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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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의존도 심화… 규제 역차별에 중국발 시장잠식 가속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위주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다 보니 관련장르 의존도가 높아졌고 규모 있는 개발사가 업계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새 중소개발사는 도산하거나 대기업에 흡수됐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성공으로 장르·플랫폼을 다각화하는 시도마저 줄었다.
양적성장을 끝낸 내수시장 대신 수요층이 보장된 중국시장을 노크했지만 판호가 중단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었고 그새 중국을 비롯한 해외사업자는 규제의 덫을 피해 한국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일부업체가 태국, 대만, 일본 등 새 시장을 개척하며 대안책을 찾아 나섰지만 수익규모는 중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새해 벽두부터 넥슨이 텐센트에 매각될 가능성이 제기돼 인력·기술 유출과 실직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 모든 일이 불과 2~3년 만에 이뤄졌다.


◆규모의 경제, 빈익빈 부익부 심화

게임산업의 위기는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자본의 양극화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정KPMG 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상장사 상위 20개 합산 매출 중 3대 대기업의 매출 비중은 2013년 55.8%에서 2017년 71.4%로 늘었다.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기업 위주로 대형·브랜드화 되는 모습이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해 MMORPG 장르가 흥행코드로 떠오르면서 대규모 개발인력과 비용을 투입한 게임이 급증했다. 매출 규모가 큰 MMORPG 장르에 집중되다 보니 개발 인력 및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게임사가 시장을 독식하는 형태가 됐다.
특히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을 비롯해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 레볼루션, 뮤오리진2 등 온라인게임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 흥행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인기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IP가치도 천문학적으로 상승하다 보니 중소게임사의 경우 콘텐츠 수급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정KPMG는 대형 게임사 홍보채널이 TV·지하철 옥외광고와 같은 매스미디어에 집중돼 자금이 부족한 중소게임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셧다운제, 웹보드게임 규제도 기업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IP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대형 게임사도 소위 되는 게임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업계의 주축이 되는 게임사들이 보수적인 경영 형태를 유지하다 보니 장르의 다변화나 실험적 도전이 어려운 환경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판호재개, 한국은 먼 얘기

언제 열릴지 모르는 중국시장도 국내 게임업계에 위기로 다가올 전망이다. 중국 게임시장은 지난해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게임산업은 전세계 1349억달러(약 150조원) 가운데 4분의1인 344억달러(약 38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중국의 내자판호 발급이 시작되면서 국내 게임업계도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외자판호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정부가 게임 등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으며 1차 내자판호에 텐센트 게임이 포함되지 않아 관련 파트너십업체도 쉽게 허가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위 교수는 “매달 최대 800개를 발급했던 중국이 9개월 만에 판호를 재개하면서 80개 게임만 허가했다”며 “중국 현지 관계자를 통해 파악한 결과 2차 판호도 100여개 남짓한 규모만 승인될 예정이며 수만건의 게임이 판호 심사에 묶여 있어 국내 기업이 허가를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텐센트 M&A 시나리오, 한국에 최악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는 국내 게임업계에 최대 위기로 다가온다. 곳곳에 숨겨졌던 뇌관이 동시에 폭발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를 포함해 연간 게임 유통 로열티로만 넥슨에 1조원을 내고 있다. 넥슨을 인수할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로열티 비용을 줄이고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거점지역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자산총계 5546억위안(약 89조원)에 달하는 텐센트는 실탄도 충분한 상태다.

김정주 NXC 대표. /사진=NXC
김정주 NXC 대표. /사진=NXC

예상대로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국내 게임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 인수합병(M&A)의 특성상 인수 주체에 따라 사업부 변화를 막을 수 없다. 텐센트가 기업 실사를 통해 넥슨 산하 스튜디오를 정리할 경우 올해 라인업 출시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관련 인력감축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도 이런 점을 우려했다. 스타팅포인트는 입장문에서 “불안함의 방향과 크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위험요인을 안고 있음은 사실”이라며 “함께 넥슨을 이끌어 온 수천명의 고용안정과 삶의 터전을 위협하지는 않아야 하며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사업자에 별도 규제가 없는 환경 때문에 중국산 게임의 국내시장 잠식속도도 가속화된 상황이다.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 게임매출 상위 100위권 가운데 약 40%가 중국콘텐츠로 채워질 만큼 K-게임의 위상은 현저히 추락한 상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해외기업에 팔릴 경우 성장동력이 떨어진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김정주 NXC 대표의 지분매각 발표 전부터 넥슨이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중국기업과 접촉했다는 얘기가 국내 게임업계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5호(2019년 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