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5G)이 상용화되면 세상이 크게 변할 것 같았다. 이동통신 3사는 5G시대를 앞두고 ‘초시대’, ‘초능력’, ‘일상을 바꾼다’는 내용으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동통신사와 함께 ‘세계 최초 5G 상용 국가’라는 타이틀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두고 경쟁했던 미국과의 물밑 첩보전도 불사할 만큼 통신업계는 치열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5G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변에 5G 스마트폰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정보가 공유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5G서비스를 가리켜 “터지지도 않고 콘텐츠도 없고 쓸데없이 비싸기만 하다”고 성토한다.
도대체 왜 이런 불만이 쏟아지는 것일까. 이통3사가 ‘삶이 바뀔 것’이라며 홍보하던 5G 콘텐츠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통3사 너도나도 “실감미디어”
지난 4월 5G 상용화 초기. 이통3사는 가입자 유치에 전력을 기울였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각종 보조금을 무차별 살포했다. 덕분에 스마트폰은 공짜가 됐고 이통3사는 17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5G서비스 가입자들은 대부분 월 8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선택했다. 이통사는 너나할 것 없이 해당 구간에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5G 가입자들은 이통3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른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무선데이터 속도도 이통사의 주장과 달랐고 기껏해야 스트리밍 영상을 보는 것과 메신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이외에는 데이터를 쓸 곳이 없었다.
초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5G 가입자 증가세가 점차 완만해진 지난 6월 말 이통사들은 일제히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그간 지속된 마케팅과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출혈경쟁에서 5G서비스를 직접 보완하며 가입자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셈이다.
현재 이통3사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실감미디어’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13일 유명 특수효과(VFX) 업체 위지윅스튜디오와 5G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5G 초기부터 AR과 VR을 적극 활용했다. 인천 SK의 홈구장인 문학구장에 용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올림픽 공원 ‘나홀로 나무’ 인근에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대형 고양이를 선보였다.
KT도 지난 6월 일본 공연기획사 ‘제이더블유투비’(JW2B)와 함께 한국 가수들의 일본 공연을 5G 단말용 AR·VR 영상으로 제작하는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연을 AR·VR로 제공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겠다는 계산이 배경에 깔렸다. 아울러 ‘기가라이브TV 2.0’버전을 출시하며 VR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 2500여편을 제공하는 등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LG유플러스도 100억원의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AR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6월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 4K 화질의 3차원(3D) AR 콘텐츠를 자체제작한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서울 서초동에 ‘U+AR스튜디오’를 구축했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4K 카메라 30대로 영상을 동시에 촬영해 하나의 입체 영상으로 구현한다.
◆콘텐츠보다 서비스품질 개선부터
하지만 이통3사는 AR과 VR을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 할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했다. 5G 콘텐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AR·VR 콘텐츠는 이제 막 걸음을 뗐을 뿐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 이 상황에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라는 5G의 특성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클라우드게임, 자율주행차 등의 콘텐츠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냉정히 말해 현재 국내 이통사가 5G 킬러콘텐츠로 선정한 AR과 VR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며 “콘텐츠 자체의 차별성이 크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5G와 LTE 간 서비스 품질의 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입자 상승 추세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결국 콘텐츠 확보보다 안정적인 서비스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통사가 킬러콘텐츠를 개발·확보하더라도 속도와 커버리지 등 네트워크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세계 최초·최고 5G 상용화 국가’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5G서비스가 마련된 뒤 콘텐츠를 보강해야 5G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정보통신학과 교수 A씨는 “현재 이통사의 5G서비스는 5G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품질이 좋지 않다. 5G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음영지역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통사가 구축한 ‘5G 체험존’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5G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상용화 선언을 한 5G를 특정지역에서 체험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직 5G서비스가 온전치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5G 콘텐츠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기술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