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던 정유업계가 올 하반기부터 주춤하면서 주가도 약세다. 금융투자업계는 정유업종에 대해 실적부진, 주가하락, 부정적인 전망 등 호황기가 끝났음을 가리키는 시그널이 많지만 반등할 여지도 남았다고 본다. ◆정유사, 사업다각화로 활로 모색
주요 정유사의 연고점 대비 주가추이(11월20일 종가기준)를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은 9.31%, 에쓰오일(S-Oil)은 17.81%, GS는 26.03% 하락했다. 정유업종지수도 최근 1개월간 4% 하락하며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올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의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7.6% 늘어난 14조9587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358억원으로 같은기간 12.7% 줄어들었다. 에쓰오일의 경우 매출액은 7조1879억원으로 전년보다 37.9%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42.9% 줄어든 3157억원에 그쳤다.
GS 자회사인 GS칼텍스는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호조를 보였다. GS칼텍스는 올 3분기 매출액 9조8040억원, 영업이익 636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각각 30%, 9.9%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들은 비정유사업 기반의 사업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 3분기 영업실적에서 비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이른다. 화학산업에서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인천석유화학의 PX공장과 울산아로마틱스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영업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이달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 프로젝트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에쓰오일은 “RUC와 ODC의 투자회수기간을 6년으로 봤을 때 연평균 8000억원가량의 이익이 기대된다”며 “4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시설투자를 통해 비정유 사업부문 강화에 나섰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규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며 “설비효율성과 운영안정성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GS칼텍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에틸렌 7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연간 400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기대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유가하락+PX 약세 우려 부각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의 정유업황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당장 정유사의 4분기 실적 기대감부터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달 초 34년 만에 10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사우디, 미국, 러시아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을 억제시키며 증산을 지속하기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이 확산돼 유가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미국 원유수송관 완공 후 셰일오일(Shale Oil)의 증산에 따른 유가 하락압력과 함께 말레이시아, 중국, 사우디 정유업체들의 새로운 대형정유설비 가동으로 업황부담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급락과 함께 실적 스프레드도 급락세”라며 “현재는 정유사들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던 2014년 4분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유업종은 유가급변동이 실적에 직격탄이 된다”며 “PX도 약세인 걸 감안한다면 정유업종의 4분기 실적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유업체의 대표적인 석화제품인 PX의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섬유, 광학용 필름, 음료용 페트(PET)병에 사용되는 PX 자급률을 100%까지 높이겠다며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를 승인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PX 자급률 100% 계획이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며 “2020년까지 중국 신규 설비규모는 1360만톤으로 글로벌 전체 확장규모(1836만톤)의 74%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년 글로벌 수요증가분이 180만톤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OPEC·IMO에 거는 기대
이런 가운데 유가가 단기 저점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는 12월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를 통해 감산 논의가 이뤄지면 공급과잉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2월 WTI 기준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휘발유 약세 요인을 감안해도 과도하게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가와 마진 반등이 기대되고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실시하는 환경규제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마진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IMO는 2020년 1월1일부터 회원국 선박에서 발생하는 황함유량 기준치를 기존 350ppm에서 50ppm으로 강제로 낮춰 대기질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유황을 포함한 기존 선박연료는 수요 감소로 인해 수익이 악화되는 대신 50ppm 이하의 저유황 연료유(경유) 수익은 개선될 전망이다.
황규원 애널리스트는 “고유황중유를 10% 정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의 경우 탈황설비 투자를 진행하면 복합정제마진은 1배럴당 0.4~0.5달러 개선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하락이 정유사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원가율이 개선돼 실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정유기업의 경우 4분기 재고관련 손실로 영업이익 수치는 낮아진다”면서도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은 평가이익으로 일회적 평가 요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7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