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바고진의 정문격인 패방. /사진=박정웅 기자
야오바고진의 정문격인 패방. /사진=박정웅 기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미두부. 고즈넉한 야오바고진 거리. /사진=박정웅 기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미두부. 고즈넉한 야오바고진 거리. /사진=박정웅 기자
세상은 촌각을 다투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뜸 들일 새 없이 뒤바뀌는 트렌드는 하루가 멀다 하다고 한다. 좁다란 ‘손바닥’에서 너른 세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대다. ‘인싸’로 정리되는 시류가 대세라는 얘기는 흔하다.
그럼에도 그리움에 옛것의 잔상을 찾는 구석도 있다. ‘레트로’ 또는 ‘뉴트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옛것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새로운 것을 덧붙인, 이런저런 복고풍은 잊었거나 놔버린 추억의 잔상을 좇는 경향이다. 트렌드의 진의를 떠나 옛것에 대한 그리움은 늘 어머니를 찾고야마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쏜살처럼 빠른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곳이 있다. 시류를 역행 한다기보다 ‘그 시절’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말이 적합할 듯하다.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흔한 감성적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고풍스러운 거리와 그곳의 느긋한 사람들, 그리고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 중국 쓰촨성(四川省·사천성) 루저우시(瀘州市) 허장(合江·합강)의 야오바고진(堯壩古鎭)은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활기가 있다.


팔순 잔치인 듯 주민들이 박수를 치며 흥겨워하고 있다. 잔치음식에 쓰일 생선이 가득하다. /사진=박정웅 기자
팔순 잔치인 듯 주민들이 박수를 치며 흥겨워하고 있다. 잔치음식에 쓰일 생선이 가득하다. /사진=박정웅 기자
고진(古鎭)은 옛 마을이다. 중국 남서부 내륙의 오지인 구이저우성(貴州省·귀주성)에서 츠수이허(赤水河)를 건너면 야오바고진이다. 1000년의 역사가 넘은 이곳은 쓰촨의 소금과 구이저우의 차가 만났던 곳이다. 교역에 있어서 쉬어가거나 흥정을 했던, 말하자면 민간교역의 만남의 장이었던 셈이다. 물길(츠수이허)과 뱃길을 갖춘 교역 교통로서 물자나 돈이 풍족했을 것.
마을의 정문격인 패방(牌坊)에 들어서자 느릿한 세계가 펼쳐졌다. 마을 입구의 대장간은 오전 11시가 돼서야 풀무질을 했다. 1km 남짓한 마을 중앙 통로 양쪽에는 찻집이며 식당이며 객잔이 어깨를 맞댔다. 이른 오전임에도 찻잔을 두고 마작 따위를 즐기는 이도 많다. 애써 서두를 작정이 없는 모양이었다. 고풍적인 전통문화와 정취는 느긋한 사람들에서도 묻어났다. 사람들한테 길들여진 탓인지 개나 고양이도 졸거나 배회를 해도 느긋했다.

야오바고진의 특산품인 유지산포. /사진=박정웅 기자
야오바고진의 특산품인 유지산포. /사진=박정웅 기자
야오바고진의 한 다관에서 차를 즐기는 탐방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야오바고진의 한 다관에서 차를 즐기는 탐방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야오바고진의 특산품으론 유지산포(油紙傘鋪)가 있다. 기름을 먹인 종이로 만든 수제 우산이다. 작업 방법이 독특하고 정밀해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외에 사탕수수 천연설탕인 홍탕(紅糖), 고구마로 만든 과자, 쌀로 빚은 미두부(米豆腐)가 등 지역의 싱싱한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가 천지다. 교역상들이 묵어간 낡은 객잔에서 차 한잔의 여유는 서둘러 달려온 지난 세월을 잊게 한다.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인가. 여덟 번씩 우려먹어도 다향은 은은했다.
선시장유와 츠수이허. /사진=박정웅 기자
선시장유와 츠수이허. /사진=박정웅 기자
야오바고진과 가까운 곳에 간장 제조장인 선시장유(先市醬油)가 있다. 마을 초입부터 단내가 낮게 깔려있다. 1893년부터 간장 제조의 전통을 이어온 선시장유는 국가급무형문화유산이다. 마치 우리의 종갓집을 연상케 한다.
붉은 츠수이허를 배경으로 옹기가 옹기종기 빼곡하게 들어찼다. 전통가옥 곳곳에는 간장 제조에 쓰였던 도구며 조리기구, 가마, 침대가 널려 있다. 살아있는 생활사박물관이다. 다만 선시장유는 사유지라 개인 방문객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단체와 외국인관광객에게만 문을 여는데 예약은 필수다. <취재협조=뚱딴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