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9~3.0%에서 2.6~2.8% 선으로 낮아지고 상장사 영업이익 증가율도 3분기 6.9%까지 떨어지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이 위축될 경우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 아래 총력저지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식의 주주에게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며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
모두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이지만 외국계투기자본 등의 적대적 M&A를 비롯한 경영권 침해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 관련 데이터 조사업체 액티비스트인사이트의 연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2013년 상반기 275개에서 올 상반기 524개로 90%가량 급증했다. 이들 펀드가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한 기업도 2013년 570개에서 지난해 805개로 41% 늘었다.
아시아 기업을 겨냥한 경영개입 횟수는 2011년 10회에서 2017년 106회로 늘었다. 아직까진 일본과 중국기업 대상으로 집중돼 있으나 엘리엇매니지먼트의 2015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개입, 2018년 현대차그룹 구조개편 개입 등 최근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재계 주요 단체들은 잇따라 상법개정안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회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발의된 상법 개정안을 우려를 표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한상의는 의견서에서 “2~3대 주주나 해외투기자본들이 이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압박,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기자본에게 공격 수단만 더 쥐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달 초 국회에 상법개정안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지난달 말 ‘기업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 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회장은 “공격적인 외국인 펀드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러한 경영권 확보 위협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대항할 수 있는 방어 행위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 관계자는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한 논의없이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투기자본의 우리기업에 대한 경영권 침해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높다”며 “재계의 의견을 반영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