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를 모색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식품사업에 눈독을 들인다. 식품사업은 전통의 식음료 강자들이 대거 포진한 데다 트렌드 변화도 빨라 보수적 성향이 강한 제약사가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은 영역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식품사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지목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제약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건강기능식품을 디딤돌 삼아 미답의 영역에 발을 내딛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뉴오리진 콘셉트스토어. /사진=유한양행
◆별도 법인·브랜드 만들어 시장진출 

유한양행은 그동안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되던 건강기능식품부문을 올 초 정식 사업부로 개편하고 식품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유한양행이 프리론칭한 프리미엄 건강식품브랜드 뉴오리진이 그 결실이다.
뉴오리진은 같은 달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영등포점·의정부점·부산 센텀시티점·대구점 등 6개 지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적극적인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뉴오리진은 ‘푸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철학 아래 홍삼군·녹용군·루테인·칼라하리 사막소금 등 기존 건기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각 제품마다 국내 제약업계 1위에 걸맞은 노하우와 신뢰도를 축적했다는 게 유한양행의 설명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여의도 IFC몰 지하 1층에 뉴오리진 콘셉트스토어도 열었다. 이곳에는 뉴오리진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코너와 함께 레스토랑 코너를 구성해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를 활용한 수프·샌드위치·티 등의 메뉴를 제공한다.

뉴오리진 콘셉트스토어는 소비자에게 뉴오리진이 사용한 모든 원료가 식품에 적용될 수 있는 자연 유래임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특히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체험형 매장으로 관심을 끌어내 오픈 한달 만에 2만5000명이 방문하는 등 성공한 매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오리진은 최근 ‘비타민C’, ‘밀크씨슬’, ‘스톤허니 머스코바도 케인 슈가’를 추가 출시하는 등 소비자에게 기존 건강기능식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하반기에 서울 잠실 롯데몰에 뉴오리진 콘셉트스토어 추가 입점을 준비 중이며 내년 초까지 2곳의 매장을 더 오픈할 예정”이라며 “유통망 확대를 포함해 멀리 내다보고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11월 기능성 음료와 애완용품사업을 위해 100% 자회사인 동국생활과학을 설립했다. 이에 앞서 동국제약은 이마트와 협업해 고품질 반려견 전용 식품브랜드 몰리스케어를 론칭하고 사료·영양제·간식 등을 선보였으며 펫 전문 드럭스토어 캐니월드와 음료숍브랜드 아마겐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초 동국제약 헬스케어사업부에서 건기식·애완용품·주스 등의 제약 외 다양한 수익성사업을 시도하다 해당 사업을 전담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회사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동국생활과학은 동국제약이 지난해 잇따라 선보인 펫 전문 드럭스토어 캐니월드와 기능성 음료숍브랜드 아마겐사업을 맡아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아마겐이라는 브랜드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몰리스케어도 주도하고 있다.

JW안심푸드 신제품 8종. /사진=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은 지난 3월 저염·저단백 식단브랜드 JW안심푸드의 즉석조리식품 신제품 8종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에 돌입했다.
JW안심푸드는 단백질·나트륨·칼륨·인 등의 함량을 기술적으로 줄인 제품으로 즉석조리식품을 비롯해 라면류·밥·소스·에너지 보충식품 등으로 구성된 건강관리식품브랜드다.

새롭게 출시한 제품은 미생물을 차단하는 용기에 담은 무균성 완전 조리식품으로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간편히 즐길 수 있다.

요리의 맛은 그대로 살리고 단백질·염분·인 성분을 줄인 이번 제품은 ‘탕수육’, ‘고기감자조림’, ‘고사리볶음’, ‘무조림’ 등 반찬류 4종과 ‘영양밥’, ‘치킨카레’ 등 덮밥류 2종, ‘콘스프’, ‘크림스튜’ 등 간식류 2종으로 구성됐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JW안심푸드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환자 전용식으로 단순히 단백질과 염분의 함량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맛도 살려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며 “앞으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올 초 프리미엄 맞춤 영양식 ‘이로밀’을 발매했다. 이로밀은 환자들이 식사대용으로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일반의약품 전문회사 동아제약과 종합식품기업 연세대학교 연세우유가 협업해 만든 제품이다.

이로밀은 안정적인 혈당유지를 위해 팔라티노스를 함유한 무설탕 영양식이다. 팔라티노스는 천연 감미료로 섭취 후 소화 및 흡수과정을 통해 완전히 분해돼 설사를 유발하지 않고 천천히 흡수, 혈당의 급격한 변화가 없다.

특히 이로밀은 증상에 따라 효능이 있는 원료를 더해 일반 환자들을 위한 균형영양식 2종, 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당뇨식, 장을 편안하게 해주는 식이섬유, 외상환자 및 수술환자를 위한 고단백 등 총 5종으로 증상맞춤별 라인업을 구성했다.

◆진입장벽 낮고 성과 확인 빨라

제약업계가 식품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제품개발에 대한 연구개발 인프라와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또 실패 확률이 높고 성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약개발에 비해 식품사업은 투자대비 성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여러 가지 규제가 많고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해 새로운 수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식품사업 쪽으로도 눈을 돌리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며 “아직은 수익성 확대 차원에서 발을 담그는 수준이지만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공격적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흐름이 오너일가 세대교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약’이라는 한우물을 파 일가를 이룬 창업주의 뒤를 이어 경영권을 물려받은 오너 2·3세들이 빠른 가시적 성과를 얻기 위해 식품사업 등 다양한 수익성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물려받은 젊은 오너 중에는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약개발보다 투자대비 성과를 빨리 얻을 수 있는 수익사업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사업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식품사업 등에 진출하는 경우가 앞으로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9호(2018년 7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