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감소·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국내 식음료업계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도 똑같이 이어진다. 최근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식품의 3대 요소는 ‘건강·체험·간편성’.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K-푸드도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업체는 이미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머니S>가 2018년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내 식품음료업계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식품과 외식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과거 1·2차 가공품 위주였던 간편식품이 최근 전자레인지나 오븐에서 최장 몇분간 데우면 1품요리가 되는 즉석조리식품으로 진화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식품트렌드와 일치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파리·홍콩·LA·오사카·이스탄불 등 세계 각 지역의 푸드 트렌드를 선도하는 10개 미식 도시의 ‘사랑받는 식품 아이템’을 조사한 결과 ‘건강’, ‘체험’(재미), ‘간편성’이 꼽혔다. 간편식은 이 중 간편성과 건강, 두개의 키워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편식은 무엇일까. 대다수가 ‘오뚜기 3분 카레’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1969년 설립한 종합식품기업 오뚜기는 1981년 국내 첫 즉석요리인 3분 카레로 가정간편식(HMR)시장의 문을 열었다.
36년이 지난 현재 간편식은 1인 가구와 혼밥족 등의 증가로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업계에 따르면 간편식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5년 전 대비 3배가량 커졌다. 올해도 30% 이상 성장해 조만간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간편식도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부합해 다각도로 발전하고 있다. 3분 카레에서 시작된 간편식은 이제 즉석밥·피자·볶음밥·덮밥 등 메뉴가 다양화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집밥과 간편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양새다.
오뚜기는 2004년 즉석밥시장에 진출하며 순수밥은 물론 소스와 짝을 이룬 20여종의 다양한 세트밥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오뚜기밥’은 뛰어난 맛과 품질,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구성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3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6년 9월 간편성을 강조한 컵밥제품으로 ‘김치참치덮밥’, ‘제육덮밥’ 등 6종을 출시했고 지난해 ‘진짬뽕밥’, ‘부대찌개밥’, 올 들어선 ‘쇠고기미역국밥’, ‘북어해장국밥’, ‘양송이비프카레밥’ 등을 추가해 총 22종을 선보였다.
상온 유통되는 컵밥 외에 오뚜기 냉동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 냉동밥시장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내 냉동밥시장은 연평균 5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와 혼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간편식 원조기업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다양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트레이드마크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앞세워 HMR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선보인 잇츠온(EATS ON)브랜드는 기존 간편식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다.
잇츠온은 기존 발효유와 마찬가지로 야쿠르트 아줌마가 직접 전달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주문 후 요리에 들어가고 냉동 및 레토르트식품이 아닌 냉장식품으로만 유통하며 요리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유통기한을 최소화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와 야쿠르트 아줌마 채널의 특성을 살려 단품주문이 가능해 단 하나만 구매해도 배송비 없이 받을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잇츠온브랜드 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밀키트 카테고리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를 통해 기존 완제품인 반찬·요리류 등 RTE(Ready to Eat)·RTH(Ready to Heat)제품에서 소비자가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로 구성된 RTC(Ready to Cook)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밀키트는 밑손질 끝낸 식재료와 양념이 세트로 구성돼 장보는 시간을 줄여주고 식재료도 필요한 양만 들어 있어 경제적이다. 더불어 요리하는 즐거움도 경험할 수 있어 요리에 서툰 이가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이와 함께 간편식 고급화를 위해 유명 셰프와 손잡고 출시한 제품도 선보였다. ‘치킨라따뚜이’와 ‘비프찹스테이크’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마포리 1987’의 이인희 오너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로 만들었다.
한국야쿠르트는 현재 총 20여종의 밀키트제품을 판매한다. 최근에는 ‘차돌박이 순두부찌개’, ‘소고기 고추 잡채&꽃빵’ 등을 출시하며 레스토랑 메뉴에서 한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밀키트 요리를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연내 50종까지 밀키트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잇츠온은 지난 4월부터 정기배송서비스를 실시하며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이는 간편식을 이용하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한번의 주문으로 한달치 식단을 집까지 무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식단은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에 본인만의 식단을 직접 구성하는 ‘DIY식단’과 잇츠온 상품을 기획·개발한 전문가가 선별한 ‘MD추천식단’ 두가지로 구성됐다.
정기배송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경우 최대 15%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쿠폰할인 등 기존 할인혜택을 중복 사용할 수 있어 할인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정기배송서비스 도입으로 야쿠르트 아줌마 채널과의 시너지를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김동주 한국야쿠르트 마케팅이사는 “잇츠온은 건강한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를 위해 야쿠르트 아줌마가 직접 전달하는 정성스러운 요리”라며 “주문을 받은 뒤 요리하고 단 하나만 구매해도 배송비가 없는 차별화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원F&B는 HMR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과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간편하게 ‘바로 먹는 영양식품’으로 자리잡은 대표제품 동원참치에 HMR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동원참치는 1982년 12월 첫 출시 이후 36년 동안 한번도 시장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사랑 받아온 국가대표 참치캔브랜드다. 동원참치는 우리나라 소비시장과 함께 성장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왔다.
1980년대 고급식품에서 1990년대 가미참치를 앞세운 편의식품으로, 2000년대 들어선 영양을 강조한 건강식품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2010년대부터 국내 식품시장이 HMR 위주로 변화하자 또 한번 트렌드에 맞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원F&B는 지난해부터 ‘바로 먹는 참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밥에 바로 먹는 참치 ‘더참치’ 3종(핫치폴레·소이갈릭·고소한쌈)은 지금까지 요리에 주로 활용되던 살코기참치와 달리 밥에 바로 올려 먹는 형태로 참치의 영양에 맛까지 더했다.
동원F&B에 따르면 약 1년 반 동안의 연구를 거쳐 탄생한 더참치 3종은 유지 함량을 50% 이상 줄이고 밥과 잘 어울리는 특제소스를 더해 밥과 바로 먹을 때 최적의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
특히 유지 함량을 줄였을 경우 다소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는 참치살코기의 식감을 잡기 위해 ‘LOW DRAIN’이라는 숙성공법을 새롭게 개발해 적용했다.
‘더참치 핫치폴레’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소스를 적용했으며 ‘더참치 소이갈릭’은 젊은층이 좋아하는 마늘간장소스로 맛을 살렸다. ‘더참치 고소한쌈’은 참기름소스를 넣어 고소하며 채소쌈과 같이 먹으면 좋다.
동원F&B는 기존에 없던 유형의 참치캔인 더참치로 국내 참치캔시장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원F&B 관계자는 “다른 식품과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협업제품을 선보이며 HMR로서의 활용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는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농심은 이들을 겨냥해 바쁘고 피곤해도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는 ‘보노스프’를 선보인다.
농심에 따르면 보노스프는 끓인 수프처럼 진한 맛 때문에 한번, 간편함에 또 한번 찾게 되는 제품이다. 별다른 도구나 재료 없이도 15초면 한끼 식사가 뚝딱 완성돼 조리시간이 짧으며 전용농장에서 파종·재배하는 원료를 사용해 건강하고 맛도 뛰어나다.
일례로 가장 인기가 좋은 ‘보노 콘스프’는 일본 훗카이도 보노 전용농장에서 자라는 슈퍼스위트콘을 사용한다. 글로발 식품기업 아지노모도는 스위트콘 중에서 가장 단맛이 많이 나는 품종인 슈퍼스위트종을 선정해 제품을 만들었다. 콘수프에는 바삭한 크루통이 들어 있어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을 더한다.
보노스프의 다양한 선택권도 소비자를 유혹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콘수프를 비롯해 어니언 크림·포르치니버섯·시금치 크림·포타주 크림·체타치즈 수프 등 평일 아침마다 매일 다른 맛을 골라도 하나가 남는 6개로 메뉴를 구성했다.
농심 관계자는 “혼밥족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보노스프에게 큰 기회”라며 “고등학생·대학생·직장인 등 아침이 바쁜 모든 고객을 위해 더욱 다양한 맛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보노스프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SPC삼립이 운영하는 육가공 전문브랜드 그릭슈바인은 지난해 출시한 필라프 4종과 핫도그 2종에 이어 지난 14일 미트류 2종을 새롭게 선보이며 HMR카테고리를 확대했다.
또한 11일 SPC삼립은 냉동제품 생산라인 확보를 위해 충남 서천에 위치한 그릭슈바인 제2공장 증설 투자에 11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증설로 그릭슈바인공장은 신규 냉동설비를 갖춰 연간 3000톤 규모의 패티·튀김류 등 냉동 육가공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SPC삼립 관계자는 “그릭슈바인공장 증설을 통해 냉동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해 육가공사업 매출을 2022년까지 11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HMR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의 베이커리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최근 편의점 대표제품인 삼각김밥의 맛과 모양을 빵으로 재해석한 ‘삼각김빵 2종’(햄에그·불고기)을 선보였다. 트렌드와 업종의 특성을 조화한 독특한 제품으로 소비자 니즈 충족에 나선 것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독특하고 이색적인 제품을 경험하길 원하는 젊은 고객을 위해 고정관념을 깬 삼각김빵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일반적인 빵의 한계를 넘은 실험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