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온·산소가 뿜는 청량감
원시의 대숲과 폭포… 중국 구이저우성 츠수이(쯔수이)

적수대폭포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적수대폭포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개발의 ‘손 때’ 타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손바닥 인터넷만 열면 멋진 곳 어딘지 금방 찾아내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손 때’를 덜 탔으며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여행지가 있다. 우리의 과거 이상으로 개발시대를 맞이한 중국에 그런 데가 있다. 중국 남서부 내륙의 구이저우성(貴州省·귀주성)의 츠수이(赤水·적수)가 바로 그곳이다.
츠수이를 비롯한 구이저우 일대는 중국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가난했다. 땅의 8할은 산이요 1할은 물이며, 나머지 1할만 밭(八山一水一田)이란 얘기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세가지 것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사흘간의 맑은 하늘, 농사지을 평평한 땅 세평, 단돈 세푼(天無三日晴, 地無三尺平, 人無三分銀)마저 없다는 거다.

사동구 대숲길  비와암 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사동구 대숲길 비와암 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첩첩산중에 둘러싸여 ‘박복’했던 츠수이가 바깥 세상에 알려진 건 최근이다. 지명처럼 붉은 사암 퇴적층의 단애 지형인 단샤(丹霞·단애)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울창한 나머지 시커멓게 짙푸른 삼림, 붉은 단샤를 낀 깊은 협곡. 츠수이는 한마디로 붉은 원시의 심산유곡(深山幽谷)인 셈이다.
츠수이는 중국서도 오지 중의 오지에 속한다. 양쯔강 지류인 츠수이허(赤水河)를 경계로 쓰촨성(四川省·사천성)을 마주한다. 비행기로 3시간30분(인천-충칭(重慶·중경)), 다시 버스로 2시간 30분을 달려 츠수이를 찾았다. 시간이 대수랴. 몸과 마음의 티끌을 씻어 내는 데는 이만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붉은 츠수이와의 첫 만남은 폭포와 대나무의 세계다.


◆원시의 대숲길, 폭포수에 진애(塵埃) 씻다

사동구 입구. /사진=박정웅 기자
사동구 입구. /사진=박정웅 기자
가장 먼저 국가지정 풍경구(명승지)인 사동구(四洞沟)를 찾았다. 이름처럼 4개의 폭포가 있는 곳이다. 수렴동(水簾洞), 월량담(月亮潭), 비와암(飛蛙巖), 백룡담(白龍潭) 등 4개의 주요 폭포가 대숲길에 숨어 있다.
이날 평생 볼 수 없을, 그런 대나무와 폭포를 만났다. 숲과 계곡은 온통 대나무 천지다. 그래서 사동구 일대는 ‘대나무 바다’를 잇댄 주하이(竹海·죽해)국립공원이다. 우후죽순이라 했나. 계곡 맑은 물소리 사이사이에 죽순 자라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사동구 대숲길. /사진=박정웅 기자
사동구 대숲길. /사진=박정웅 기자
사동구 대숲길. /사진=박정웅 기자
사동구 대숲길. /사진=박정웅 기자
이곳의 대나무는 매죽(梅竹)이다. 대나무 마디 사이가 긴 종이다. 마디가 긴 건 1미터 이상이나 된다 하니 생육환경이 좋다는 뜻이다. 묘족 등 소수민족은 이 대숲에서 대나무와 잇댄 삶을 이어왔다. 간단하게 죽순을 뽑아서 팔거나 죽공예품을 내다팔았다. 현재는 대나무의 섬유질을 뽑아 다듬은 고부가가치의 제품을생산하고 수출까지 한다고 한다.
태곳적 단샤의 대숲과 폭포가 뿜어내는 산소와 음이온. 사동구는 눈이며 귀며 가슴까지 시원하다. 청량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대숲길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청정한 공기 덕에 깨끗한 곳에서만 서식한다는 갖은 식물들이 눈에 띈다. 공룡시대의 키 큰 양치식물부터 지의류까지 원시의 날것이 푸르다. 그래서 4개의 폭포를 만나는 걸음은 느릿할 수밖에.


사동구 첫 폭포인 수렴동. /사진=박정웅 기자
사동구 첫 폭포인 수렴동. /사진=박정웅 기자
수렴동 안쪽에서 본 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수렴동 안쪽에서 본 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월량담과 너른 소. /사진=박정웅 기자
월량담과 너른 소. /사진=박정웅 기자
4개의 폭포는 형상에서 제 이름을 땄다. 첫 폭포(제1동(洞))인 수렴동(水簾洞)은 물의 발이다. 폭포수 안쪽으로 무협영화에 나오는 길이 숨어 있다. 두번째 폭포인 월량담(月亮潭)은 반달 모양의 붉은색 절벽을 뒤에 두르고 앞 소(沼)에는 달 그림자가 비친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비와암(飛蛙巖)은 폭포 상단의 바위가 개구리를 닮았다. 백룡담(白龍潭)은 흰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폭포수가 우렁차다는 뜻이다.
사동구 대숲길은 3㎞(왕복) 남짓으로 걸어서 2~3시간이면 충분하다. 길이 평탄해 어린이나 어르신이 걷기에도 좋다. 사동구의 네 폭포와 대숲길 여행은 사동구 입구부터 걷는 것을 추천한다. 보다 편안한 걸음을 위해 국립공원이 제공한 카트를 탔다간 수렴동과 월량담을 놓치기 십상이어서다. 대숲길은 계곡 양쪽으로 나 있다. 느릿하게 걸음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다만 길이 이끼와 물로 미끄러울 수 있으니 편안한 운동화 차림이 좋겠다.

비와암 폭포. 바위가 개구리를 닮았다. /사진=박정웅 기자
비와암 폭포. 바위가 개구리를 닮았다. /사진=박정웅 기자
백룡담 폭포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백룡담 폭포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걷는 족족 별천지, 적수대폭포의 위용
적수대폭포 원경. /사진=박정웅 기자
적수대폭포 원경. /사진=박정웅 기자
적수대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적수대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츠수이를 대표하는 폭포는 적수대폭포(赤水大瀑布)다. 이름처럼 규모가 장대해 십장동(十丈洞)이라고도 부른다. 높이 76m, 폭 81m로 양쯔강 유역에선 황과수폭포 다음으로 크다. 황과수폭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데 개발의 여파로 폭포 수위를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흠이 있다. 반면 적수대폭포는 온전한 자연의 것이라 가치가 더 있다는 평이다.
적수대폭포 걷기여행길에서 만난 미인류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적수대폭포 걷기여행길에서 만난 미인류폭포. /사진=박정웅 기자
적수대폭포로 향하는 걷기여행길은 단샤의 맨 얼굴을 드러낸다. 붉은 직벽이 말문을 멎게 하며 크고작은 폭포가 선계를 방불케 한다. 장엄한 대폭포를 만나려면 걷는 것을 추천한다. 매표소에서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데크길이 잘 깔려 있고 의자 등 편의공간이 넉넉히 마련돼 있다. 카트 차량을 이용하면 대폭포와 맞닿는다. 엘리베이터가 또다른 별천지를 안내한다. 폭포수 관람에 앞서 비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수량이 많고 낙차와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취재협조=뚱딴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