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달말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부친 고 구본무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40세의 나이에 재계 4위 그룹의 총수를 맡게 된 구 회장은 1년간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LG의 미래를 준비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순혈주의를 깨고 주요 보직에 외부인사를 과감히 기용하는 한편 기술과 인재 중심의 경영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조직의 분위기도 한층 젊어지고 역동성을 갖췄다. 불필요한 관행이나 격식보다는 철저히 실용에 중점을 둔 구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LG그룹의 혁신 추동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LG에 부는 ‘실용주의’ 바람
구광모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 한달여 만인 지난해 6월29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LG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새로운 총수의 탄생에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구 회장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 곧바로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대신 조용히 회사의 현안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별도의 취임행사도 없었다. 불필요한 관행과 형식을 따르기보다는 업무와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실용주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행보다.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LG그룹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구 회장은 자신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칭해주길 요청했다. 외부에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보도자료에도 구 회장의 호칭은 대표로 명기됐다. 호칭에서부터 탈권위와 실용주의를 표방한 셈이다.


매년 4차례 진행하던 '임원 세미나'는 한달에 한번씩 하는 월례포럼으로 바뀌었다. 형식 역시 회장의 경영메시지를 전달받고 명사의 강연을 듣던 방식에서 주제별 전문가와 관련 임원들을 초청해 최신 경영 트렌드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또한 구 회장의 취임 후 LG전자 등 일부 계열사는 딱딱한 정장차림에서 벗어나 청바지 등 간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캐주얼 데이’를 확대운영 하는 등 점차 격식을 벗어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구 회장의 실용주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다. 구 회장은 순혈주의 관행을 깨고 지주사 요직에 외부전문가를 앉혔다.

SK텔레콤 출신인 홍범식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LG의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 출신 김이경 상무를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으로 각각 선임했다.

LG그룹 6개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LG화학 대표에도 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을 선임했다. 철저히 성장과 혁신이라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인사라는 평가다.

◆기술과 인재 투자에 방점

사업추진 역시 실용적인 판단에 따르고 있다.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에게 철저히 책임경영을 맡기는 한편 구 회장은 지주회사를 이끌면서 '미래준비, 인재투자, 정도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구 회장이 가장 공을 기울이는 분야는 기술과 사람이다. 취임 후 첫 현장경영으로 LG그룹의 융복합 연구개발(R&D) 클러스터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선택한 구 회장은 “미래 성장분야의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에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로 연결할 조직과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R&D 책임 경영진에게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연구개발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주고 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주문했다.

올 2월과 4월에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재채용행사에 참석해 이공계 R&D 인재들에게 직접 회사의 비전을 설명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분야 등 LG그룹이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4차 산업분야의 기술경쟁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현재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LG그룹의 기업벤처캐피털(CVC)이다.

이 같은 기술과 인재투자를 통한 성장은 ‘고객가치 창출’로 향한다. 구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취임 후 첫 신년행사에서 ‘고객’을 총 30번이나 언급하며 LG가 나아가야 할 길은 고객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LG 대표로 선임된 후 LG가 쌓아온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동시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변화할 부분과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봤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며 “지금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등 세가지 기준을 ‘LG만의 진정한 고객 가치’로 제시했다.

☞프로필
▲1978년 서울 출생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 졸업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 입사 ▲2013년 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 ▲2015년 ㈜LG 시너지팀 상무 ▲2018년 LG전자 B2B사업본부 ID사업부장 ▲2018년 ㈜LG 대표이사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