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내수 증진을 위해 임시공휴일이 지정됐으며 2017년 10월2일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휴일 사이에 낀 평일(2일)을 휴일로 돌리면서 최장 10일간의 연휴를 만들었다. 올해도 5월8일 어버이날 임시공휴일 지정을 두고 논의가 오갔지만 없던 일이 됐다.
이처럼 임시공휴일은 주로 내수 증진용으로 정부가 1년에 한두번 논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과거에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꽤 흔한 일이었다. 정부는 지금까지 총 60차례의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는데 과거 권위주의정부 당시 대통령 생일이나 취임일 등은 무조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영부인의 국민장 때도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바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날도 이례적으로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이후 임시공휴일은 거의 논의되지 않다가 2000년대 들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기념해 대회가 끝난 7월1일이 공휴일로 지정됐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임시공휴일도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7월2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기념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기도 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