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에는 청정 자연 속에서 책과 사색을 즐기며 고요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사진은 시원하게 쏟아지는 초여름 햇살 아래 백담사 수심교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산이 깊어질수록 초여름 더위도 한 발짝 물러선다. 강원도 인제에는 천년 고찰의 정취와 문학의 향기, 탁 트인 호수 풍경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숨은 명소들이 있다.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든 산세를 바라보며 조용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일상의 소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에 온전한 쉼표가 찍힌다. 한국관광공사가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고요함을 찾는 여행자를 위한 인제 여행지 4곳을 추천한다.

백담사

백담사로 향하는 길에는 백담계곡 자갈밭 위로 무수히 세워진 돌탑이 눈에 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신라 제28대 진덕여왕 원년(647년) 자장율사가 '한계사'라는 명칭으로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사찰 마당까지 흘러내리는 길목에 100개의 물웅덩이(담)가 있어 '백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근대 문학의 거장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선생이 출가해 수도하며 시집 '님의 침묵'을 집필한 공간이다.

사찰로 향하는 길부터 자연의 깊은 품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일반 차는 용대리 백담 매표소 주차장까지만 진입할 수 있다. 이후 셔틀버스를 타고 굽이치는 계곡길을 따라 약 18분을 더 달려야 사찰에 닿는다. 버스에서 내려 수심교를 건널 때 계곡 자갈밭에 방문객들이 저마다의 염원을 담아 빼곡히 쌓아 올린 수천 개의 돌탑이 푸른 산세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시원한 산바람과 함께 은은한 풍경 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만해마을

만해마을에는 따스한 원목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북카페 '깃듸일나무'가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만해 한용운 선생의 문학적 자취와 자유연대 사상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문화 예술 공간이다. 회색빛의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들이 울창한 소나무 군락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하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만해문학박물관에서는 선생의 친필 원고와 초간본 시집, 연보 등을 한눈에 살피며 문학의 향기에 젖어들 수 있다.


문인의 집 1층에는 북카페 '깃듸일나무'가 있다. '새가 둥지를 트는 나무'라는 뜻에 걸맞게 원목으로 꾸며진 아늑한 실내와 사방을 채운 책들이 편안함을 준다. 잔잔한 음악을 배경 삼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독서에 몰입하기 좋다.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이 정기 휴관일이므로 방문 전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북카페는 여유롭게 운영돼 늦은 시간에 드라이브 겸 들르기 좋다.

인제기적의도서관

인제기적의도서관 내부는 계단식으로 조화롭게 설계돼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인제군이 협력해 문을 연 국내 17번째 기적의 도서관이다. 지식 저장소를 넘어 지역사회의 소통과 다양성을 상징하는 원통형 구조로 설계돼 외벽을 곡선으로 마감한 건축물 자체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부에 들어서면 거대한 원형 천장 아래로 쏟아지는 화사한 자연 채광이 방문객을 반긴다. 도서관 중심을 흐르는 나선형 계단마다 폭신한 쿠션이 마련돼 있다. 서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내 그 자리에 자유롭게 앉아 읽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탁 트인 개방감 덕분에 실내에 있으면서 답답함 없이 쾌적하게 초여름의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매주 금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무다.

인제 스마트복합쉼터

인제 스마트복합쉼터 2층에는 푸른 소양호가 액자 속 그림처럼 펼쳐지는 통창 라운지 공간이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인제군과 홍천국토관리사무소가 함께 조성한 복합 휴게 공간이다. 미시령로 국도변에 위치해 설악산과 소양호를 찾는 드라이브 여행객들 사이에서 휴게소를 넘어선 필수 코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건물 1층 매장에서는 인제 농가들이 생산한 용대리 황태, 오미자청, 산나물 등 신선한 특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여행 기념품을 고르기 좋다. 이 공간의 백미는 2층 북라운지와 3층 둥지 전망대다. 2층 라운지의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푸른 소양호와 웅장한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전망 의자에 앉아 호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운전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