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전국 95개 관측소 중 60곳에서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4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된 지역만 5곳에 달한다. 지난 4일까지 전국의 폭염일수는 20.7일, 열대야일수는 10.3일을 기록했다. 폭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낮기온이 35도 안팎인 무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유례없는 폭염은 소비자의 일상도 바꾸고 있다.
지난 8일 BC카드 분석에 따르면 폭염 경보가 시작된 7월 셋째주부터 냉방제품을 포함한 가전판매업종과 배달업종의 이용금액과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 BC카드 고객분석팀이 고객 2600만명의 이용 데이터를 전년과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달 셋째주 가전판매업종 이용금액은 29%, 이용건수는 22% 증가했다.
이런 소비패턴은 폭염이 장기화되며 더 늘었다. 7월 넷째주 이용금액은 전년 대비 65%가량 늘어난 것. BC카드 관계자는 “7월 3주차부터 전자제품 판매업종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고온으로 인한 선풍기·에어컨 등 냉방제품 구매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매년 160% 이상 증가하는 배달업종의 경우도 폭염 속 매출 증대효과를 누렸다. 전년 대비 올 7월 셋째주 배달업종 이용금액은 84.9% 늘었고 넷째주에는 92.7%까지 치솟았다. 이용건수도 각각 74.5%, 81.1% 증가했다.
쇼핑의 경우 온라인 증가세가 뚜렷했다. 전체 업종 대비 온라인업종 매출 비중은 올 7월 둘째주 20.5%에서 셋째주에는 22.0%로 1.5%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0.4%, 1.4% 증가했다. 이용금액과 건수도 7월 들어 전년 대비 지속 증가했다.
BC카드 관계자는 “더운 날씨에 오프라인에서 쇼핑하는 것보다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사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며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하는 경우가 늘어 한낮 도심거리가 예년에 비해 한적해졌고 여름휴가기간 유명 피서지 대신 홈캉스(집+바캉스)를 선택하는 이도 증가했다.
오픈마켓 옥션이 지난달 18일부터 26일까지 고객 8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8%가 ‘바캉스 장소로 집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홈캉스를 선택한 이유로 ‘사람 많고 복잡한 곳이 싫어서’(53%), ‘비용절감’(20%), ‘집이 제일 편해서’(19%), ‘휴가를 준비하는 게 귀찮아서’(8%) 등을 꼽았다.
홈캉스족은 집에서 보내는 휴가 준비물도 오프라인매장(38%)보다 온라인(59%)을 통해 준비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시원한 냉방이 이뤄지는 커피숍이나 백화점 등에서 여가를 보내는 이도 늘었다. 심지어 ‘커피서’(커피숍서 피서)나 ‘백캉스’(백화점에서 바캉스)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연장선에서 식사도 불 없이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간편식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천재지변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며 간단하게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간편식과 수입과일 등 대체식품이 각광받고 있다.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3일까지 티몬 슈퍼마트 매출을 분석한 결과 간편식품군 매출은 40% 증가했다.
조리 시 발생하는 열로 집안이 더 더워지고 치솟은 국내 농산물 가격에 식탁을 차리기 부담스러워지자 열없이 조리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간편식과 수입과일이 폭염 특수를 누린 것이다.
노파이어식품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간편식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한 ‘간편국’이다. 조사기간 동안 간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상승했다. 이어 덮밥의 인기가 높았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덮밥은 전체 간편식 매출의 31%를 차지했으며 매출 성장률은 30%를 기록했다. 여기에 냉동 간편도시락은 404% 증가하며 노파이어제품의 인기를 더했다.
티몬 슈퍼마트 매출을 보면 수입과일과 국산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 67% 증가하는 등 국산과일보다 수입과일의 성장세가 높았다. 길어지는 불볕더위로 작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여름계절과일의 수요가 높아지며 국산과일 가격이 급증하자 대체재로 해외에서 건너온 체리·바나나·자몽 등 수입과일 매출이 상승한 것이다.
티몬 관계자는 “밤 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아침과 점심은 물론 저녁에도 가스레인지 불 앞에서 음식을 하기 어려워져 간편식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