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지하철-중] 우후죽순 역세권, 기대와 우려
주택시장에서 지하철역 주변을 일컫는 역세권은 흥행불패다. 교통·교육·편의시설을 일컫는 삼박자 인프라의 최정점인 교통(지하철)이 직장인의 출퇴근과 자녀의 통학 편의성을 증대시켜서다. 단순히 교통만 편리한 게 아니다. 지하철이 뚫리면 인구가 늘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서 상권이 발달하며 동시에 생활인프라가 풍부해져 주거여건이 우수해진다. 지하철 개통에 따라 집값이 뛰어 환금성도 우수하다. 역세권 새 아파트에 언제나 청약통장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단점도 뚜렷하다. 환금성이 우수한 만큼 집값이 비싸 진입장벽이 높다. 또 부동산시장 개발에 따라 우후죽순 아파트가 들어서고 노선이 길어지며 혼잡도가 오른다. 잦은 고장으로 편리함보다는 피로감이 더 높게 쌓인 것도 지하철이 품은 숙제다. 여기저기 모세혈관처럼 뻗은 지하철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역세권 품은 수혜지역 들썩
지하철역 주변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에서 늘 강세다. 지하철 개통에 따라 상권이 발달하는 동시에 인구 증가로 각종 편의시설이 확충돼 미래가치가 높게 평가돼서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지하철역으로 접근하기 수월하면 청약시장, 매매시장에서 모두 우위를 점한다.
최근 수도권 청약단지 중 경쟁률 상위권에는 모두 반경 1㎞ 거리에 지하철역이 위치한다. 금융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인근에 들어서는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청약 당시 경쟁률이 168.08대1이었고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과 가까운 ‘송도 SK뷰센트럴’은 123.76대1로 집계됐다.
이밖에 ▲동탄역 예미지 3차(SRT 동탄역)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2·9호선 당산역, 2·5호선 영등포구청역) ▲동탄역 롯데캐슬(SRT 동탄역) ▲신길센트럴자이(7호선 신풍역) ▲마포프레스티지자이(2호선 이대역) 등 역세권 단지는 수십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수요자가 몰렸다.
역세권 여부는 아파트브랜드만큼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역세권 아파트는 청약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인구가 늘면서 수요도 덩달아 뛰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이끈다.
지난해 9월 개통한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 보문역 도보권에 위치한 ‘보문아이파크’ 전용면적 59㎡의 평균매매가는 올 초 4억4500만원이다. 이는 개통 직전인 지난해 8월(4억원)과 비교해 5개월 만에 4500만원(11.25%)이나 뛴 가격인데 최근에는 더 올라 5억6000만원선에 평균 매매가가 형성됐다.
또 2016년 1월 신분당선 정자-광교 구간이 개통되자 인근 부동산시장은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신분당선이 지나는 성남시 정자동은 개통 이후 2년간 14.1%, 신분당선 마지막 지점인 수원 광교신도시는 10.55% 뛰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시세 상승률(7.56%)을 훌쩍 넘는 수치다.
올해도 수도권에서는 총 4개 도시철도 노선이 개통됐다. 지난 1월 공항철도 연장선 인천공항2터미널역이 개통됐고 6월에는 시흥시와 부천시 소사역을 잇는 서해선(소사-원시선)이 뚫렸다. 또 이달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사업인 종합운동장-보훈병원 구간의 운행이 시작됐으며 내년에는 김포도시철도가 개통될 예정이다.
지하철 노선이 촘촘해지면서 출퇴근 편의성이 증대됐지만 동시에 혼잡도도 증가했다. 서울 인구를 수도권으로 분산하고 곳곳에 지하철을 연결하자 수도권 도시에서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족이 인산인해를 이뤄서다.
7호선 광명사거리역 인근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종점역이 온수역일 때는 두정거장 차이라 아침 출근길에 크게 붐비지 않았고 직장이 있는 논현역까지 앉아 가곤 했다”며 “하지만 인천 부평구청까지 연장된 뒤에는 승객이 가득 찬 상태로 와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퇴근길 역시 붐비는 데 땀 냄새와 담배 냄새, 저녁 술자리 냄새 등이 섞여 고역”이라며 “지하철이 연장돼 인천지역 출퇴근족은 편해졌지만 혼잡도는 더 커졌다”고 씁쓸해 했다.
대표 지옥철로 불리는 9호선 역시 최근 3단계 구간인 종합운동장-보훈병원 구간 개통으로 혼잡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3단계 구간이 개통됐지만 출퇴근 시간대(오전 5시30분~9시) 급행·일반열차 운행횟수는 기존과 동일(총 98회, 급행 48회·일반 50회)해서다.
일각에서는 3단계 구간 개통으로 현재 163%에 달하는 9호선 혼잡도가 최대 170%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1~8호선 전동차가 8~10량인 데 반해 9호선은 4량으로 절반 이상 적고 운행 구간이 늘어난 데다 서울 강서·영등포·동작·서초·강남·송파·강동의 주요 주거·업무지구를 관통하는 황금노선으로 불리기 때문.
잦은 고장 역시 수도권 지하철의 편의성을 저해한다. 다른 지하철보다 지상 운행구간이 많은 1호선은 날씨 변화에 취약하다. 폭우에 철로가 침수돼 운행이 중단되거나 겨울철 맹추위에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오작동을 일으켜 운행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4호선은 툭하면 고장 나는 대표 지하철이다. 경기도 시흥 오이도역을 출발해 안산·군포·안양·과천을 거쳐 서울로 진입하는 4호선은 1년에 대여섯차례 고장을 일으켜 출퇴근족의 지각파트너로 불린다.
또 퇴근길에 사당행 열차가 자주 들어와 과천·안양·군포·안산 거주민의 퇴근길을 방해한다. 이는 구파발행 열차가 잦은 3호선 역시 마찬가지다. 고양시 대화역까지 이어지는 3호선은 구파발행 열차가 많아 고양 거주민이 중간에 내렸다 대화행 열차로 갈아타는 불편을 자주 겪는다. 높은 혼잡도와 잦은 고장, 그리고 어긋나는 배차까지, 우리의 발벗인 지하철이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쓴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