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 크게 무찔렀던 곳이 수탈의 장소로 뒤바뀐 곳
| 군산내항 선창가.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우리 해안을 넘나들며 약탈을 일삼던 왜구를 크게 무찔러 진포대첩을 이뤄냈던 곳이 수탈 현장이 돼 버린 역사의 아이러니에 가슴이 아프다. 군산 곳곳에 산재한 근대문화유적은 침탈의 역사이며 우리 근현대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쇠락한 항구, 째보선창
| 옛 군산세관.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이곳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무대로 분주히 오가던 사람들, 물건을 흥정하던 사람들, 그들 사이로 서천 땅을 처분하고 똑딱선을 타고 째보선창으로 들어온 정 주사가 보이는 듯하다. 글씨가 갈라져 떨어진 빛바랜 중국집 태평각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물 빠진 항구에 배 몇척이 한가로이 떠 있다.
|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높이가 조절되는 부잔교. 뜬 다리로 부른다.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길쭉하게 바다로 놓인 부잔교(浮棧橋)에 올랐다. 3000톤급 기선을 댈 수 있다는 부잔교는 말 그대로 뜬 다리로 밀물과 썰물의 수면에 따라 다리가 오르내리며 저절로 다리 높이가 조절되도록 만들어졌다. 이 다리를 통해 수탈된 미곡이 일본으로 반출됐다. 이곳의 지명이 장미동(藏米洞)으로 '쌀을 저장하는 동네'라는 뜻이다. 내륙의 미곡을 가득 실은 기차선로가 어지러이 난 곳을 지나며 서글픈 감정이 밀려들어온다.
◆건축물로 남은 근대문화유적
| 옛 일본18은행.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길에는 사람들로 벌써 가득하다. 근대로의 시간여행을 오는 사람이 참 많다. 잘 복원하였고 스토리텔링을 잘해서 돌아보기에 아주 매력적이다. 전국의 많은 근대문화유적들의 모범이 될 만하다.
군산 시간여행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이 근대역사박물관이다. 2011년 개관돼 군산근대문화의 역사가 복원되어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해망굴과 월명공원
| 해망굴.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해망굴을 나와 월명공원을 올랐다. 장계산과 월명산이 감싸고 있는 산기슭 공원길을 걷다보면 금강하구언이 눈에 잡힐 듯 들어온다.
◆신흥동 히로쓰가옥과 동국사
| 동국사 대웅전.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동국사(東國寺)에 들어섰다. 문 앞 현판을 보고서야 조계종 동국사임을 알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본에 있는 어느 절인 줄 알겠다. 원래 이름은 금강사(錦江寺)였다가 해방 후 동국사로 바꿨다. 대웅전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종루 옆에는 2015년에 새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어우러지며 가슴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했다.
| 동국사 평화의소녀상.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
역사는 아픈 대로 간직해야만 한다. 군산을 걸으면서 가득했던 근대문화유적들은 바라보기에 불편했다. 하지만 그대로의 모습으로 재현한 군산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또한 우리의 지나온 역사이기에 다독이고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간직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8호(2019년 6월25일~7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