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은 20대 국회가 시작되고 2년간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24차례에 걸쳐 개정안을 발의했을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다. 관련 시위와 사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법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탓이다. 이에 정치권이 해법 마련에 나섰다.
◆재산권 침해 놓고 ‘갈등’
건물주와 임차인의 분쟁에서 핵심 쟁점은 재산권 침해 여부다. 한쪽의 재산권을 존중할 경우 다른 한쪽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을 살펴보면 임대인(건물주)은 임차인에게 월세를 보증금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고 올린 후 1년 안에는 다시 올리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임대료를 3~4배로 올리겠다는 건물주의 통보에 결국 임차인이 폭행으로 보복해 논란이 됐던 궁중족발 사건과 가수 리쌍 ‘우장창창’ 사건 등에는 이 같은 임차인 보호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는 ‘환산보증금 제도’와 ‘계약 갱신 청구권 기한’ 때문이다. 보증금과 월차임의 100배를 합산한 돈인 환산보증금 제도는 서울의 경우는 4억원, 수도권의 대부분 (과밀억제권역)은 3억원 등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임대료인상률에 제한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청구권의 행사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은 월세나 보증금 인상 등에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반면 건물주들도 할 말은 있다.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자산증식을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임대료를 몇배로 올리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은 사건에서도 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원론적으로 바라보면 건물주는 현행법을 합법적으로 이용했을 뿐이다.
결국 이들의 입장차이가 명백한 상황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할 법이 공정하다는 공감을 얻지 못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논란이 된 사례를 살펴보면 건물주는 합법적인 선에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었던 반면 임차인은 장사가 잘 됐음에도 계약갱신청구권 내에 투입자본을 회수하지 못한 채 쫓겨나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 시민단체 등에서 건물주보다는 임차인의 생존권에 초점을 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계약갱신 청구권 기간 10년으로 연장 ‘입법화’
이런 지적이 쇄도하자 정치권이 답을 제시하고 나섰다. 권길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19일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다. 이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10년으로 늘리고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권 의원은 “앞서 발의된 법안은 많았지만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은 적었다”며 “이는 사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의원은 “당 차원에서 심각성을 가지고 빠르게 해결할 것”이라며 “법이라는 것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회적 통념에 맞춰가는 부분이 있다. 이번 경우에는 외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국내법은 상당히 미비한 수준이다. 이번 법안은 최소한의 임차인 권익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발의했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016년 20대 국회가 시작된 직후 5월30일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후 지난 5월까지 22건이 발의된 상태다. 이 중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은 안건은 한건도 없다. 이에 민주당은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연대해 이번 개정안을 올해 안으로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와 중기벤처기업부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상정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임차인은 서럽고 건물주는 억울하고
임차인의 억울한 사연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건물주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투자 컨설팅업자는 “요새는 임차인 건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자기 돈으로 건물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대출을 끼고 건물에 투자하는데 점점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전체 임대사업자 수는 741만7244명으로 지난해 4분기 말(730만8536명)보다 10만8708명 증가했다. 사업자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인 6만9503명이 부동산임대사업자다.
아울러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대출을 받아 임대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건물주 중에는 '금수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 건물주는 "건물 매입자금의 50%가 은행 대출"이라며 "건물의 절반만 내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요즘은 임차인들 눈치를 보느라 그 절반도 내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부 건물주는 임차인에게 '역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은 건물주 A씨는 “사회에서 건물주가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지만 모든 사례가 그런 것이 아니다. 억울한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 건물주의 경우 사업장 이전을 위해 매입한 건물에 세 들어 있는 임차인이 상가에 입주한 지 10년이 넘었고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보증금도 월세로 모두 소진되고 계약이 해지됐다. 계약기간 역시 만료됐고 당초 계약서에 재건축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임차인은 10년 전에 낸 1억원의 권리금과 인테리어비용 1억원을 돌려달라며 건물주가 소유한 다른 건물 앞에서 시위를 했다.
건물주 A씨는 임차인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대화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업장 이전을 위해 대출을 받아 한달에 2000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행법으로도 문제가 없고 설사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 임대보증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도 내 경우는 해당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임차인이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인심공격성 발언이 너무 많다”며 “법적·도의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후 A씨와 임차인은 서로 입장차이를 좁혀 합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6호(2018년 6월27일~7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