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조마조마하다. 어떤 제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될지 몰라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다. 2018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방사능 공포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에 대한 두려움이 퍼져나갔다. 후쿠시마 근처에 원료 공장을 둔 식품을 꺼리거나 일본산 수산물을 먹지 않는 경우를 두고 한때 ‘방사능 포비아(특정한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불안장애)’로 불렀다.


그러나 올 들어 침대, 생리대, 온수매트, 미용마스크에서 라돈이 검출되며 실체적 공포와 마주하게 됐다. 최근 문제가 된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라돈은 무색·무취의 기체이기 때문에 별도 기기로 측정하기 전까지 그 존재를 알 수 없다.

특히 라돈은 방사선 피폭 중 단일 피폭원으로는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 2.4밀리서버트(mSv) 가운데 공기중 라돈이 1.3mSv로 50%가 넘는다. 이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RCP)가 지정한 성인 기준 연간 피폭 안전기준치 1mSv보다 높은 수치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라돈이 검출된 생리대의 경우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제품 특성상 안전을 보장하긴 어렵다. 방사능은 몸 속에 쌓인 후 체외로 배출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피폭 여부를 단기간에 확인할 수 없다. 암을 비롯한 질병에 걸리거나 자손까지 부작용이 미치는 걸 고려하면 잠재적 위험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이다. 기업들은 라돈을 배출하는 원료물질인 모자나이트가 문제가 되자 성분표를 세세하게 기재하지 않거나 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 환불 대신 교환을 유도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만 하고 있다.

또 여러 조사결과를 내밀며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아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유해물질이 소량검출돼도 신체에 접촉하는 제품이 많아 어떤 기준에서 안전하고 부작용은 없는지 소비자로선 알 방법이 없다.

불안한 소비자와 달리 정부의 대처는 느긋하기까지 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는 각각 방사능물질이 함유된 가공제품, 자연물, 식·의약품을 담당하고 있지만 안전기준, 관리품목이 제각각이라 위해요소를 판단하는 데 부지하세월이다

이제라도 제2의 라돈사태를 막으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라돈 검출물질 제품에 대한 업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해물질 검출 기업의 처벌수위를 높이고 소비자보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감싼 방사능 공포는 구천을 떠도는 망령으로 남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6호(2018년 1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