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보석' 논란을 빚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2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항소심 1회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에 총 2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 등 경영진 및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해 왔다.
이 전 회장은 모든 계열사를 동원,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2014년 4월부터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10㎏당 19만원에 무려 512톤, 95억5000원어치를 구매하도록 했다.
시중에서 많이 판매하는 일반적인 가정용 배추김치 가격이 1㎏에 6100~65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다.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한 뒤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을 구축해 김치구매 포인트 19만점을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김치만 살 수 있는 포인트로 휘슬링락CC가 김치를 직원들에게 배송하고 나면 19만점을 일괄 차감했다.
휘슬링락CC는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경영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김치생산을 중단했다.
태광 총수일가는 김치 외에도 와인을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했다.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2014년 7월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메르뱅은 태광 총수일가가 2008년 100% 출자해 설립한 와인 소매 유통회사다. 태광 경영기획실은 2014년 8월에는 더 나아가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각 계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각 사별 임직원 선물지급 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하여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태광의 부당한 와인 판매 역시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전면 중단됐다. 태광 계열사들이 법 위반기간 동안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태광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이익 제공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하고 골프장·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이번 조치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하에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최초의 제재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